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시작한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오후 늦게 깨달음과 함께 잠시 병원에 들러 주사를 맞고 주치의와 개별상담을 했다.
투약중에 발생되는 증상들은 어쩔 수 없으니 힘들더라도 좀 참으라고 그러시며
다음주부터 약의 양을 좀 늘려보자신다.
다른 환자분들에 비하면 아주 잘 참고 계신다고
대단한 정신력을 갖고 계신 것 같다고 칭찬을 해주시자 듣고 있던 깨달음이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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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실을 나오며 왜 웃었냐고 물었더니 그 어떤 독한 약도
당신 앞에서 맥을 못춘다는 걸 의사도 눈치 챈 것 같아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단다.
아까 주사 맞을 때도 보니까 고개도 안 돌리고 주사바늘을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고
남자인 자기도 주사바늘을 못 보는데 역시 당신은 달랐단다.
그러면서 당신은 육체도 정신도 최강이라고 멋지다고
대한의 딸은 곤죠(근성, 성질)가 다르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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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거기서 왜 대한의 딸이 나오냐고 사람마다 참을성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어른이 주사가 뭐가 무섭냐고 그랬더니, 그러니까 독하단다.
채혈할 때도 3병이나 피를 뽑는데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걸 보고
역시 슈퍼우먼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단다.
그런 나를 보면 한국인에 강한 정신력과 인내심을 엿볼 수 있단다.
모든 건 개인차라고 난 어릴 적부터 병원을 무서워하지 않았다고 얘기를 끝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코리아타운에서 깨달음이 발길을 멈췄다. 바로 호떡집....
젊은 언니들이 줄 서서 먹으며 사진을 찍고 난리다.
그 속에 들어가 빤히 호떡을 쳐다보길래 하나 먹고 가자고 그랬더니
자긴 부끄러워서 못 먹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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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긴 뭐가 부끄럽다는 소린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눈을 흘겼더니
자긴 나처럼 강하지 못하고 연약한 남자라고 젊은 언니들 속에서 뜨거운 호떡을
후후 불어가며 먹는 게 챙피하단다.
뭔 소린지???
깨달음은 가끔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중성적인 성향을 보일 때가 있다.
차라리, 깨달음이 여자로 태어나고 내가 남자로 태어나 만났으면
100프로 완벽한 부부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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