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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 가방 속에서 나온 의외의 물건

by 일본의 케이 2017. 1. 25.

그 물건을 내 눈으로 확인한 건 딱 일주일 전이였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우동집에서

허겁지겁 우동 한 그릇씩 비우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함께 주문한 유부초밥을 몇 개 집어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깨달음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 이쑤시개 여기 있어]

[ 아니, 다른 거야..]

깨달음이 가방에서 꺼내 건 한국상표가

눈에 띄인 작고 네모난 것이였다.


휴대용 크린팩이였다.

[ 어디서 났어? ]

[ 지난번 어머님이랑 슈퍼 갔을 때 샀잖아?]

[ 언제부터 들고 다녔어? ]

 [ 그날 이후로,,]

[ 남은 거 가져가려고? ]

[ 응, 아깝잖아,,]

[ 그래도 스탭에게 물어 봐 ]

[ 괜찮아,,물어 볼 것 도 없어,,]

[ 가게 마다 다르잖아,반출이 되는 음식도 있고

반출 자체가 안 되는 음식이 있잖아,]

[ 저기요,,여기 남은 거 가져가도 되죠?]

[ 네..괜찮습니다]

스탭의 대답이 떨어지기 전부터 비닐을 

펼친놓고 남은 유부초밥을 반 정도 

넣고 있어서인지 아주 순식간이였다.


그리고 일루미네이션을 보러 갔던 이번 토요일

치킨에 시원한 맥주를 너무 맛있게 먹다보니

 독일 소세지는 손을 대지 못했다.

깨달음이 스탭에게 한마디 물어보더니

소세지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담았다.

[ 당신,,,하는 게 완전 아줌마 같애.

그리고 일본 할머니들이나 이렇게 남은 음식

가져가는 것 봤어도 그것도 남자가 

 아무런 거부감 없이 챙기는 건 처음 봐,,

좀 안 창피해? ]

[ 뭐가 창피해? 반출이 가능한 곳에서만 

가져오는데 뭐가 이상해? 원래는 당신이 

해야하는데 당신이 안 하잖아, 지난번에 

이 크린팩 두 개 사서 당신에게도 하나 줬는데, 

당신은 왜 가방에 안 넣고 다녀?] 

[ ..........................]

[ 식당에서라도 음식을 남기고 그러면 안 돼.

어렸을 때, 아버지가 어떤 음식이든 함부러

하지 말라고 했어, 음식을 소홀히 하면 벌 받아、

 사람들이 뷔페에 가서 먹지도 못할만큼 

덜어와서는 남기고 버리고 그러잖아,

그런 건 정말 안 좋은 행동이야...]


그리고 어제 고깃집에서 또 그걸 꺼냈다.

고기를 실컷 먹고 배가 부른 상태인데

꼭 청국장 찌개를 먹겠다고 주문하더니 역시나

먹지 못하고 지나가는 스탭을 또 불러세웠다.

[ 저기요, 이 찌개를 넣을 용기 없나요? ]

[ 죄송합니다,,저희 가게에 준비가 안 되서..

비닐봉투라도 드릴까요? ]

[ 아니요,,괜찮아요..]

숟가락으로 후후 불어 모두 식힌다음 봉투에 넣었다.

보다 못해 내가 한마디 하고 말았다.

[ 국물 있는 거 까지 너무 한다....]

[ 한국에서는 국물도 다 포장해주잖아

언젠가 칼국수 집에서 1인분 봉투에 넣어주는 거

내가 봤어. 봉투에 넣어도 아무렇지도 않아~]

단호하게 주장을 해서 난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 퇴근해서 내민 건 

다키고미고항(炊込み御飯

-야채와 고기를 넣고 지은 밥)이였다.

[ 작은 가마솥에 지어서인지 진짜 맛있더라고,

 미팅 끝나고 별도로 주문해서 가져온 거야,

당신 좋아하니까 먹어보라고,,]

[ 랩으로 쌌네? ]

[ 응, 스탭이 줬어. ]

[ 아, 그래서 지퍼팩에 담아 준 거구나 ]

[ 아니 지퍼팩은 내가 가지고 있던 거였어 ]

[ ....................... ]

[ 크린팩 말고 지퍼팩도 가지고 다녀?]

[ 응, 지퍼팩도 쓸모가 있을 것 같아 넣고 다녀 ]

[ 직원들 앞에서 안 창피했어?]

[ 뭐가 창피해? 창피할 이유가 뭐야?]

음식들을 챙겨오는 게 조금은 쑥쓰럽고

 어색할텐데도 전혀 그런 내색없이 가져온다.

오늘은 따로 주문을 했다니...

[ 당신은 어쩌면 점점 아줌마 같아지냐,,]

[ 왜? 아줌마가 나빠? ]

[ ....................... ]

[ 당신도 가지고 다녀, 역시 어머님이

 왜 가방에 넣고 다니는지 알았어.

쓰레기도 담을 수 있고 아주 좋아,

그리고 한국 비닐은 두꺼워서 튼튼해,

뭘 담아도 아주 든든해~

다음에 한국 가면 좀 많이 사올 거야 ]

깨달음의 이런 행동들을 보면 

자상했던 우리 아빠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가방 속에 각종 사이즈의 지퍼팩을 넣고 다니는

 엄마를 연상하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착실하고 자상하지만 어찌 말하면

청승맞기도 하다.

분명 감사하고 고마워해야할 부분인데

난 솔직히 안 그랬으면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은 그 강한 맨탈과

음식을 함부로 대하지 않은 마음가짐이 

참 대단해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일본에서는 가게마다 방침이 달라 

남은 음식 반출을 허용하지 않는 곳이 있다. 

그 이유는 반출된 음식이

식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책임을 질 수 없어 금지하고 있으니 일단은

가게측에 물어봐야한다. 

깨달음은 어디까지 날 놀라게 할 것인지..

가방에 휴대용 크린팩, 지퍼팩을, 

그것도 한국산으로 넣고 다니는 남자는 

아마 깨달음뿐일 것이다.

아줌마화 되어가는 건지, 노인화?가 

되어가는 건지 분석하기엔 애매하지만 

 날이 갈수록 깨달음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댓글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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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그로글인가요? 2017.01.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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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몽 2017.01.27 12:02

    감자탕이나 횟집에서 먹고 남은 것은 반드시 싸옵니다 손도 안된 뼈다귀를 다른 손님에게 팔까 가져오구요 접시에 미리 덜어 식힌 다음 포장해 달라고 합니다 횟집에서는 손님들 먹다 남긴 회로다음날 회덥밥을 만들어 팔기도 해서 남은 회는 비닐봉지에 담아와서 동물을 주죠 남편이 정말 알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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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차원에서 2017.01.27 13:48

    훌륭하신 부군이시군요.
    전 가져가진 못해도 남김없이 깨끗이 먹으려 노력한답니다.
    돈을 낸다 하지만 음식만드는 정성은 돈으로 측정 못한다 생각합니다.
    친절한 식당이면 더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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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onch 2017.01.27 15:37

    케이님 말씀대로 깨달음님의 강한 멘탈과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참 좋네요. 남편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되면 재밌을 것 같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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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 2017.01.2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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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빼빼 2017.01.27 22:44

    그 와중에 초밥 정말 맛나게 생겼네요ㅎㅎ 깨달음님 너무 귀여우세요! 창국장도 남김없이.. 맛이 정말 있었나봐요ㅎㅎ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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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화여왕 2017.01.27 23:14

    엄지척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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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가 2017.01.2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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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끼 2017.01.28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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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28 06:56

    난 충분히 정상적이라고 봅니다. 왜냐면 이나라저나라 다니면서 본거지만 남는 음식 가져가는건 하나의 식당 문화더군요. 대부분 식당은 별도로 가져갈수 있게 용기 준비도 해놓구요
    유난히 중국인 한국인만 챙피하다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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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2017.01.28 12:17

    저도 일본서 8년 학창시절 보내서 비슷한가 생각했는데, 미국가봐도 남으면 싸옵니다. 우리나라는 이걸 왜 창피하게 생각하는지..실속있고 낭비 줄이는 습관에는 창피함이 아니라 미래의 필수 항목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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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하 2017.01.28 13:45

    이 행동이 기본입니다.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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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랑낭 2017.01.28 22:23

    멋진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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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엘 2017.01.30 09:24

    여기 한국 아줌마 추가요
    저희는 식구가 둘이라
    외식할땐 늘 음식이 남아요
    그래서 아예 도시락을 들고 다녀요
    그러면 몇끼 반찬에서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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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훈 2017.01.31 16:21

    제가.용기을 무료로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연락주시면 드리고 십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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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cheon 2017.02.01 14:15

    ㅎㅎㅎㅎ 저도 따라 쟁이가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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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ng 2017.02.06 11:22

    오늘 차를 타고 가다보니 이은미 콘서트 포스터가 사방에 붙어 있더라구요.
    갑자기 이은미씨 좋아하시는 깨서방님 생각이 나서 블로그 들려봤어요.
    여전히 재밌게 잘 지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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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쨈쿠키 2017.02.06 14:03

    깨달음님, 요즘 한국 유행어로 한마디 하자면 '참, 칭찬해~'입니다 ㅋㅋㅋ 사실 저렇게 남기면 다 쓰레기가 되는 거잖아요. 가져오면 음식쓰레기도 줄이고 얼마나 좋아요? 깨달음님에 대해 케이님이 쓰시는 글 보면 꺠달음님이 일본인인만큼 일본인다운 구석도 있지만 여타 일본인과는 다른 독특한 부분도 참 많은 분 같아요. 주위 시선 신경쓰는 경향이 강한 일본에서 소신있게 행동하시는거 보면 참 멋있습니다. 저도 가끔 남은 음식 싸오고 싶을때 있었는데 소량이거나 먹다 남은 반찬 같은 경우는 싸달라고 하기 그래서 그냥 나온적 많아요. 그러면서 크린백 챙겨다닐 생각은 못했네요. 이번에 한 수 배워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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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egasbaby 2017.03.0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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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ra 2017.09.1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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