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인

일본인이지만 그들은 한국인이다.

by 일본의 케이 2024. 7. 17.
728x90
728x170

김 상이 보이지 않았다.

예배시작 전에 주보를 나눠주고 자리를

안내하는 김 상이 어디에도 없었다.

홀을 둘러보았는데 딸도 보이지 않았고

남편만 찬양대에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

이달 중에 예배 끝나고 식사를 하자고

맛집을 서로 공유했었는데

아무 소식 없이 교회를 나오지 않았다.

딸까지 안 온 것 보면 갑자기 한국에

간 게 아닌가 어설픈 추리를 하며

머리를 굴리다 예배를 드렸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평소에 교회 사람들과 대화를 했었다면

김 상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물어봤을 텐데 전혀 아는 사람? 이 없어

그냥 답답함 마음만 들었다.

이럴 때면 낯 안가리고 친화력이 강화되는

비법을 터득해 둘 걸 그랬다는

어리석은 후회를 한 곤 한다.

교회 문제로 나와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러

갔을 때 내게 국적이 어디냐고 물었던 게

아주 인상적었던 김 상.

[ 정 상, 정 상은 왜 국적 안 바꿨어? ]

[ 특별히,,바꿔야할 이유가 없었어요 ]

[ 나는 국적이 일본이야,,]

[ 아,,그러세요 ]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딸을 위해 일본국적을 취득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어렵게 얻은 딸이 자폐를 

앓고 있었고 한국이나 해외를 나갈 때마다

딸과 국적이 다른 김 상은 입국심사를

할 때마다 딸아이와 떨어져 심사를 하는데

아이가 난리를 피워서 그 것 때문에

국적을 바꿨다고 한다.

[ 애가 공항 입국심사하는 데서

뒹굴고 악쓰고 울고 떼쓰고,,그렇지 않아도

사람 말을 못 알아 듣고 고집이 센데.. 정말

힘들더라고,, 특히 한국 갈 때마다..

딸은 일본 국적이니까 외국인 줄에 서고,

나는 한국인이니까 자국민 줄에 섰거든,,

지금은 아주 편해..]

 

국적을 바꾸는 것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이

없었던 건 아니었단다. 하지만 국적이

바뀐다고 내가 한국사람이 아닌 것도

아니고  앞으로 아이이 살아가는데 있어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 바꿨기 때문에

여권만 바뀐거라 생각한단다. 

[ 바꾸고 나니까 여러모로 편하게 생활하고

있는데 왠지 내 마음은 국적 바꾸기 전과

다르게 더 단단해 진 것 같아... 

뭐랄까,, 내 자신이 한국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같은 거라고나 할까..]

비록 국적은 일본으로 바꿨지만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강한

신념 같은 게 생겼다고 한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내 주변에 일본으로 국적을 바꾼 사람은

김 상 이외에  두 명이 더 있다.

거래처에서 알 게 된 박 상은 일본인 와이프와

결혼하고 나서 아이가 태어나자 와이프가 슬슬

국적 바꾸기를 원해 어쩔 수 없이 바꿨다.

[ 와이프가 애들 학교 가게 되면

아빠 성을 따르는데 박 씨라면 괜히  이지매

당할 수 있으니 바꿨으면 한다고 그래서

취학 전에 서류 준비해서 바꿨어요 ] 

박 상 와이프는 그 외에도 한국에 관한  것들은

되도록이면 가정 내에 지우려고 하는

 경향이 많아서 박 상은 서글픈

마음이 든다고 했다.

728x90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 내가 찌개나 국 먹을 때 내가 숟가락으로

먹으면 그걸 너무 싫어해요, 일본에서는 

숟가락 사용 안 한다고,,] 

여긴 일본이고, 일본인과 부부로 사니까

일본 문화를 따라주라는 식으로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기다렸던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한국문화 봉인이 시키고 있다고 했다.

하나하나 따지만 싸움만 날 것 같아

웬만해서 아내의 말에 따르고 있지만

식사문화는 한국식을 고수하고 싶어

굳건히 숟가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한일커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고민

나를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내 전화기에 그녀의 이름이 떴을 대부터 왠지모를 직감이 왔었다. 일본인과 결혼생활 올해 10년을 맞이하는 그녀는 내 후배의 친구로 알게 된 사이다. 역에서 만나

keijapan.tistory.com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또 다른 한 명은 디자이너 이 상이다.

그는 사업을 하고 싶은데 은행에서

외국인이라 대출을 거의 해주지 않아

 오직 사업을 키워 나가기 위해 은행과의

거래를 원활히 하고 싶어 국적을

바꾼 케이스이다.

 일본 국적을 취득한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은행 직원들 태도가 바뀐 것 빼고

아무런 변화를 못 느낀다고 말했던 이 상.

지금은 꽤나 잘 나가는 디자인 사무실과

갤러리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  사무실과

갤러리 이름이 전통문양을 패턴으로

삼아 만든 고유의 한국어로 지어져 있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조금 전, 김 상에게서 부모님 편찮으셔서

한국에 갑자기 다녀왔다며 카톡이 왔다.

한국 공기를 맡고 왔더니 힘이 쏟는다며

삼계탕을 먹는데 내 생각이 나서

선물로 삼계탕 사왔으니

이번주에 만나자고 한다.

300x250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내가 일본에 살면서 생긴 습관들

영화 [ 理想郷]를 봤다. 한국에서는 [더 비스츠 ]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합잡영화인 이 영화는 네덜란드 커플이 스페인 시골 산토알라에 정착하면서 일어났던 일을 영화

keijapan.tistory.com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으려 나라를 바꿨다.

 아이를 위해 나라를 바꿨다.

그래서 그들의 국적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일본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서류상의 분류일 뿐

그들이 한국인임은 틀림없다.

해외에 나가 살면 없던 외국심도 생긴다고

한다. 현실과 타협해 국적변경을 선택했지만

그들은 자신이 태어나 자란  나라, 한국을

더 굳게 가슴에 새기고 생활하고 있다.

'한국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은 상대에 따라 변한다  (1) 2024.07.31
6개월, 블로그를 쉬었다 -2  (9) 2024.07.21
그녀가 또 결혼을 했다.  (0) 2024.07.11
2023년을 정리하던 날.  (2) 2023.12.29
한국 시간은 늘 빠르다  (3) 2023.12.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