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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당신은 똥손이 아니야, 괜찮아

by 일본의 케이 2020. 2. 3.

퇴근을 하고 우린 한국문화원에서 만났다.

 한일음악의 아와 취( 아담하고 우아한 정취)

관람을 하기위해서였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깨달음은 자기가 

늘 이런 이벤트에 당첨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왜 같은 시간대에 거의 1분의 차이도

없이 응모를 하는데도 자기만 

꼭 떨어트리는지 당담자에게 물어보고 

싶다면서 볼멘 소릴했다.

이번에도 관람객 300명 추첨선발에 내가 당첨이

되었고 깨달음은 언제나처럼 뽑히지 못했다.

나는 그 불만을 뭐라 위로할 수 없어서

 그냥 단순한 확률일 뿐이라고

얼버무렸다.


[ 봐 봐, 앞으로도 이렇게 재밌는 이벤트가

많은데 또 나를 안 뽑아줄 거 아니야 ]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놀이 찌라시를 들고

약간 흥분하는 깨달음을 조용히 달랬다.

[ 깨달음, 안 뽑아주는 게 아니라 그냥 운이

조금 없었을 뿐이야, 앞으로 또 응모해보면

이번에는 당신이 될 확률이 더 높을거야 ]

이 정도로 진정을 시키고 공연장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로

깨달음을 데리고 갔다.


오늘 출연자의 이력을 꼼꼼히 살피며 깨달음은

 마음을 가다듬었고 정각 7시가

되자 막이 열렸다.

일본인 출연자는 전통악기인 

샤미센(3현악기)를 연주하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오는 동요와 민요를 불렀고

한국 분은 심청가에 판소리를 선보였다.

공연중 사진촬영 금지여서 분위기를 전달하기

 여렵지만 일본의 샤미센은 일본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경쾌함이 섞어서 좋았다.

심청가는 아버지가 심청이를 만나

눈을 뜨는 대목이였는데 애끓는 부정이 

판소리에 묻어나서 가슴이 찡했다.

약 1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늦은 저녁을

하기위해 근처 중화요리집에 들어갔다.


 오늘 공연은 너무 좋았다며, 마지막에 두 팀이

샤미센과 한국의 북이 한대 어울려 

합주하고 짧게나마 합창하는 부분이 

꽤나 감동적이였다고 했다.

역시 프로들이 보여주는 레벨은 확연히 다르다며

심청가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표정이랑

몸짓으로 아버지를 부르고 심청아라고

딸을 부르면서 아이고, 아이고하는 소리에 

애절함을 느꼈다며 무료로 보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좋았다고 이런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줘서 내게 고맙다고 했다.

[ 근데,,나는 딱 한번밖에  당첨이 안 되고

왜 당신만 6번 모두 당첨 되는 거지?,

여기 뿐만 아니라 난타 이벤트도 당신이 되고,

렌덤으로 하는 기계로 추첨을 해도 그렇고,

 직접 손으로 뽑아도 당신은 꼭 당첨되더라,

왜 같은 사람한테만 운이 계속 따르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 ]


그랬다. 이런 이벤트 응모 뿐만 아니라

난 뭔일인지 이런 행운이 좀 따르는 편이였다.

엽서가 뽑혀 라디오를 받기도 하고,

쇼핑몰 행사에서는 상품권을 받았고, 

 먹거리 이벤트에서는 앙케이트를 하고 

나서 숯불닭갈비가 당첨이 되었다.

하다못해 사다리타기를 해도 늘 난 좋은 위치

좋은 자리를 선택하는데 그에 반면 깨달음은 

뭘 해도 항상 꽝이나 없음, 다음기회를 뽑았다.

어떻게 말을 할까 잠시 고민하다 확실히

 설명을 해줘야할 것 같아서 입을 열었다.


[ 깨달음,,한국에서는 그런 운이 많이 없는

 사람들을 칭해서 똥손이라고 그래,,]

[ 톤손? ]

[ 아니, 똥손 ]

똥손이 무슨 뜻인지 알기쉽게 얘기해줬더니 

너무 슬프면서도 리얼한 표현이란다.

[ 그럼 당신처럼 운이 좋은 사람은 뭐야? ]

[ 금손? 아니면 은손?이라고 불러,,]

깨달음은 자기 손을 몇 번이고 

뒤집어보고 만져보다가 그럼 자기에게

 운을 좀 나눠주란다.

[ 알았어, 당신에게 다 줄게 ]

진짜 꼭 나눠 주라며 새끼손가락으로 

약속을 걸면서도 자기가 그렇게까지 운이 없는 

남자가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자기가 어릴적, 무형문화재로 유명한 마츠리에서

제일 높은 자리인 꼬마신으로 뽑힌 적이 있을만큼

나름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자부하고 살았는데 나를 만나보니

자기가 가지고 있는 운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였다는 걸 느꼈단다.

어디에서나 무엇을 하던지 행운이 뒤따르는 날

직접 보게 되니까 행운이나 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단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기 손을 또 유심히 관찰하다가

 똥손이 아닌 돈손이라면서 일상에서 펼쳐지는

 자잘한 행운은 별로 없을지 모르지만 

자기에게는 돈이 붙는 손이라 생각한다며

자기 손을 돈손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 돈손,,좋네,,돈이 끊임없이 따르는 손이니까

금손, 은손보다 훨씬 낫네 ]

금손, 은손보다 좋다는 말에 깨달음

기분이 한층 좋아진 듯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똥손, 금손이라는 말을 누가,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출처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깨달음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둘 중에 하나라도 행운이 따른다는 건 매우

감사할 일이고 또 아니면 아닌데로 그냥 

서로의 좋은 기운을 밀어주고, 받아가며

살아하면 될 것이다.

그래도 3월에 있는 공연 이벤트에는 꼭

깨달음이 당첨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야 의기소침해진 깨달음의 기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기대반, 걱정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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