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머니,,깨서방입니다, 식사하셨어요?]
[ 지금 뭐 하세요? 한국도 시원해졌어요? ]
[ 오머니, 추석에 못 가서 죄송해요 ]
[ 시장에 같이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죄송해요]
[ 오머니, 맛있는 거 많이 하세요? ]
[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조금만 하세요 ]
[ 감기 조심하시고 추석 잘 보내세요]
[ 오머니, 식사하셨어요? ]
[ 지금 뭐 하세요? ]
[ 시원해졌어요? ]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바꿔달라고 해서 적어줬더니
10분이 넘게 계속해서 발음과 악센트
연습을 하고 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 어때? 발음 좋아졌어? ]
[ 응, 좋아졌어, 전화해도 될 것 같애.. ]
엄마와 통화를 할 때 깨달음 악센트가 애매해
못 알아들으실 때가 있다고 했던 걸 기억하고는
깨달음이 연습에 연습을 더했다.
[ 엄마, 뭐하고 계셨어? ]
[ 응, 깨서방이 인자 말을 잘 하네..]
[ 아니야,,연습 많이 해서 그래..]
[오메,,늙은이 알아먹게 한국말 연습했는갑네..
어쩐지 오늘은 잘 들리드라고,,]
[ 추석 준비하느라 바쁘시겠네..]
[ 아니여,,나물 몇가지만 할라고 지금
도라지까고 있다, 니기들은
한국에 못 온께 거기서 추석 쇠야 쓰것네..]
[ 네,, 우리가 가서 도와 드려야하는데
날이 잘 안 맞네...죄송해요..]
[ 뭐시 죄송해...그런 소리 말고
추석날 깨서방이 좋아하는 거
준비해서 둘이라도 잘 보내라~]
[ 알았어요, 근데 엄마,,
깨서방이 우리가 광주 내려가서
살자고 그러네..]
[ 오메..뭔 소리여~깨서방 회사는 어찌고?]
[ 깨서방은 한국가면 일 안 할 거니까
나보고 돈 벌어서 자기 먹여살리라네..
그걸 약속하면 언제든지 한국 간다고 그랬어~
자기는 한국어 공부하면서 놀러 다닐거라고
나한테 돈 벌어오래~]
[ 오메..뭔 일이다냐,,우수와 죽것네....
깨서방이 그런 소리도 할지 아네..]
그래야제..깨서방도 인자 쉬어도 쓰제..
근디 느닷없이 어째 그런 소릴 한다냐? ]
[ 다른 딸들은 다 자식들 있어 자유롭지 못하고
우리는 둘 뿐이니까 엄마를 돌봐야 할
자식은 우리 부부뿐이라네,, ]
[ 오메..말만 들어도 고마와죽것네..]
[ 그니까, 엄마, 기다리셔~, 우리가 언제
짐싸들고 엄마네 집 근처로 이사할지 몰라~]
[ 아니여,,그렇게 말해 준 것만해도 너무 고맙고
충분히 마음 알았응께 행여나 진짜로
올라고 하지말고 그냥 일본에서 살아~
마음만으로도 진짜 고맙다고
깨서방한테 꼭 말해라잉~
글고 한국에 와도 서울도 아닌 광주에서
뭘 하고 살 것이냐,,, 긍께 그런 소리 말고
지금처럼 일본에서 살아~알았지? ]
엄마와 긴 통화를 끝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전화를 끊자 어머님이 뭐하고 계시냐고 물었다.
[ 응, 도라지 까고 계신대..]
[ 도라지? 속살 하얀 거? 지난번 내가 좀 했던 거?]
[ 응,,지난번 엄마집에서 당신도 조금 깠던 거..]
다음날 아침 따끈한 도라지나물을 먹으며
깨달음이 감탄을 했었다.
껍질 까는건 정말 귀찮던데
이렇게 맛있다면서 역시 수고하지 않고서는
쉽게 맛 볼 수 없다며 두그릇 비웠었다.
[ 근데 지금 어머님이 혼자 까고 계신대?]
[ 그러지..누가 없잖아,,,우리가 안 갔으니까,,]
[ 어머니가...짠하다. 혼자서,,.]
[ 어쩔 수 없지..아, 당신이 얘기한
한국행 말씀 드렸더니 오지말고 그냥
일본에서 살아라시네..마음만으로도
당신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전해달라셨어 ]
[ 역시,,그래도 우리가 어머니 곁에서
살아야하지 않겠어? 될 수 있으면
빨리 가고 싶은데 그게 언제일지
기약은 못하지만,,,,
난 당신이 한국에서 직장만 잡으면
바로 갈 마음이 있으니까
어머니께 빨리 효도하고 싶으면
어서 한국 직장을 알아봐~]
[ ........................ ]
[ 근데, 당신 한국에 가면 시부모님은 어떡해..
당신 장남이잖아...]
깨달음이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연다.
[ 음,,,우리 동생이 하겠지..그리고
일본 자주 가서 찾아 뵈면 서운하게 생각
안 하실거야.]
깨달음이 예전부터 장난처럼 했던 얘기들이지만
오늘은 아주 진진한 태도로 임하는 게
고마우면서도 마음 한켠이 왠지 묵직해 왔다.
자기가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장모님과 함께 하려는 그 마음에
미안하고 고맙고 솔직히 복잡한
감정들이 스쳤다.
깨달음이 정말 한국에서 노후를 맞이한다면
한국어 어학원을 다니고
역사탐방을 하며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런 깨달음을 난 전력을 다해
서포트해주고 싶다.
엄마를 위해서, 그리고 깨달음을
위해서도 한국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주변정리가 쉽지가 않다.
자꾸만 시부모님이 눈에 밟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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