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금 일본은..

남편은 언제쯤 한국에 갈 수 있을까

by 일본의 케이 2020. 5. 6.

매달 25일,우린 각자의 월급에서 2만5천엔씩,

 한달에 5만엔(한화 약57만원)의 

여행경비를 모은다.

어느정도 금액이 모아지길 기다리지는 않고

그냥 이렇게 모아두면 좀 더 편한게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취지에서 결혼하고

바로 여행비 명목으로 따로 챙겨두었다.

작년에는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모아져

친정엄마와 시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실제로 이 돈을 여행비로

 사용하기 보다는 가끔 비지니스석으로 

변경하거나 호텔을 좀 더 괜찮은 곳으로 

선택하는데 지출했던 것 같다.

해년마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 맞춰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아무곳도 갈 수가 없다.

[ 깨달음,, 꽤 모아졌는데 ...? ]

[ 그냥,,뒀다가 내년에 쓰면 되겠지,, ]


갑자기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올 해

가려고 했던 피지(Republic of Fiji)를 못 가게 

됐다며 아직도 가보지 못한 나라가 이렇게 많은데

언제 다 돌아볼 수 있을련지 까마득하다면서

더 늙기전에 보고, 먹고, 느끼고 싶단다.

[ 아프리카도 가야 되는데...

페루하고 이스라엘도 가야 되고,,

스페인의 가우디 건축물도 또 보고싶고..]

깨달음의 버릇인 혼자말이 시작됐다.

이럴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못 들은 척해야

그 혼잣말이 없어지는 걸 알기에 난 살며시 

거실을 빠져나와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 무렵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스크는 잘 쓰고 다니는지, 집에서 뭘 하고

 지내는지, 하루 세끼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여러가지로 걱정이 많으셨다.

그리고 깨서방 회사는 타격을 받지 않았는지

 집 근처에 큰 병원이 있는 것까지 염려하셨다.

뭔가 필요하면 보내주겠다고 하시면서 

한국에 올 생각은 없냐고 넌즈시

물으셨다. 한국은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있는데 일본은 아직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뉴스에서 그럴 때마다 불안하시단다.


통화를 하면서 깨달음에게 엄마와 통화중임을

알리고 대화하겠냐고 했더니 하겠단다.

[ 오머니, 깨서방입니다. 식사하셨어요? ]

[ 응 나는 먹었는디 어찌까,,깨서방이 코로나 

때문에 꼼짝을 못하고 고생이 많것네.]

[ 괜찮아요 ]

[ 뭐 먹고 싶은 거 없는가? ]

[ 괜찮아요, 없어요 ]

한국에 와서 좀 쉬었다 가믄 좋은디..어차피

회사도 안 나가고 집에만 있응께 여기와서

좀 있다가 가믄 좋겄다는 속없는 생각이 드네 ]

엄마가 한국에 와서 좀 쉬였으면 한다는 말에

깨달음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한국에 가고 싶어도 지금 일본인은

한국에 갈 수없다며 내게 엄마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드리라며

전화기를 넘겼다.


엄마에게 지금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국적인

깨달음이 예전처럼 무비자로 자유롭게

한국에 갈 수 없음을 말해드렸더니

그러냐고 오고 싶어도 못오는 거냐며

안쓰러워하셨다. 그리고 인삼이 면역력을

높이는데 좋으니 좀 보내주신다고 하셔서

사양을 하고 코로나가 깔끔하게 끝나면 

깨서방이랑 같이 한번 가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자기방에 들어가 있던

 깨달음에게 갔는데 스텐드만 켜놓고

 도면을 정리하고 있었다.

[ 안 어두워? 왜,,불을 안 켰어? ]

[ 집중하고 싶을 때는 스텐드가 좋아,

어머님이 뭐라셔?]

[ 조심하라고 그러시지. 당신 걱정

많이 하셨어. 맛있는 거 많이 해 먹이라는

말씀도 빼놓지 않고 하셨어 ]


아까 장모님과 통화를 하면서 자기가 한국에 

못 간다는 걸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정말 가고 싶을 때 갈 수 없다는

현실이 갑자기 슬퍼졌다고 한다.

[ 깨달음,,오바 하지마,,코로나 끝나면

바로 갈 수 있잖아, 그래서 엄마한테

잠잠해지면 가겠다고 말씀 드렸어 ]

난 다음달 6월에 잠시 한국에 다녀와야한다.

아마도 깨달음은 그 때 나와 함께 가고 싶은데

 일본이 6월에도 코로나를 막아내지 못할게 

분명하고 그렇게되면 외국인인 자기가

한국에 가기 위해서는 특별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자기는 받을 자격이 안 된다고 했다.


[ 깨달음,,비자 조건도 알아봤어? ]

[ 응, 당신이 6월달에 갈 때 나도 가고 싶어서]

[ .......................... ]

나랑 같이 가기 위해 비자조건을 알아봤다는 

말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서울에 가면 종로 뚝배기 된장찌개도 먹고,

광장시장에 빈대떡, 서촌에서는 만두,

일미집에 간장게장도 먹고 싶고

먹고 싶은게 천지인데 언제 가게 될지

전혀 계획을 세울 수 없어 

짜증난다는 깨달음..


[ 깨달음,6월에는 무리일지 모르지만 여름쯤이면

코로나를 잡지 않을까?]

[ 당신도 봤잖아, 어제 아베총리 기자회견,

지금이 벌써 5월인데 이제서야 PCR검사센터를

설치한다고 하니 한숨만 나와,,

아직도 멀었다는 소리야, 즉, 나는

 6월에 못 갈 확률만 더 높아진거야 ]

약간 흥분기미를 보이는 깨달음에게

혹 이번에 함께 못 가더라도 사태가 좋아지면

바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고 달랬다.

깨달음은 긴급사태가 5월6일로 끝나면 조금씩 

여행도 다니고 6월에 한국에 갈 생각에

꾹 참았는데 또 한달가량 연장한다고 하니까

참았던 스트레스가 폭발할 것 같단다.

5월말까지 우린 또 지금처럼 

외출을 삼가하고 스테이홈을 지켜야한다.

깨달음과 예전처럼 자유롭게 함께

한국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