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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그녀가 또 결혼을 했다.

by 일본의 케이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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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그 애 인스타 봤어? ]

핸드폰에서 들리는 미라(가명)의 목소리는 

상당히 흥분된 상태였다.

[  누구 말하는 거야? ]

[ 2년 전에 가와무라 상이랑 이혼 한 수경이,

신주쿠에서 커피숍 한다는 애, 

나랑 동갑이고,,]

[ 아,,,그 수경이(가명)?.. 근데 왜? ]

[ 이번에 또 결혼한 거 있지? 그것도

일본인이랑 또,, 다음주에 식도 올린다네..

이번에는 한국에서 하나 봐,

첫 결혼은 일본에서 했잖아, 식구들 불러서 ]

[ 아,,그랬다고 했지....]

[ 이혼한 지  2년도 아직 안 됐는데....

 언제 또 사궜는지,, 참. 대단해... ]

[ 재혼, 삼혼, 사혼도 하는 사람들 많잖아,,]

미라와 이런 통화를 한 건 2주일 전이었다.

그리고 또 전화가 왔다.

 

사무실이 이사해서 정신없이 바쁘다고

그러더니 짐정리가 끝나고 맡았던 일도

깔끔히 해결돼서 기분이 좋단다.

요즘 날이 더워 매일 차가운 음식들만

먹는다고 새로 나온 쫄면 얘기를 하다가

지난 주에 꺼냈던 수경이 얘길 했다.

[ 걔, 웃기더라, 내가 언니한테 말하고

며칠 뒤에 인스타 가봤더니 비공개로 해 놨더라.

웃기지. 언니도 들어가 봤어? ]

[ 응, 그날 잠깐  들어가서 봤더니

많이 행복하게 보이더라, 잘 살 것 같던데 ]

미라와 수경이가 어떤 경위로 친하게 됐는지

깊게는 모르지만  동갑이어서

꽤나 친하게 지냈고 수경이는 나와도

식사를 두 번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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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는 수경이의 결혼생활을 제일 가깝게

지켜봤었고 주말마다 만났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는데 코로나 때 한국에서 지내느라

연락이 뜸했다고 한다.

  [ 내가,,수경이 전 남편이랑도 많이 친했잖아.

 자기 친구도 소개해주고, 나한테

결혼하라고, 결혼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면서 둘이서 내 앞에서 얼마나 

러브러브했고 사이가 좋았는데..]

그렇게 친하게 지난 미라에게 이혼한 사실도

재혼한다는 소식은 말하지 않은 채

인스타에서 알게 됐단다.

[ 미라 니가 전화해서 통화를 해보면

그간에 사정을 말하겠지..]

[ 내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끝나고

두 번이나 카톡 했는데 뭔가 냉랭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나도 안 했지..] 

 

깨서방은 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 오머니, 선물 좋아요? ] [ 응, 마음에 들고 말고, 크리스마스에 딱 받아서 더 기분이 좋네 ] [ 한국은 추워요? ] [ 응, 징하게 춥네. 일본은 덜 춥제? ] [ 일본은 안 추워요 ] 항상 하는 말들은 내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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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에게서 세 번째 전화가 온 오늘 오후, 

 지난주와 다르게 목소리에 풀이 죽은 채로

 AI 같은 말투로 입을 열었다. 

[ 언니,, 나는 충격인 게 걔가 나한테

연락 안 한 게 아니라 어쩌면 그렇게 사랑했던

둘이가, 좋아 죽고 못살더니  이혼하고

또 금세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을 하냐는 거야, 사랑이.. 그런 건가,,

애가 없어서 쉽게 이혼을 한 건지,,

나는,, 지금도 전남편이랑  걔가 둘이 붙어서

웃고 까불고 행복해했던 모습들이

너무 생생해서,,, 그래서도 그 재혼이

정말 낯설어...]

 

미라는 망설임 끝에 수경이와 통화를 했단다.

그리고 꼭 묻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던

이혼 이유를 수경이가 먼저 꺼내면서

전남편이 자길 외롭게 해서, 그 외로움이

견딜 수 없어 이혼을 했다고 하더란다.

[ 언니.. 어이없지...]

내게 어이없지 않냐고 말하는 순간에는

 묵혀둔 감정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일본인이 한국에서 불편했다는 이 두가지

그녀가 날 만나자고 지정한 장소는 숯불 고깃집이었다. 일 관계로 만났다가 서로 집도 가깝고 취미가 같아서 가끔 차를 마시는 사이가 된 아키모토(秋本) 상은 40대 후반이다. 작년, 연말쯤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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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구나,, 근데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은

절대 혼자 못 산대, 그래서, 재혼도 하고

삼혼 하고 그러나 봐,,.. ]

[ 언니, 더 어이없는 건 이번에 재혼한

남자도 지금 살아보니까 생각보다 출장이

많아서 2.3일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다는 거야.

전 남편이 자기를 혼자 두는 게 너무 싫었다고

해놓고 지금 남자도 그런다는 거야,

그게 뭐냐고.... ]

[ 미라야,, 걱정하지 마,, 잘 살겠지..]

[ 언니,, 난,, 걔가 또 이혼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

[ 그러면 또 그녀의 운명이니까 그때는

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지 뭐..,]

[ 일단 잘 살아라고는 했는데....

왜 나를 모든 SNS에서 차단했는지

알 것 같더라고,,]

 

해외 거주자만이 느끼는 것들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잡지 못했다. 집 앞에 있는 헤어숍을 자주 이용 했는데 하필 오늘은 자리가 없었다. 직접 전화를 해 어떻게 짜투리 시간이 남아 있지 않나 물었는데 내 담당 스타일리스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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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는 사랑도, 신뢰도 다 소용없는 게

남녀관계이고  결혼도 부부가 되는 것도 다들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면서

그 어떤 선택도, 그 어떤 행위도

책임감이 따라야 하는데 다들 솜털처럼

가벼운 이성을 가지고 인생을 장사하듯이

손익을 따지는 이 세상이 싫어

속세를 떠나고 싶단다.

[ 언니, 내 나이가 내년이면 50이야,,

노후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또 결혼을 하는지...]

나한테 다 털어놓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듯한

뉘양스가 진했지만 난 이쯤에서

정리를 하고 싶어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친구의 재혼에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은 미라를 진정시켰다.

 

[ 다음 주에 우리 집으로 놀러 와, ]

[ 그래.. 언니..] 

미라가  지금까지  미혼으로 결혼을

안 한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녀만이

고집하는 사랑방식이 확실히 있음이 엿보였다.

 부부가 이혼을 하는데는 다들

이유가 있듯이 재혼을 선택한 데도 

그들만의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초혼과는 다르게 재혼에는 조금은 순수성이

결여되게 보이지만 목적이 돈이든

명예든 노후대책이든 그들만의 세계이니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그러기에 미라가 걱정하는 부분들도 이젠

수경이와 그 남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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