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타운에 잠깐 들려 사고 싶은 게 있다는
메이짱은 사람들이 줄이 서 있는 가게마다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새로 생긴 카페가 완전 한국식
인테리어라며 케이크랑 빵도
지금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것들이라고
약간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나보다 훨씬 한국소식이 빠른 메이짱은
내 블로그에서도 두어번 소개된 친구이다.
한국 음식 만들기를 취미로 삼고 김치는
물론 잡채며 각종 전까지 손이 가는
음식들도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한다.
코로나로 3년이상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은 내가 시간을 그녀에게 맞췄다.
내게 미술치료를 받았던 그녀는
내성적이며 소극적이였다.
이혼 후, 한국 드라마를 접하면서
한국요리에 흥미를 갖게 되고
하나씩 만들어보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붙어
우울했던 시간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는 그녀.
우리 집에도 초대를 해서 개인교습처럼
몇 가지 찌개와 나물요리를
가르쳐주기도 했었다.
한국 슈퍼 두 곳을 갔다가 꼬치어묵과
해물칼국수를 사들고 나오려다 입구에서
팔고 있는 만능소스를 집어 들고는
판매원에게 해물칼국수에 넣어도 되냐고
물으면서 나를 한 번 쳐다보길래
나는 안 먹어봐서 모른다고 했더니
일단 사겠다고 바구니에 넣었다.
쇼핑을 마치고 우린 그녀의 집과 가까운 곳으로
옮겨 좀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그림은 가끔
그렸는지, 이사는 왜 했는지 근황을 물었더니
대뜸 재혼을 해서 이곳으로 이사한 것이라고 했다.
[ 잘 됐다. 축하해~ ]
[ 케이짱 덕분이야 ]
[ 뭐가? 왜 내 덕분이야? ]
[ 한국요리 가르쳐줬잖아, 남편도 먹는 걸
좋아하거든, 그래서 만나게 됐고,,]
[ 요리하면서 만난 거야? ]
[ 그냥,, 요리모임 같은 데서..]
더 듣고 싶었는데 많이 부끄러운지
흐지부지 말을 흐렸다.
재혼 후 맨날 이것저것 해 먹기만 하느라
살이 엄청 많이 쪄서 다이어트하자고 날마다
입으로만 약속하고 있단다.
그리고 작년 연말에 남편과 신혼여행 겸
한국에도 다녀왔다면서 내게 사진을 몇 장 보여줬다.
[ 메이짱, 엄청 행복하게 보인다 ]
[ 먹을 게 많아 행복했지...]
참 밝게 변한 모습이 너무 좋아서
그녀를 이렇게 변화시킨 게 뭐였을까
하나씩 분석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쪽으로 이사를 한 이유는
우에노시장(재래시장)과 가까워서이고
그 시장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모든 식재료를 뭐든지 쉽게
구할 수 있어서라고 했다.
[ 그럼 오늘 코리아타운 갈 필요 없었잖아]
[ 여기 우에노 시장을 다 돌아다녀도
못 구한 게 있었어 ]
[ 그게 뭔데? ]
[ 소스 ]
[ 무슨 소스, 아까 그 소스? ]
[ 아니 ]
유튜브를 보면 한국 주부들이 간편식 소스로
여러 요리들을 다양하게 만드는 걸
봤다며 생선조림 소스를 사고 싶었단다.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이랑
코스트코나 대형마트에서 사 온 한국
즉석식품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먹어봤단다.
삼계탕, 갈비탕, 육개장, 불고기, 김치찌개. 곰탕,
떡볶이, 찜닭, 짜장면도 먹고, 시중에 판매하는
각종 소스들로 직접 요리해서 먹기도 했는데
생선조림 소스를 못 구했단다.
완전 주부가 다 되었다며 지난번 한국에서
사 왔던 간편식 찌개소스로
요리 모임에서 만들어 먹었는데 다들
완전 한국하고 똑같다며 절찬을 했단다.
이렇게 간단히 편하게 한국맛을 낼 수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워서 비싼 한국식당 갈
필요 없다고 다들 사고 싶어 했단다.
[ 그렇게 맛있었어? ]
[ 완전 한국 식당에서 먹는 거랑 같더라고,
된장찌개는 쉬운 듯 어렵잖아, 특히
일본사람이 아무리 한국 된장으로 해도
그 맛이 안 나는데 , 그 소스만 있으면
완전 최고 맛집 맛이 난다니깐
특히, 순두부찌개는 최고 히트였어 ]
그래서 아줌마들이 공동구매 하고 싶다고
사이트를 다 뒤져도 찾기 못했단다.
코리아타운에서 파는 소스는 맛이 별로여서
자기가 먹어 본 브랜드여만 한다고 강조했다.
우린 머리를 맞대고 같이 검색을 하면서
그녀가 다른 일본 주부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는 소스를 몇 가지 캡처했다.
그 많은 소스 중에서도 1순위는 순두부찌개이고
두번째가 된장찌개라며 생선조림도 저장했다.
내가 주문할 수 있는 것들은 주문하는 걸로 하고
검색을 하는데 나도 모르는 죽종류까지
정말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간편식이 가득했다.
새로 이사한 곳에서는 한국요리 강습을
해 보고 싶다는 그녀.
아직은 자신이 많이 없지만 주변에서 맛있다고
한국맛이 많이 난다고 칭찬을 해주니까
용기가 조금씩 생겼단다.
못 봤던 3년간, 메이짱은 많이 단단해져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을 것 같으니
숙제처럼 내줬던 것들은 그냥 안 해도
된다고 했더니 가끔씩 그릴 거란다.
다음에 우리 집에서 보자고 했더니
자기 요리 모임 친구와 같이 가도 되냐면서
식혜 만드는 법을 알고 싶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어쩌면 그녀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내면이 강한
사람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혜는 나도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그녀를 위해서라도 미리
연습을 해둬야 될 것 같다.
그나저나 저 소스를 어디서 사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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