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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한일커플의 새해 바람

by 일본의 케이 2017.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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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주말이면 오다이바를 자주 간다.

이곳으로 이사온 뒤, 가깝다는 이유도 있고

결혼전 데이트를 가장 많이 했던 곳이기에

곳곳마다 그 때의 기억들이

묻어나서 자주 온다.



저 분수 반대편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두 병이나 마시고 

내가 술이 취해서 깨달음이 처음으로

업어 주었던 날도 있었다.


여전히, 매주마다 다채로운 

쇼를 보여주는 거리의 공연자들..

특히 침팬지 쇼는 인기가 많아 수입도 좋다.


그리고 깨달음이 어릴적 먹고 자란 

불량식품들과 장난감들이 즐비한 상점가에서

같이 게임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토토로샵에 가서는

작은 키홀더를 몇 개 사는게

늘 기본적인 코스였다.


그렇게 쇼핑을 마치고 야경을 보며 식사를 했다.

오늘도 우린 같은 코스를 돌고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자리를 안내 받고 앉자마다 반대편에서

안면이 있는 스탭이 단걸음에 달려와서는 

눈웃음을 치며 바쁘셨냐고 묻는다.

[ 네..그냥,,,오랜만이네요.. ]

[ 당신이 여기서 많이 울었잖아,,그래서 

스탭들도 기억하는 거 아니야?]

[ ..................... ]

스탭이 그런게 아니라고 과하게 손사레를 쳤다.

간단하게 주문을 하고 우린 새해 맞이 건배를 했다.


[ 올 한 해도 건강합시다 ]

[ 응, 당신도 건강해...]

[ 올 해 당신 목표는 뭐야? ]

[ 난 지금처럼 별 탈없이 회사가 

잘 운영되는 것 뿐이야, 당신은? ]

[ 나는, 올해는 개인전을 좀 크게 할 생각이야

장소도 괜찮은 곳에서,,,

그리고 00교수님께 보여드리고도 싶고,,]

[ 00교수님? 아주 좋은 계획인데,,,

그럼 오프닝파티도 해야겠네..]

[ 응,,그럴 생각이야, 

그리고 자격증도 또 하나 따고,,,]

[ 너무 욕심 내는 거 아니야?]

[ 아니 이번 것만 따면 그만 할 거야]


우린 다시 개인전 얘기로 돌아가기도 하고

건강, 다이어트, 효도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 아, 그리고 올 해부터는 내가 당신에게

한국말로 많이 대화를 할 거야

못 알아 듣더라도 자꾸 듣고 연습하다보면

언젠가 귀가 트이게 될 거야

지금부터 익숙해져야할 것 같아서.]

[ 왜? 갑자기?]

[ 매년, 한국어 공부한다면서 당신 안 하잖아,

그래서 그냥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익히게

내가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조금씩 

단어들을 외우게 할 생각이야, 그니까

 당신은 명사, 형용사를 좀 외웠으면 좋겠어]

[ 예를 들면? ]

[ 자다, 하다, 먹다, 보다, 사다, 싸다

비싸다, 뭐 이런 식으로,,] 

[ 거기에 [요]만 붙히면 돼?]

[ 응, 대충 [요]를 붙히면 예쁜말이지..]

[ 자요, 사요, 싸요, 보요, 먹요 ?]

[ 받침이 있는 건 다르게 풀어야 돼]

[ 나 그냥 필요한 말만 하면서 외울래..]

[ ......................... ]

올 해도 깨달음 한국어 학습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국어 말고 난 솔직히 바라는 게 있어]

[ 뭐? ]

[ 한일관계가 조금 좋아졌으면 해..]

[ 그건 나도 그래..]

 양국이 풀어가야할 문제가 너무 크고 많아서 

섣불리 얘기를 할 수도 없고

그냥 서로의 가슴 한켠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여 놓은 채 살아가는게

한일커플인 것 같다.

[ 두 나라가 좀 복잡해도 우리 한일커플들은

더 꿋꿋히, 더 행복하게 살아야 돼 !]

[ 나도 그렇게 생각해,,,]

갑자기 깨달음이 잔을 들고 건배를 청했다.

[ 자, 건배~모든 국제 커플을 위해~

타국에서 사는 것도 은근 스트레스인데

모두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참고, 그 나라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

 국제커플들에게 한 해 수고했고

새해에도 건강 하시라고 건배~]

[ 건배~~!! ]

우린 그렇게 와인 한 병을 모두 비우고

가게를 나왔다. 추워서인지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터벅터벅 네온 빛을 바라보며

집을 향해 걸었다.

해외거주, 국제커플, 한일커플,, 

각자가 안고 가야할 숙제같은 그 무언가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엷어지길 바라는

마지막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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