신정연휴 마지막 날, 깨달음은
하쯔모데(初詣)를 가고 싶다고 했다.
하쯔모데는 새해 처음으로 절이나 신사에 가서
참배하는 것으로 신정이면
종교와 상관없이 일본인 모두가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례행사와 같다.
[ 올 해는 무슨 소원을 빌 거야? ]
[ 올 한해도 지금처럼 별 탈없이 사업도
잘 되고 건강하게 지내게 해달라고 하지 ]
난 물론 참배를 하지 않지만 깨달음의 믿음?을
존중해 같이 따라가기로 했다.
하쯔모데를 하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섣달 그믐날 밤부터 신사에서 보낸 후
설날에 집으로 오거나 그믐날 밤에 참배하고
일단 집에 왔다가 날을 새고 다시
참배하러 가는 경우,
마지막은 설날에 가는데 대부분은 설날 당일에
가까운 신사를 찾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쯔모데 기간은 1월 15일까지이며 늦더라도
입춘 전날인 2월2일까지는 간다.
또한, 특별히 자신이 선호하는 신사가
있거나 소원의 내용에 따라 멀리 있는
신사를 찾아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일본의 신사는 각각에 모시는 신의능력? 이
아주 다양하다.
대부분의 신사는 가정의 행복과 건강을
지켜주는 신을 모시는 곳이 많지만
그 신사의 역사에 따라 모시는 신이 다르다.
장사를 도와주는 신을 모시는 신사,
공부를 잘하게 해주는 신사,
건강을 지켜주는 신사,
순산을 도와주는 신사,
사랑을 맺어주는 신사 등등
이렇듯, 각 신사가 모시는 신의 전공영역?을
찾아 소원을 빌러 가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신사를 찾아 하쯔모데를 하고 나면
오미쿠지(おみくじ)를 뽑아 자신의 1년 운세를
점치는 게 루틴이다.
자신의 띠에 맞춰 오미쿠지를 뽑으면
대길, 중길, 소길, 말길, 대흉, 흉으로 나눠진
운세가 나오는데 대길이 나오면
말 그대로 운수대통과 같은 맥락이기에
본인이 간직하기도 하고 대부분은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는다.
그리고 그 해 특별히, 간절히 소원을 빌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에마(絵馬)라는 나무판을 구입해
소원을 적은 후 매달아 놓는다.
또한, 신사에는 액막이와 복을 가져다준다는
부적, 악세사리등도 판매하는데
하나씩 사서 친인척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밖에서 기다린 지 30분이 지나서야 허겁지겁
달려오던 깨달음이 호주머니에서 뭘 꺼냈다.
[ 오미쿠지, 당신 것까지 사 왔어. 하나 골라 ]
[ 내가 필요 없다고 해도 당신은 꼭 하더라 ]
[ 그냥, 재미 삼아하는 거니까 하나 골라 ]
[ ..................................... ]
역시나 내가 고른 건 대길(大吉)이었고
깨달음 것은 중길(中吉)이었다.
나는 내 것까지 깨달음에게 주면서
이 두 개를 모두 당신이 뽑은 거니까
대길은 당신 거라고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자기 가방에 넣었다.
우린 추위도 달랠 겸 커피숍을 찾았다.
코가 빨개진 깨달음이 뜨거운 커피를 연신
마시며 너무 춥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국에 비하면 춥다고 할 레벨은 아니지만
이 칼바람 속에서도 소원을 빌기 위해
30분 이상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심리가
대단하다고 했더니 신앙심이라기보다는
일본인들은 관습처럼 신정에는
꼭 하쯔모데를 하는 거란다.
[ 내가 당신 기다리면서 일본인들이 신사에서
무슨 소원을 많이 비는지 찾아봤더니
첫 번째가 가내 안전, 무병장수, 금전운,
교통안전, 취직 기원, 순산 기원 순이던데
당신은 올 해도 사업번창을 빌었어? ]
[ 음,,. 올 해는 좀 많이 빌었지 ]
[ 뭔데? ]
[ 먼저, 건강, 그리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고
장모님, 그리고 우리 부모님 잘 버티시라고도
했고,,당신이랑 행복하게 해달라고 했고,,]
[ 근데.. 깨달음,. 매주 예배 보면서 신사 가는 건
모순인 것 같다고 당신이 그랬잖아 ]
[ 그러긴 했는데, 신은 많을수록 든든하고
좋잖아. 그리고 하쯔모데는 그냥 일본의 명절문화,
풍습 같은 거니까 예수님도 이해해 주실 거야 ]
[ ......................................... ]
원래 고대 일본인들은 큰 나무나 산, 혹은
큰 바위 등에 신이 깃들어있다 해서 신성시하고,
이런 곳에 울타리를 둘러서 모셨다.
그리고 주변엔 상록수를 심고 큰 돌을 세워
원형 또는 방형으로 둘러서 그곳에서 참배를
하다가 조금씩 발전해 신사가 되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하면 여전히 토속신앙,
샤머니즘적 성향이 곳곳에 많이 남아있다.
이 또한 하나의 일본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매년 신사 참배를 위해 밀려드는 인파를
볼 때마다 이곳이 일본이었음을 실감한다.
아무튼, 깨달음에 간절한 새해 소원이
잘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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