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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말 안 듣는 남편이 사 온 선물에 감사

by 일본의 케이 2019.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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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 도착해서 바로 직원과 관리자들

기다리는 가게로 가야한다고 호텔 사진과 함께

카톡이 왔다. 아침 일찍 갈 예정이였는데 

회사에서 일처리를 하다보니 늦은 

오후 비행기를 타야했다며

피곤하니까 식사만 하고 바로 들어

와서 자야겠다고 했다. 

 가게에 도착해서는 너무 맛있어서 내게

 미안해진다며 사진을 줄지어 보내왔다.


그리고 틈틈히 그곳 상황을 실시간 알려주었다.

직원이 지금 술 마시면서 타블렛으로 

축구경기를 보고 있고 여직원은 다른 곳에서 

미팅을 끝내고 지금 오는 중이라고 

계속 카톡이 와서 호텔에 돌아오면 자기 전에

 연락해주라고 했더니 전화가 왔다.

[ 뭐가 미안해? ]

[ 오늘 메뉴가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서 ]

[ 다음에 가서 먹으면 되지..

일은 별 문제없이 해결했어? ]

[ 응, 와서 보니까 별 일은 아니였어 ]

[ 그래, 맛있게 먹고 조심해 ]


요즘 깨달음은 부쩍 더 아줌마, 아니 엄마가

되어가는 것 같다. 원래 여성적인 성향이 

좀 많았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여성호르몬의 증가로 인한 변화인지

잠재되었던 여러 본성과 본능들이 재모습을

 들어내는지 점점 여성화 되어가는 듯하다.

눈물 많은 것도 여전하고 잔소리도 늘어나고

아빠처럼 챙기는 게 아닌 엄마처럼

나를 챙기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면서 보낸 카톡에

외출준비로 바빠 답을 못 보냈는데

전화가 또 울렸다.

[ 응, 지금 나가야 되서 바빠 ]

[ 어디 가? ]

[ 오늘 세미나 있잖아 ]

[ 아, 그렇지..]

[ 저녁에 봐 ]

[ 그래 ]

특별히 할 얘기 있는 것도 아닌데 요즘은 

이런식의 통화가 많아졌다.


아직은 마감이 덜 된, 공사중인 호텔을 시찰하고

체크하러 다니며 또 사진을 보내온다.

내 소형 작품을 호텔방에 인테리어로 

걸고 싶다는 말을 예전부터 했는데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그리고 컨셉이 맞지

않다는 핑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또 물었다.

사이즈와 테마까지 정해두었으니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는 거였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서 공항에서 

선물 사러 다니는데 뭐가 좋겠냐고 했다.

나는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했는데

7월에 한국에 가니까 그 때 가지고 갈 

선물을 사고 싶다고 했다.

[ 아니야, 가족들도 제발 선물 같은 거

사오지 말라고 당부 했잖아 ]

[ 그래도 홋카이도 특산물을 사 가고 싶은데 ]

[ 알아, 당신 마음은 아는데 가족들이 괜찮대,

지난번에 수제버터 선물 한 것도 아직 남았고

필요한 것, 갖고 싶은 거 하나도 없대 ]

[ 진짜? 그래도 서운할텐데 ..]


[ 깨달음, 제발,,아무것도 사오지마, 당신이 

홋카이도 간지도 다들 모르고 안다고 해도

절대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 알잖아 ]

[ 내가 서운해서 그래, 사고 싶어서..]

그렇다 자기가 사고 싶은데 못 사게 해서

서운하고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우리 엄마 말처럼 깨달음은 뭐 사는 걸 좋아한다.

어디에 가면 어디 갔다고, 어디서 뭘 먹으면

 먹은 기념으로 지방에 가면 그곳의 특산품이라

사고, 또 사고,,,또 산다.

10시가 다 되어서 집에 온 깨달음 손에는 쇼핑팩

두개가 들려있었고 방에서 바로 캐리어를

펼쳐 주섬주섬 꺼낸 것은 내가 좋아하는

 샤케(연어 소금절임)과

곤부(다시마)가 쏟아져 나왔다.

[ 당신이 사지 말라고 해서 이것만 샀어 ]

[ .................................... ]


[ 근데,,몇 개를 샀어? 이 곤부? ]

[ 5개 샀어. 어머니, 처형, 처제, 그리고 

형님(오빠) 와이프 것까지 샀어 ]

[ ..................................... ]

[ 이거, 대게 국물이 진하게 나온대 ]

[ 응, 고마운데.,, 기어코 샀네 ]

[ 응, 이것밖에 안 샀어..홋카이도 한정판 

과자랑 사탕이랑 많았는데 당신이 사지

 말라고해서 안 샀어 ]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했는데 깨달음에게는

통용이 되지 않는 말이였다.

[ 이거 받으면 좋아하겠어,,고마워...근데

당신 진짜 사는 거 좋아한다.내 말도 안 듣고] 

[ 우리는 홋카이도뿐만 아니라 어디든 자주 가서

먹고 즐길 수 있지만 한국에 가족들은

그렇게 못하잖아, 그니까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사서 맛을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샀지,

뭐가 좋을지 선물코너를 몇 바퀴 돌면서 

찾은 거야, 생활에 필요한 것, 받아서 기분 

좋아지는 것을 생각하다가 가족들이 다들

 요리솜씨가 좋고 요리하는 거 좋아하잖아, 

그니까 곤부가 많이 필요할 것 같았어.

국물 내려면,,이거 사기를 잘 했지? ]

[ 응,,고마워 ]

내가 어찌 깨달음의 깊은 속을 헤아릴 수 있겠냐,

말을 잘 안 들어서 곤란할 때가 많지만 

깨달음은 늘 이렇게 깊고 깊은 마음속 따뜻한

 소리를 듣고 사는 것 같다. 

선물코너를 몇바뀌 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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