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신랑(깨달음)

내가 몰랐던 남편의 걱정거리

by 일본의 케이 2019. 7. 16.
728x90
728x170

[ 깨달음, 이 봉투 뭐야? ]

[ 초대장 ]

노트북 위에 올려진 봉투를 열어보았다.

삿포로에 00호텔이 완공되었으니 

시박회(시하쿠카이-試泊会) 해달라는 

숙박권이 들어있었다. 시음회, 시식회가 있듯이

 호텔도 이렇게 시박회가 있다. 숙식은 물론

 무료로 제공되는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퇴실을 할 때는 품평회를 해야한다.

아주 세세한 것까지 자신이 하룻밤 묵으며

느낀 모든 것들을 애리하고

체계적으로 집어내야한다.

그렇게 문제점들이 접수되면 재수정과

보완, 이미지 변경등을 하게 된다.  

 

[ 다음달이면 좋은데...]

[ 안돼, 시박회가 끝나면 바로 정식 영업을

해야 되니까 ]

[ 아,,이거 당신 회사 거였어? ]

[ 응 ]

[ 아,,난 또 다른 회사가 시공한 줄 알았네 ]

[ 요시다 군이 몇 달씩 출장다니면서

완공한 거야,,,]

[ 또 다른 현장 있다면서? ]

[ 응, 그 현장은 내년에 완공이야 ]

[ 아,,그래..]

7월은 이래저래 내가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8월로 미뤘으면 했는데 그게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단다. 

[ 오늘 밖에서 먹게 나갈 준비 해 ]

[ 왜? 저녁에 우동 먹은다면서? ]

[ 그냥 밖에서 먹자 ]

 

 

가니도라쿠(かに道楽)에 도착해 정종으로

건배를 하고 게 사시미를 맛있게 먹는 

깨달음에게 물었다.

[ 게를 먹으려면 곧 삿포로 가니까 거기서

 먹으면 되는데 왜 굳이 여길 왔어? ]

[ 시박회날, 시간이 없을 것 같애, 우리보다

먼저 숙박을 했던 고객들이 문제점들을

제시했을 거야, 그럼 바로 미팅 들어가야 되고

그렇게 되면 저녁도 당신 혼자 

해결할 수가 있어. 미팅이 길어지면,,

그래서 그냥 미리 먹어두는 거야 ]

[ 아,,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 

게 살을 발라 내 접시에 올려주는 깨달음에게

한가지 물었다.

[ 당신,,요즘,,부쩍 나한테 잘해주는 것 같애 ]

[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으니까 

역시 내 곁

 있을 사람은 당신뿐이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해.,그리고 혹 내가 

쓰러지거나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보험회사에 연락하는 거 잊지마 ]

[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한테 잘하는 거야? ]

지난번 회사 연수차 홍콩에 갔을 때

깨달음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었다.

폐암말기인 친구가 요양차

시골에 갔다가문뜩 깨달음이 생각나 전화를

했다며 식사중이였는데 꽤 긴 통화를 했고

꼭 만나자, 힘내라는 말을 건넸었다.

대학동창으로 꽤

 친한 사이였는데 암투병을

하면서 시골에 내려가 있어 볼 수가

없었다며 그 날 같이 있었던 회사 고문들

(선후배 사이임)과도 통화를 하게 했었다.

  건강하라는 말이 아닌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하게 지내라고,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당부하듯이 되풀이 했었다.

728x90

그날 그 통화를 하고 난 뒤로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게 있었단다.

자신도 쓰러지게 되면 그 친구의 아내처럼

내가 케어를 해 줄까,,

아무리 아내라할지라도 민폐를 어느정도

 끼쳐야하는지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됐단다. 

 [ 왜 그렇게 생각했어? ]

[ 당신은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 하잖아,,]

[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어? ]

[ 응, 나 때문에 당신이 한국에 못 돌아가고

케어를 해야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

[ 안 아프면 되지..]

 

꼭 한국에 돌아갈 거라 못을 박아 얘기하지

 않았는데 깨달음은 언젠가 내가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 확신하는 듯한 말투였다.

[ 그래서 요즘 나한테 잘 해주는 거야? ]

[ 꼭 그렇다기 보다는 우리 둘밖에 없으니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뿐이야 ]

[ 만약에 내가 쓰러지면 당신은 언제까지

날 케어해 줄거야 ?]

[ 죽을 때까지..]

[ 나도 죽을 때까지 할 거야 ]

[ 한국에 안 가고 할 수 있어? ]

내가 한국에 귀국을 하는지 안 하는지가

깨달음에게는 큰 걱정거리였다.

300x250

[ 깨달음, 내가 귀국이 정말 하고 싶으면 

당신을 빨리 낫게 지극정성으로 살핀다음

 같이 한국에 데리고 갈게, 걱정하지 마, ]

[ 계속 안 낫고 당신 힘들게 하면? ]

일어나지도 않은 일은 미리 걱정하고

 염려하지 말라며 늘 나에게 주입시켰던 

깨달음이 이 날은 걱정스러운 질문이 많았다.

 [ 깨달음, 정말 우리에게 그런 일이 생기면

그 상황에 맞게 서로를 돌보면 돼.

 한국에 가고 안 가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가 최선을 다해서 상대를 보살피면되는 거 아니야? ]

[ 그래, 내 개인 보험도 많이 들어놨고, 

회사 보험까지하면 당신을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 ] 

우린 건배를 끝으로

 이 얘길 마무리했다.

자신을 두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는

불안이 자꾸 들었던 게 아닌가싶다.

원래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깨달음이

뭐가 그렇게 불안했을까... 

계산을 하고 나오는 깨달음 손을 

살포시 잡아줬더니 쑥스럽게 웃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