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난 약속대로 깨달음에게
되도록이면 한국어로 말을 걸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귀에
익혔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대화가 되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한국어로
일방적으로 말을 거는 편이고
깨달음에겐 아는 단어나 문장이 있으면
틀려도 좋으니까 자꾸 말을 해보라고 했다.
[ 오늘은 뭐 먹었어요? ]
[ 오늘은 야키도리 먹어요 ]
[ 먹었어요라고 과거형으로 얘기해야 돼 ]
이런 식으로 틀린부분을 수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흘러보낸다.
그런데, 역시나 학습효과가 2주전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해서 내가 많이 놀라고 있다.
어제 라디오에서 전유나의
[ 너를 사랑하고도]가 흘러나오자
[ 노래,, 술포요(슬퍼요) ]라고 했다.
또 저녁을 준비하며 나물이 싱거워 소금을
더 넣어야겠다고 했더니
[ 아니라니깐~ 좋아요~]라고 했다.
어디서 배웠는지 확실한 출처는 알 수 없지만
분명 한국 방송, 특히 예능프로가
많은 도움이 되었음은 확실하다.
깨달음이 이렇게 갑자기 한국어를 하게 자극을
준 사람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승재의
출연이였고 나름 충격을 받은 듯 했다.
[ 작은 애가 어쩌면 저렇게 말을 잘해?
천재 아니야? ]
[ 책을 많이 읽어줬대..엄마가,,]
[ 처음보네..저렇게 작은 애가,..27개월짜리가
저렇게 표현할 수 있어? 나도 배우고 싶다 ]
[ 충격이지? 나도 당신에게 책 읽어 줄까?]
[ 아니,,책 말고 저 아이처럼 여기저기
견학을 많이 시켜 줘. 그러면 새로운 것을 보고
말이 늘 것 같애.. ]
[ ............................ ]
그래서 요즘은 한국어 단어들도 조금씩
주입시키고 있다.
며칠전에는 날씨에 관한 대화를 가졌다.
[ 오늘 추웠지? ]
[ 추오요(추워요)~많이, 너무 추오요~]
[ 회사는 안 추워요? ]
[ 회사는 조금 추오요 ]
[ 회사는 조금 추었어요? ]
[ 네, 회사는 추오요 ]
이 정도면 아주 조금씩이지만
발전이 보이는 것도 같은데 아직도 멀었다.
역시나 과거형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고
아직 이정도밖에 되질 않지만 승재 덕분에
자극받아서 노력을 하고 한다.
제발, 한국어학원을 다녔으면 좋겠는데
다른 일본 아저씨들도 회사 일이 있어서
학원 다니기가 힘들다고 했다.
주말반이나 퇴근 후에 다니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대부분은 집에서 혼자 독학을 하시는 분이 많다.
(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사진)
그리고 학원에 아줌마들이 많은 것도
조금은 부끄럽다고 하신 분도 계셨다.
깨달음은 바쁜 것도 있지만 내가 봤을 때
학원에 다녀서까지 한국어를 습득하려고 하는
의욕이 부족하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가
언어쪽은 약하다고 인정을 해서인지
자기 스타일대로 배우려고 한다.
어느날은 연락도 없이 귀가가 늦더니
10시가 다 되어 카톡이 왔다.
[집에 갈까? 집에 가자?] 라고 왔길래
빨리오라고 했더니
[하지 마세요, 무서워요 ]라고 보내왔다.
지난 주말에 내가 컴퓨터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깨달음이 말을 걸어와서 건성건성 대답을 했더니
가까이 와서는 [ 이리와 ,귀 주세요 ]라고
하더니만 내 귀에 대고 얘길 했었다.
어제는 저녁에 내가 카카오 톡을 하고 있는데
옆에 살며시 다가오더니 묻는다.
[ 누구에요? 남자? 여자? ]
[ 응, 후배야 ]
[ 안돼요, 남자친구 ]
[ ........................... ]
[ 죽어요, 남자친구 ]
[ 남자친구가 있으면 죽는다는 소리야?
죽인다는 소리야? ]
[ 응, 케이 죽어요 ]
[ ......................... ]
[ 응,, 많이 아파요, 깨달음 ]
안 배워도 되는 한국어를 제일 먼저 습득하는게
외국인들의 본능이라고들 하지만 깨달음의 말이
서툴러서인지 왠지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조금씩,조금씩 한국어를 익히려고 하는
모습이 귀엽고 기특해서 엉덩이를 두들기며
공부 열심히 하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작은
목소리로 [ 뵨태 (변태)]라고 했다.
[ ........................ ]
그런 단어를 어디서 배웠는지 추궁했더니
선배가 가르쳐 줬다면서 안 좋은 말이니까
자주 사용하지 않을 거라며 걱정말란다.
이왕이면 귀엽고 예쁜 한국어를 앞으로도
많이 많이 사용했으면 좋겠는데 걱정이 되면서도
배우려는 애쓰는 자세에 칭찬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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