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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신정연휴 마지막날, 우리 부부의 바램

by 일본의 케이 2020. 1. 6.

신년연휴 마지막날 우린 영화관을 찾았다.

깨달음은 이제 영화를 볼 때 

카라멜팝콘과 콜라가 필수품이 되었다.

이 날은 아이멕스로 3D안경을 쓰고

2시간넘게 보면서 한 손은 열심히 팝콘을 먹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스페인 레스토랑에 갔다.

[ 오늘 영화는 생각보다 별로였지?팝콘은

맛있었는데.. ]

[ 응,, ]

[ 송강호가 나오는 영화 언제하는 거야?]

[ 1월 10일 ] 

[ 빨리 보고 싶다,,무슨 내용이야? ]

[ 미리 말하면 재미 없잖아 ]


배우 송강호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 깨달음은

영화 [기생충] 개봉까지 설레인다면서

송강호를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시사회나 사인회가 일본에서 혹시

열리는지 알아봐달라고 했다.

그렇게 영화 얘길 하다가 깨달음이 핸드폰

메일을 잠시 확인하다가 

시부모님 얘기를 꺼냈다. 


[ 당신이 고른 쉐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어제도 전화가 왔었어. 진짜 따뜻하다고 ]

[아버님이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 근데

두 분다 살이 좀 빠지셔서 걱정이야 ]

[ 어쩔 수 없지,,]

이번연휴 때, 잠시 시댁에 다녀왔는데

두분 모습이 많이 수척해 있었다.

아버님은 일주일에 한번씩 일어났던 심장발작이

요즘들어서는 하루에 두서번씩 일어난다며

새해를 맞이했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고 하셨다.


이젠 두분이 한 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거의

없고 완전히 남남처럼 각자의 방에서만

지내시고 계신단다.

우리가 갈 때만 어머님이 아버님 방에

오실 뿐, 그 외에는 아버님 방에 볼 일이

없어서도 그렇고 어머님 혼자서 움직이는게

불편해서도 굳이 가지 않으신단다.

그 부분에 대해 그러지 마시라고,

두분이 사이좋게 지내시라고 더 이상

우린 강요하지 못했다.

두 분 모두, 서로에 대한 배려와 애정보다는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맞이하고

무사히 보내는데 온 사력을 다해서인지

피곤하고 지쳐 보였다.


일본인들이 새해에 먹는 오세치요리 세트를

사드렸는데 아버님은 1년만에 맛보는

정월음식이여서 반갑다 하셨는데

어머님은 고맙다는 말만 힘없이

하실 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으셨다.

어머님께 살짝 가서 뭐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 하시라고 가만히 물어봤는데

아무것도 없다시며 입맛이 떨어져서

먹고 싶은 것도 없다하셨다.

어머님은 지난달에 서방님이 시댁에서 가지고 온

불단을 방에 놓고, 아침, 저녁으로

그 불단에 대놓고 기도를 드린다고 하셨다.

뭘 기도 드리냐고 여쭤보니 

 자녀들의 건강을 지켜달라고 조상님께

부탁 드린다고 하셨다.

우리가 요양원을 나서려고 어머님 방에 갔을 때도

 불단에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표정으로

기도를 드리고 계셨다.


깨달음은 자식으로서 요즘 기도하는 것은

두 분이 떠나실  심적, 육체적 고통없이

떠나시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화제를 전환, 내일부터 

2020년, 신년근무를 시작하는데

아침부터 거래처에 신년인사를 하러 

다녀야한다고 했다.

선물도 좀 사야한다고 해서 레스토랑을 나와

쇼핑을 좀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깨달음이 찜질방에 가자고 했다.

[ 왠 찜질방? ]

[ 당신도 새해 음식 만들고, 시댁 다녀오느라

고생했으니까 가서 땀 빼자]

[ 찜질방이 아니라 암반욕(따뜻한 돌 위에

 누워 땀을 빼는 방식)이잖아, 거기 ]

[ 한국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본의 찜질방이니까 가자]


암반욕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깨달음은 아주 릭렉스하게 땀을 빼며 마지막

휴일을 아쉬워했고 난 시부모님 생각을 하다가

우리 엄마도 떠올렸다.

[ 깨달음, 올 한해도 이렇게 시작되었는데 

양가 부모님들 모두 아무탈없이 하루 하루

 잘 버티어 주셨으면 좋겠어 ]

[ 응, 잘 이겨내실 거라 믿어.

우리도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면서

양가 부모님께 얼굴 자주 보여드리자 ]

[ 응 ]

[ 근데,,내 생각엔 올 해,,왠지 요양원에 

두 분 중, 한분은 떠나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 왜 그런 생각을 해?]

[ 그냥 느낌이 그래..그래서 고통없이

가셨으면 해 ]

직감이란 걸 그리 믿지 않는 깨달음이

의외의 말을 꺼내서인지 왠지 더 서늘해져왔다.

그런 소리 말라고 그저 부모님들이

하루라도 편하고 즐겁게 보내시길

기도하자고 마무리를 지었고

올 한해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좋은 일, 나쁜 일 모두다 

긍정적으로 풀어가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살자고 했다.

부모님들의 무탈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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