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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홀로 계신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것

by 일본의 케이 2016.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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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에서 광주로 돌아오는 길 

우린 병원에 들렀다.

큰 언니 시어머님이 계시는 암요양병원이였다.

병원에 들리기 전에 먼저 시어머니 아파트에서

필요한 속옷들을 챙겨 병원에 향하던 길

엄마가 차 안에서 서럽게 우셨다.

“ 아무도 없는 썰렁한 아파트에 들어간께

기분이 요상하고,,

꼭,,내 모습을 본 것같아서 너무 슬프더라,,

늙어서 병들어 이제 죽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헌께 징하게 서럽고, 니기 시어머니 마음을

생각해본께 얼마나 억울하고 기가 막히실까

말도 다 못할 것인디...,,, 

한 번 터진 엄마의 슬픔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앞자리에 있던 깨달음이 걱정스런 눈으로

엄마와 함께 울고 있는 큰 언니를 번갈아 쳐다봤다.

병원에 도착했더니 마침 저녁식사시간이여서

우리는 그냥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엄마와 언니가 병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 무렵, 

엄마와 큰 언니는 또 눈물을 훔치며

병실을 나왔고 우리는 차에 타고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엄마가 한마디 하셨다.

“ 늙으믄 죽는 것이 당연한 것인디,막상 사람들이

병들어 죽어가는 걸 보믄 속이 상허다..

곧 나한테도 닥칠 일이여서 남의 일 같지 않고

그래서 더 서운하고 서럽고 그런다...

혼자 병원에서 저러고 있는 모습도 짠하고,,

자식들도 다 필요없고,,,,”

듣고 있던 큰 언니가 말을 이어갔다. 

“ 우리 시어머니, 혼자 사실 때는

 곧 돌아가실 것 만 같았는데 

병원에 들어가시니까 저렇게 정정하게 

다시 살아나셔서 참 다행이야.

아프지만 않으셔도 더 오래 사실 건데..

엄마 말대로 자식들 다 필요없어..

그니까 엄마도 아프지 않게 몸 관리 잘하셔..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깨달음이 

내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 밥 먹고 우리 가라오케 가자, 오머니 기분이

 안 좋으니까 기분도 풀어드리게.. 

 엄마, 깨서방이 노래방 가자네,

엄마 기분도 꿀꿀하니까 가서

노래도 부르고 스트레스도 풀어버리시라고..

그렇게해서 우린 엄마와 함께 6년만에 

같이 노래방에 갔다.


깨달음은 자기가 알고 있는 한국노래,

특히 옛날 노래들을 총 동원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깨서방의 [ 돌아와요 부산항에 ]를

듣고는 엄마와 언니는 눈물바람을 했다.

 어째..깨서방이 부르는 노래는 슬프다냐,,

이상하게 구슬프게 들려.,목소리가,,,.

나는 한 번도 그렇게 못 느꼈던 깨달음의 목소리가

가족들에겐 구슬프게 들렸던 것 같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트롯트를 열심히 찾아 

엄마는 노래를 하고, 큰 언니는 탬버린을 흔들고

나는 오랜만에 재롱을 떨고 있는데

깨달음이 춤 추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사진을 연속해서 찍었다.


그렇게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일본으로

돌아오던 날 저녁 엄마가 전화를 주셨다.

 도착했냐피곤하것다깨서방은?”

응 엄마지금 샤워 중이야

우리보다 엄마가 이것저것 해주시느라

 고생이 많았지 뭐깨서방 좋아하는 것 

챙기느라 엄마가 신경 많이 쓰셨잖아…….”

아니여내가 그런 것 말고 해줄 게 없응께

 당연히 하는 것이고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여.

깨서방이 잘 먹어준께 내가 더 고맙드라.”

엄마이제 좀 쉬세요

다음에 또 시간 내서 갈게요.”

알았다근디옆에 깨서방 없지?

샤워한다고 그랬지?”

?”

너는 뭔 돈을 그렇게 많이 넣냐?

내 책상 서랍에 있드만돈 필요 없다고

 그래도 너는 어째 그렇게 돈을 넣냐

내 마음이 많이 불편해야.

 깨서방은 모르는 돈이지?”

아니야엄마깨서방이 엄마 드리라고 한 거야

우리가 한국에 자주 못 가니까 용돈이라도

 많이 드리자고 얘기하고 드린 거야

깨서방도 아는 돈이니까 걱정 마세요.”

아니근디 난 참 맘이 불편허다

너한테도 그렇고 깨서방한테도 밥 해준 거밖에

 없는디 이렇게 큰 돈을 받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그냥 사위가 주는 용돈이라 생각해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시고 그래.

다른 형부들한테 받는 것처럼 

그냥 편하게 받으시면 돼.”

우린 한국에 한 번씩 갈 때마다 

엄마에게 용돈을 듬뿍 드리는 편이다

다른 이유 없이 그냥 가깝게 있지 못해

 죄송한 마음으로 드린다.

더 솔직히 말하면 해 드릴 수 있는게

돈 드리는 것 밖에 없어서이다.

홀로 계신 엄마를 두고 떠나 오는

내 발걸음을 더 가볍게 하기 위함이다.

조금이나마 내 마음의 죄송함을 덜고 싶어

돈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내 속내이다.

함께 식사하고, 말벗이 되어 드리고

같이 산보도 다니며 맛있는 음식도

사드리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그래야하는데...

혼자 계신 엄마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님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그래도 

돈이라도 드릴 수 있는 이 상황이 다행이라며

알량한 위로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있다.

차 안에서 서럽게 우시던 엄마모습이

오늘도 날 붙잡고 있어 쉬 잠이 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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