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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의 휴일보내기를 지켜 보면서

by 일본의 케이 2020.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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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기다리고 기다린 송강호 주연의

영화 [ 기생충]을 보러 나왔다.

퇴근을 하고 오느라 서로 늦은

 저녁시간대에 만났다.

티켓을 발권기에서 받고 깨달음은 바로

팝콘을 큰 사이즈로 사왔고

 좌석에 앉아 스탭이 

나눠준 찌라시를 열심히 읽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과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긴장감 속에

숨을 죽여가며 팝콘 소리를 최대한 나지 않게

 입안에서 오물오물 녹여 먹는 모습이 웃겼다.

영화가 끝나고 식사를 하러 가서 영화평을

물었더니 좀 쇼크였다면서 정서적으로 동양인들은

이해할지 몰라도 서양인들은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일본 영화 [어느 가족]를 보고 내가 너무 

일본스럽고,

일본이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일본인들의 인간상을 함축해 놓은 영화라고 

평가했던 것처럼 그 나라를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공감하기 힘든

내용이 아닌가 싶었단다.

자기도 한국에 대해 나름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리얼리티한 한국의 속내를 깊숙히 

들여다 본 것 같았다고 했다. 


[ 특히 빈부의 차가 생각보다 어머어마 하다는 것과

 돈에 관한 생각들이 많이 달랐어,,

위에서 밑으로,,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삶의 계단들,,, 대사에서 돈이 다리미라고, 

돈이 주름을 쫘악 펴준다는

송강호 아내가 했던 말이 인상적이였어. 

구겨진 성격도, 돈이 펴주고,

착해서 돈이 많은 게 아니라

돈이 많으니까 착한 거라고 했잖아 ]

[ 나도 묘하게 공감이 갔던 대사였어,

고된 삶이 묻어 나는 것 같아서,,, 

그냥 웃고 넘기는 코믹하고 유머러스한 

대사가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사회에 

전하는 메시지가 같았어..]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높게 평가한 게

 아닌가라는 마무리로 영화평을 끝냈다.


그리고 다음날 토요일, 아침 식사를 마침 깨달음은 

한주간 아껴 두었던 보이스 퀸과 미스터 트롯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의 아픈 사연에 같이 눈물 흘리고

노래를 너무 잘해 웃으며 2시간이 넘는

 각 프로들을 보면서

훌쩍 5시간을 흘려보낸다. 프로가 끝나면

감동받은 참가자나 다시 듣고 싶은 노래를 찾아

돌려보기를 반복하기도 하며 만족할만큼

보고 듣기를 끝낸다. 그 다음으로

 [ 수미네 반찬] [베틀트립] [생활의 달인]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로 프로를 

변경해가면서 보며 토요일 밤을 보낸다.


그리고 일요일이면 일주일 분량의

[생생정보] [생방송 오늘] [ 생방송 오늘저녁]인

정보프로에서 음식점 소개하는 코너만

골라서 보다가 저녁 9시가 되면

BS NHK에서 하는 한국 사극 [해치 ]를 본 후에 

잠 잘 때까지 다음 주 줄거리 미리검색을 하거나

유튜브에 짤막하게 나온 드라마 맛보기를

 보며 혼자서 히죽히죽 거리며

일요일밤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 연휴였던 오늘, 

난 아침 일찍부터 일이 있어 외출을 하고 왔더니  

11시부터 시작한 [역적 홍길동]을 찾아서 보고

있었고, 내가 방에서 잠시 쉬고 거실로 다시

나왔을 때는 [허준] 를 보고 있었다.

과자 간식까지 꺼내놓고 먹으면서,,

언제까지 볼 거냐고 물었더니

이 [허준]이 끝나면 이제 시대극이 아닌

현대 드라마가 4시부터 한다면서

평일에 이렇게 많은 한국 드라마를

티브이에서 해주는지 몰랐다며 예전에

본 드라마도 있지만 다시 봐도 재밌단다.


[ 깨달음,도대체 [허준]을 몇 번 보는 거야? ]

[ 또 봐도 재밌어, 이상한 일본 드라마보다

몇 배 나아 ]

연휴 3일동안 거의 같은 동선에 같은 패턴의

TV 시청을 하는 깨달음이 얄미워서

한마디 했다.

[ 당신은,, 휴일에 책을 안 보더라..]

[ 휴일에는 쉬는 거야, 그래서 휴일이야 ]

[ 근데,,너무 보는 거 아니야? 

올 해는 좀 더 다른 모습 좀 보여주지? ]

[ 왜? TV 보면 안 돼? ]

[ 너무 많이 보잖아, ]

[ 나 저녁에는 미스터트롯 재방송 또 볼

 생각인데? ]

[ 그렇게 재밌어? ]

[ 응,봐도 봐도 또 보고 싶어]

[.......................]

주말이나, 연휴를 매번 이렇게 보내는 건 아니지만

2020년도에는 좀 더 다른 휴일보내기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였는데

내 기대가 컸던 모양이다.

말려서 되는 게 아니니 게임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거실을 나오는데

 [생생정보]를 봤더니 맛있는 국수 집이

나왔다며 종로에 있는 시장 안에 있었다고, 

나보고 그 가게를 찾아서 

구글 지도에 넣어둘 수 있냐고 물었다.

저렇게 TV 볼 시간에 한국어 공부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다가도 저렇게나마

한국어를 접하고 듣기에 몰두? 하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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