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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맛집을 구별하는 남편만의 방법

by 일본의 케이 201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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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하고 각 방에 짐들을 넣어두었지만

아직도 열지 못한 박스가 그대로인 상태로

일상이 시작되었다.

서로 시간이 없는 것도 있고,

물건들의 제자리를 아직 못 찾은 것도 있고,,,,, 

 

어제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거의 비어 있는 있는 냉장고와 비상식들에서

반찬거리를 찾고 있는데

깨달음이 안방에서 TV를 들고 와서는 거실 모퉁이에

어정쩡하게 놓고서는 얼른 체널을 돌렸다. 

한국 드라마 [대풍수]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 동이]가 끝날 무렵, [대풍수]예고편을 했을 때 

 왕으로 나오는 지진희가 또 출연하는 걸 보고

무조건 재미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던 드라마였다.

거실 TV는 장식대가 아직 오지 않아 설치를 못한 것도 있고

굳이 빨리 TV를 연결해서 봐야할 이유도 없어서

그냥 방치해 둔 상태였는데 답답했는지

안방 TV를 가지고 오면서

지상이가 낳아준 엄마를 알아 본 것 같다고 

중요한 대목이라며 드라마 설명을 했었다.

오디오 스피커도 그대로,,, 의자들도 그대로인데...

너저분한 거실에 놓고 그냥 보고 있다.

 

내가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어도 모른 채

 넋을 빼고 보고 있길래 워낙에 좋아하니까

그러러니하고 그냥 난 아침을 준비했다. 

어제 사 온 야채와 토마토로 샐러드를 만들고

냉동실에 열려 둔 연어 한토막도 굽고,

묵은 김치, 우메보시, 콩조림, 마른다시마.

그리고 밥도 냉동실에 열려 둔 밥을 누룽지처럼 끓여

겨우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고 서로 빠른 퇴근을 한 다음에

근처 쇼핑센터에서 계란을 시작해 

반찬거리들을 사서 집에 들어오려는데

귀찮으니까 그냥 밖에서 먹고 가자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기가 출근하면서 한국요리집을 발견했다고

오늘 한 번 맛을 보러 가야될 것 같단다.

[ ........................ ]

가게에 들어가 내가 메뉴를 쳐다 보고 있는데

처음 왔으니까 꼭 먹어 봐야할 것,

즉, 국물요리와 비빔밥, 그리고 면,

이렇게 3종류를 시켜서 먹어보면

이 집이 맛집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면서 

먼저 육개장과 비빔밥, 그리고 냉면을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주문했다.

 

하긴 돌솥 비빔밥 돌솥이 지글지글 뜨겁지 않으면

먹지도 않는 사람이고, 냉면의 면발과 국물이

차디 차야만이 쫄깃하고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이런 체크야말로 당연한 거라 생각하고 그냥 알아서 하라고 그랬다.

점원에게 비빔밥과 돌솥비빔밥을 두 개나 시키길래

밥을 두개나 시킬 필요 없지 않냐고 했더니

그냥 비빔밥, 즉 차가운 밥과 돌솥 비빔밥, 뜨거운 밥을

 먹어봐야 반찬관리및 온도조절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단다.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온도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비빔밥은 같은 재료를 넣었지만  상온이였을 때의 맛과

뜨거웠을 때의 맛을 비교해보면

이 집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 음식을 만들었는지 금방 안단다. 

[ ........................ ]

 

먼저, 육개장은 얼큰한 맛이 나야 하는데

약간 부족하다면서 고추장을 몇 번 풀어 넣더니만

그래도 맛의 변화가 없다고 숟가락을 놓았고

냉면은 김치를 걸쳐 먹으니까 맛있다고 만족했었고

돌솥비빔밥은 날계란을 넣는 바람에

꼬들꼬들한 밥맛을 잃었다며 다음에는

날계란의 노른자만 넣어야겠다고 그냥 비빔밥이

개운해서 맛있다면서 남김없이 다 먹었다.

마치 음식 시식위원처럼 하나 하나 맛을 보고

평가하는 버릇은 못 고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나오면서 주말에는 삼겹살을 한 번 먹어 보잔다.

고기 중에서도 삼겹살을 먹어 보면

육질및 고기상태를 모두 알 수 있단다.

 

집으로 돌아와 난 밑반찬을 만들고 있었고

깨달음은 응접실 TV와 오디오를 설치하면서

내일 아침부터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어 다행이라며

[대풍수]에서 나오는 지진희가 왕이 또 되는 거냐고 물었다.

[ .......................... ]

 

미안하지만 난 전혀 모르니까

그냥 검색해서 알아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재밌는 사극드라마를 왜 안 보고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다면서 나보고 이상한 사람이란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장식장에 올린 TV를  만족스럽게 보고 있는 깨달음..

 아침을 먹고 9시가 넘었는데도

다리 뻗고 편하게 느긋하게 드라마 보고 있는 깨달음을 보며

환경이 바뀌어도 사람의 습관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어제 한국요리집에서도 그렇고, 이렇게 변함없이 한국 드라마를

사랑하는 모습을 봐도 고치기는 힘들 것 같았다.

주말에는 고기를 먹으며 또 예리한 평가를 할 것이다.

깨달음만의 맛집 구별 방법이니 그러러니 하긴 하는데

너무 혹한 평가를 할 때는

건축사가 아닌 요리사를 하는 게 훨

체질에 맞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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