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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남편의 기억을 되살린 한국의 트로트

by 일본의 케이 2019. 4. 1.

지난 28일,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주체한 

한일전통무용페스티벌이 있었다.

한달 전 깨달음과 같이 응모를 했는데

이번에도 변함없이 내가 당첨이 되었지만

깨달음에게는 내가 아닌 당신이 당첨된 거라고

기분좋은 하루를 선물했다.

원래 자기는 그런 운이 없다고 불만이 많았는데 

자신이 당첨된 게 상당히 기뻤는지

아침부터 콧바람을 불며 출근을 했었다.

작은 일인데도 기뻐하고 만족하는 

깨달음은 아직도 순수한 구석이 많은 사람이다.


7시 공연 시간에 맞춰 적당히 저녁을 하고

좀 일찍 자리를 잡으로 들어가는데 

입구쪽에 있는 팜플렛을 한장씩 꺼내

 자기 가방에 넣었다.


공연이 시작이 될 때까지 꼼꼼히 하나씩

읽다가 영화 예고편 찌라시를 보고는 

[ 형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감사외전] [ 미나문방구 ]라는 영화에 대해 

내게 물었지만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자

그냥 아무말 없이 줄거리를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30분이 지나 공연이 시작되고

한국과 일본의 전통무용과 승무가 선보여졌고 

깨달음은 박자에 맞춰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발로 스탭을 따라하기도 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약 1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어땠냐고 물었더니

기대했던 공연과는 조금 달랐다고 한다.

[ 그래도 박수도 잘 치더만 ]

[ 응, 볼만했어, 근데 춤이 아니라 판소리나 

한국 가요, 음악관련 무대가 나는 더 좋은 것 같애.

솔직히 내 머릿 속에는 미스트롯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가 더 궁금해]

[ 아,,미스트롯 ,,,]

이 프로를 알게 된 것은 지난주 후배에게서

깨달음이 좋아할만한 음악방송이 새로

생겼다며 내게 한번 봐 보라는 연락이 왔었고

처음 한편을 보여줬더니 아직도 이렇게

노래 잘하는 숨은 가수들이 한국에 있는지 몰랐다며 

[팬텀싱어] 가 끝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노래 경연프로를 다시 볼 수있다고 매우 좋아했다.

풋풋한 고고생이 눈물을 흘리면 자기도 울었

간들어지는 트로트를 들으면서 춤사위를 

따라하기도 하며 꼼짝 하지않고 그 자리에서

3편까지 4시간을 넘게 봤었다.



주말에 저녁 식사를 하면서 보기 시작한 

미스트롯을 5회까지 봤고 홍자씨의 [ 비나리]를 

듣다가 통곡을 하듯 울면서 몇 번 돌려보기를 했다.

[ 그렇게 재밌어? ]

[ 응 , 내가 예전에 한번쯤 들었던 노래들이

있어서도 좋고, 모르는 노래가 너무 많은 것도

좋고, 트로트가 이렇게 여러 장르가 

있다는 걸 알아서도 좋아 ]

[ 잡채는 맛있었어? ]

[ 응, 잡채 먹으면서 들으니까 완전 한국 같았어,

근데,,저 곰탕언니 진짜 너무 잘해.

들으면 들을 수록 슬퍼,,목소리가,,..]

처음 듣는 [ 비나리]멜로디가 너무 좋다며

언제쯤 노래냐고 나한테도 부를 수 있냐고 물었다.

부를 수는 있지만 저렇게 맛깔스럽게는 

못 부른다고 하니까 회상에 잠낀 깨달음이

과거 얘기를 술술 풀어냈다.

 옛 노래, 특히 이렇게 트로트를

듣고 있으면 정말 자기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1985년도가 떠오른다며 그 후로

무슨 귀신에 홀린 듯, 매해 한국을 찾아가 

 문화유산지와 역사가 담긴 곳곳을 찾아다니며 

조사하고 연구했던 그 시간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건축설계 연구라는 명목이 있었지만 신세계를 본 듯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들을 느꼈다고 한다.

[ 우린 그 때 한국에서 막걸리를 많이 마셨어.

해물부침개를 하나 시켜놓고, 인사동 뒷골목 

막걸리집에서 영업이 끝날 때까지 마셨던 기억이 나.

명동 지하상가를 지날 때면 항상 뽕짝같은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했고, 저런 트로트를

자주 들을 수 있었어. 근데 나는 그 때도

모든 게 낯설지 않더라구 ]

대학 선배와 함께 한국의 건축양식에 관한

공부를 하기 위함이였지만 실제로 둘 다 연구에

투자한 시간보다는 한국의 밤문화?,술문화?

그리고 친구 사귀는데 관심이 많아 

늘 밤늦게까지 식당에서 술을 마시면서

옆자리 아저씨들과 합석을 하기도 하고

서로 술과 안주를 주고 받으며 선배의 서툰

한국어와 일본어를 아시는 아저씨들이 모여 

특별한 주제는 없었지만 웃고 떠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단다. 주로 한국에서 술 마시는 예절, 

조심해야할 말과 행동들, 남자들이 모이면 빠지지 

않고 하는 여자친구 사귀는 방법 등 그런 얘길

 많이 했던 것 같단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그렇게 서로가 얼큰하게 취하면 가끔 

한국 아저씨가 먼저 선창을 했는데 그 때는

 노래방이 없어서 그렇게 같이 흥얼거리곤 했단다.

그 때 자주 들었던 노래가 [노란 샤츠 입은 사나이]

[ 단장의 미아리 고개 ]란다.

[ 미아리,,눈물 고개..이렇게 부르는 거 맞지?

난 아리랑만 슬픈지 알았는데

이 노래도 상당히 구슬펐어 ]

[ 그래서 당신이 나랑 처음 노래방 갔을 때

노란 샤츠입은 사나이를 불렀구나..]

[ 응, 그 선배가 잘 불러서 나도 자연스레 

부르게 됐지. 아, 그리고 이태원에서 가죽잠바랑

리복 운동화를 한 컬레 샀었어 ]

[ 왠 리복? ]

[ 그 때 유행이라고 꼭 사라고 그래서 

꽤 비싸게 주고 샀던 기억이 나 ]

[ 그것들은 어딨어? ]

[ 몰라 ]


그렇게 산 가죽잠바는 일본에서 술 먹고 벗어놓은

어느 이자카야에서 잃어버리고 리복 신발은

 몇 번 신었던 기억은 있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단다.

[ 그 때부터 한국이 좋았어? ]

[ 응, 처음부터,,그 때 유럽도 꽤 갔었거든,

미국도 가보고,그랬는데 한국은 참 친근했어 ]

[ 같은 아시아여서 그랬겠지, 솔직히 

좀 이상하거나 안 좋은 건 없었어?]

[ 응, 이상하게 생각하면 분명 일본과 다른 점이 

많이 있었을텐데 나는 왠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친척집에 놀러 온 것처럼

늘 포근하고 전혀 남 같다는 느낌이 없었어

그것을 운명이라고 말하면 운명이겠지? ]

운명이라는 단어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깨달음이 한국에 처음 가서 느꼈던 감정들과

지금도 변함없이 따뜻한 고향집처럼 한국을

생각하는 건 깨달음만의 감성일 게다.

 그래서 한국인인 나와 결혼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깨달음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운명 같은 곳이였던 건 분명한 것 같다.

아주 예전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알았을 때

들었던 그 트로트를 들으며 깨달음은 잠재되어 있던

 오래전 과거 속 자신을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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