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깨달음은 사무실로 가
작년에 장식해 둔 쿠마노테(熊の手)를
가져오기로 하고 나는 그 시간에 맞춰
신주쿠(新宿)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로 향했다.
매년 쿠마노테를 구입하다보니 요령이 생겨
허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동선을 최대한 줄였다.
쿠마노테는 자영업자들이 사업번창을 위해
사업장에 놓아두는 일종의 장식품이다.
이 장식은 대나무로 만든 갈쿠리
모양이 곰발바닥처럼 생겼다고 해서
구마노테라 불린다.
11월 유일에 일본 각지의 절이나 신사에서
열리는 축제의 하나이며 요즘은 자영업자들
뿐만 아니라 새해를 맞이해서 풍요와 가정 내
안정과 건강을 기원하고 재해를 막기 위해
작고 귀여운 쿠마노테를 사다가 집에
장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가 진자 (神社)에 도착했을 때 깨달음은
참배를 하기 위해 늘어선 줄에 서 있다고 했다.
나는 한 바퀴 둘러보고 늘 구매하는 곳으로
가서 미리 인사를 드리고 깨달음을 기다렸다.
아저씨는 올해 깨달음 사업이 어땠냐고
일본 경기가 별로 좋지 않아 건축업계가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다.
난 덕분에 그냥 잘 지나갔다고 대답하며
요즘 물가상승과 엔저현상이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침 깨달음이 와서
마음에 드는 쿠마노테를 골랐다.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빠른 새해인사를 받고
다시 사무실이 있는 시부야(渋谷)로 옮겼다.
택시 안에서 내가 물었다.
[ 깨달음, 맘에 들어? ]
[ 응, 올 해가 가장 마음에 들어, 고마워,
매년 당신이 사 주니까 기분이 더 좋아.
여기 봐 봐. 배랑 돛이 있어 ]
[ 웬 배? ]
[ 내년에는 순풍에 돛을 단 듯 무난하고
순조롭게 일을 헤쳐나가기 바라는 마음에서 ]
금덩이, 벼, 매화, 거북이, 학, 엽전, 잉어,
쌀가마에 내년은 용 띠해여서 용도 두 마리
들어있어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 운이 좋다는 것은 다 꼽아 놓았네 ]
[ 원래 그래.. 쿠마노테는..그래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좋은 운기를 받은 것 같잖아 ]
시부야역에 도착해 깨달음은 사무실로,
나는 택사 안에서 받은 지도를 보고
맛집으로 소문났다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태국요리 전문점인데 깨달음 회사
직원 중 한 명이 먹는 걸 좋아해 시부야
골목골목을 매일같이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찾아낸 맛집이라고 했다.
점심이 지났는데도 손님이 계속 밀려오고
예약해 둔 우린 다행히 자리에 앉았지만
웨이팅이 많아 그냥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 맛있다.. 진짜.. 태국요리 오랜만이네.
완전,, 태국 현지 맛이야..]
[ 그래서 인기가 많아, 일본인 입맛에
맞추지 않고 태국식이어서 ]
[ 당신 안 매워? ]
[ 매워.. 아주 많이..]
같이 나온 밥으로 입 안의 매운맛을
잠재우려 애를 썼다.
나는 진자에서 아저씨랑 나눈 대화내용을
말하면서 내년의 전망을 넌지시 물었다.
시공비가 예산보다 두배로 들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라며 내년에는 자재비, 인건비 모두
더 뛸 게 분명하다고 했다.
[ 총리가 새로 선출돼서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물가상승은 계속되고
서민들은 더 살기 힘들 거야 ]
깨달음 대학 선배 반 이상이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지금까지도 열심히 일을 하는 이유는
연금으로만으로 노후를 지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돈의 가치가 점점 엷어지고 있어서
끊임없이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는 상황이
되어간다며 갑자기 한국에 대해 물었다.
[ 근데. 한국도 물가가 너무 올랐다던데? ]
[ 당신도 느껴? ]
[ 유튜버에서 다 나 와 ]
한국 다녀온 일본인들이 일본보다 물가가
더 비싸서 그냥 못 사고 돌아온다고
만 원짜리 점심이 많이 사라졌다고 했단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롯데마트, 이마트에서
쇼핑하는 걸 보여주는 유튜버들이
가격을 비교하는데 예전처럼
저렴한 게 별로 없더라면서 엔이 더 이상
떨어지면 한국에 역전될 거라며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예전에 했던 약속을
지켜줄 거냐고 물었다.
[ 무슨 약속? ]
[ 나, 한국에서 살면 당신이 책임진다고 했지? ]
[ 응, 모든 거 책임질게 ]
[ 정말 일 안 하고 나는 맨날 놀러 다녀도 되지? ]
[ 그럼, 그냥 놀아, 여기서 열심히 일 했으니까 ]
[ 진짜지? ]
[ 진짜야, 여기서 충분히 일 했으니까
한국에서는 휴양한다고 생각해 ]
[ 휴양? 그럼 한국이 나한테는 휴양지가 되네.
너무 기분 좋은 단어다..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일본경제가 침체돼서
죽을 맛이라던 깨달음 얼굴이 활짝 피었다.
한국 물가가 앞으로도 어떤 변동을 부릴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정말 휴식 같은
시간만을 만들어 줄 생각이다.
어학원도 다니고 방방곡곡 여행도 다니면서
지금껏 한국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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