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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난 오늘도 일본에서 살고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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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며 돌아온 깨달음이 내게 식빵을

건네며 빵집에 사람들 줄이 엄청나서

 계산하는데 평소보다 30분이나 걸렸다며

정말 사재기가 현실인가 실감했단다.

저녁을 먹으며 오전에 내가 생리용품 사러

약국에 갔다가 포기하고 나왔다는 얘길 했더니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며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면서

 아직도 시부야는 마스크를

안 하고 다니는 얘들이 천지고 다들

 사재기를 하고 도쿄가 봉쇄될지 모른다고

 해도 밤늦게까지 떠들고 놀고 난리라면서

월급날이랑 겹쳐서 더 그랬겠지만

정신을 못 차렸다며 흥분했다.


[ 그건 그렇고 깨달음,,우리도 좀 사둘까? ]

[ 우린 안 사도 웬만한 건 있잖아 ]

[그러긴 한데..오늘 협회 갔더니 다들

좀 사둬야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 다들 뭐 사둔다고 그래? ]

[ 인스턴트 라면, 파스타면, 냉동식품,뭐

그런 간단조리용을 산다고 그랬어 ]

[ 그래? 그래도 사재기를 하게 되면 유럽처럼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물건을 못사게 되니까

안 되는데..] 

 난 오늘 협회에 다녀왔었다.

간단히 미팅을 하고  점심시간이 되자

각자 도시락을 먹으며 얘길 나눴다.

도쿄가 봉쇄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며 생필품이랑 쌀을 사둬야하는데 

저녁시간까지 슈퍼에 남아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도 나왔다.


다카오카 상은 아들에게 코로나 조심하라고 했더니

젊으니까 괜찮다고, 걸려도 안죽지

않냐고 했다며 자기 자식이지만

참 바보같다고 했다.

에이무라 상은 올림픽 연기가 결정되자마자

감염자수가 늘고 있고 서둘러서 대책을

마련하려는 현정부에 믿음이 안 가서

 봉쇄를 한다고 해도 그러러니 하게 된다고 했다.

올림픽 말이 나오자 다들 이런 상태인데

올림픽을 하려고 했다는 게 웃기지 않냐며

해외에서 엊그제 꽃구경 간 일본인들을

바보 취급하는 기사를 보고 부끄러웠다고

정치인도 정치인이지만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몰라 겁이 난다고 했다.

오오사키 상이 내게 한국이 부럽다면서

일본도 빨리 한국처럼 철저하게 대책마련을

 해야하는데 아직까지도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부가 모르고 헤매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녀들에게 한국은 이렇고

일본은 저렇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비교하고 싶지도 않았고 비교당하는 것도

싫었다.

올림픽을 성사시키기 위해 감염자 수가

늘지 않도록 검사를 해주지 않았고

 코로나 대책본부를 아예 세우지도 않았으며

올림픽이 1년 연기되자 바로 대책본부를 

마련하더니만 급하게 도쿄를 봉쇄할지 모른다며

폭탄선언을 하고 발등에 불을 끄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고나 할까..

참 못됐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먼저가 아닌 올림픽이 먼저였고

국민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가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감추고 올림픽을 

강행하려고 했던 속내가 너무 싫었다.

(일본에서 코로나 19감염자 수가 적은 이유)

https://keijapan.tistory.com/1346


오후 3시가 넘어 에이무라상이 오늘은 좀 

일찍 마무리하고 들어가자며 컵라면이라도

 몇 개 사 둬야 걱정이 안될 것 같다고 했다.

지금에와서 느닷없이 봉쇄하네,

 위기상황이네 말을 해도 실감도 안 나고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국민들만 

괜히 패닉상태로 몰고 가는 게

 아니냐며 투덜거렸다.


깨달음과 나는 이번 주말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외식이 하고 싶으면 배달을 시켜 해결하기로 했다.

어제는 후배가 모처럼 전화를 해서 일본이

 걱정된다길래 나도 모르게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동일본 지진이 났을 때는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하니까 완강히 거부하더니

이번에는 왜그러냐면서 후배가 웃었다.

여기서 행여나 코로나 걸려도 검사도 제대로

못 받을 것 같고, 특히 외국인 입장이니까

뒷전으로 물러날 게 뻔한 사실이기에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언젠가 대학후배가 일본인과 한국인이 뭐가

 다르냐고 물었을 때, 한국사람은 손에 똥을 

들고 있으면서 된장이라 속이고, 진짜 

된장처럼 보이게 만들고, 

일본인은 손에 똥을 들고 있으면서도

똥이 절대로 아니라고 예초부터 똥이란 건

없었다며 강력하게 부인하며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게 똥을 덮고 감추려 한다고 했더니

이해하기 어렵다며 누가 더 나쁜지 모르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누가 나쁘고 옳음을 얘기하려고 했던 게

아닌 일본인과 한국인의 본질이 어떻게 

 다른지 말해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요즘들어 난 일본인들의 응큼한 

속내가 너무 선명히 보여서 자꾸만 

숨이 턱턱 막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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