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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진정한 크리스마스 선물

by 일본의 케이 2019.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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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한 깨달음이 옷을 서둘러 갈아입고는

창고 속에 넣어둔 박스를 꺼내 나왔다.

[ 뭐 해? ]

[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하려고,,]

[ 왜? 갑자기? 작년에는 그냥 넘어갔잖아 ]

[ 올해는 하고 싶어서, 캐롤도 울리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서 ]

익숙한 손놀림으로 장식들을 단다.


[ 별을 제일 위에 다는 거지? ]

[ 응 ]

[ 사진만 찍지 말고 당신도 좀 달아 ]

[ ............................... ]

일년에 한번뿐이 귀한 축제를 즐겨야 한단다.

[ 깨달음,,당신,,많이 즐기고 살거든? ]

[ 더 재밌게 놀거야, 아 서울은 

지금 영하로 내려갔다며? 춥겠다 ]

[ 응, 오늘은 첫눈이 내렸나 봐,,]

빠르게 뒷마무리를 하고 저녁을 차리려는데

깨달음이 전화를 들고 메모를 꺼낸다.


[ 오머니, 깨서방입니다. 식사하셨어요? ]

[ 오메,,어째 내가 전화 할라고하믄, 깨서방이

어떻게 알고 전화를 딱 하는지 모르건데...]

[ 오머니, 많이 춥죠? 감기 조심하세요 ]

[ 응, 깨서방도 감기 조심하세요 ]

[ 오머니, 메리 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 아직 멀었는디..]

깨달음은 추워진 날씨에 엄마의 안부가 궁금했고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누구보다 빨리

해 드리고 싶었다고 한다.


[ 엄마, 나야, 한국 춥지? ]

[ 응, 많이 춥다..거기는 괜찮냐? ]

[ 응, 한국보다는 덜 추워 ]

[ 그렇지 않아도 오늘 내가 니방을 정리하면서

앨범이랑 논문을 보다가 속상해서 울었다.]

[ 왜 울어? ]

늦게 시작한 공부를 따라잡으려고 애써가며

 고생했던 나에게 아무런 보탬을 주지도 못했는데

일본까지 가서도 엄마표현에 의하면 

디지게 공부만 하고 그랬다는 생각에

내가 짠하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 징하게 고생했는디..내가 아무것도 못해주고,

인자 일본에서 산께 더 해주도 못허고,,]

 엄마는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에 설움이 복받쳤는지 서럽게 우셨다.

전화기 넘어로 들리는 엄마의 눈물은

가슴 한켠이 애달프다.


[ 엄마,,울지마세요,,왜 우셔,,괜찮아,

나 살고 있잖아,,]

[ 긍께, 깨서방 만나서 잘 산께 다행인디

니가 고생했던 거 생각한께 속이 상해서

니 방에서 한참을 울었다..]

옆에서 깨달음은 내 코가 빨개진 걸 보고는

왜 그러냐면서 궁금해 하다가 갑자기 

[ 꼬막 먹고 싶어요 ]라고 전화기에 대고

외쳤고 엄마가 울다가 깨서방 말에

박장대소를 하셨다.

[ 오메,,깨서방이 꼬막 먹고 싶다고 하냐? ]

[ 응 ]

지난번에 못 먹고 와서 계속 먹고 싶나 봐 ]

[ 오메,,내가 소포로 부쳐주끄나? ]

[ 안돼..절대로 안돼..]

[ 일본에는 없냐? 꼬막이? ]

 [ 있는데 그 맛이 안 나 ]

[ 그믄,,한 번 와라, 내가 꼬막이랑 전복이랑

다 해줄랑께,, 근디 못 오지? 바쁜께 ]

[ 응,,가긴 힘들거야,,]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그렇게 엄마랑 긴 통화를 끝내고 깨달음이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묻길래, 엄마가 내 방에서

옛기억들로 마음이 안 좋으셨던 것 같다고 

역시 많이 외로우신 듯 하다고 했더니

크리스마스에 한국사람들은

 뭘 하냐고 묻는다.    

[ 다들, 각자 애인을 만나기도 하고,,

친구 만나서 술도 마시고,,그러겠지 ]

[ 어머님은 교회 가셔? ]

[ 그러지..]

[ 그럼,,우리가 크리스마스 때 갈까? 

어머님 만나러? 크리스마스 선물로

 우리가 가는 거야 ]

[ 진짜? 근데 스케쥴이 잡혀서도 못가고,

티켓도 없을 거야, 아마 3배쯤 될 걸? ] 

그 때부터 깨달음의 폭풍 검색이 시작되었다.


진짜 갈 기세였다. 아니 간다고 빨리 예약하라고

나를 재촉한다.

 스케쥴을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조절하면 된단다.

[ 내 스케쥴은? 어떡하라고? ]

[ 당신도 조절해, 일보다 어머님께

기쁨을 드리는 게 더 중요하지 않아? 

어쩐지, 아까 어머님 목소리가 별로였어,

춥고, 그래서 더 외로우실거야 ]

크리스마스에 가서 어머님을 깜짝 놀라게

해드리자며 잠깐 다녀오면 스케쥴에도 별 

지장이 없다고 예약을 서둘렀다.


[ 깨달음,,티켓 엄청 비싸다..그건 그렇고

 그럼 시댁은 어떻게 해? ]

[ 나고야(시댁)는 지난달에 갔다 왔잖아,

그리고 신년때 또 가면 되고 효도 하는데 

비싸다는 얘긴 하는게 아니야 ]

그러더니 크리스마스 트리에 붙어서는 

[ 오머니, 메리 크리스마스, 한국에서

만나요 ]라고 외치는 깨달음.

[ 당신은 좀 즉흥적인 데가 있어..]

[ 아니야, 마음이 움직이면 여러생각말고

바로 행동에 옮기는 거야, 어머님이

 당신 방에서 많은 생각을 하셨을 거야,그니까

 위로도 해드리고 즐거운 시간 가지면 좋지]

그래,, 효도하는데 그런 계산이 

왜 필요하겠는가,,그런데 난 스케쥴도

머리가 아프지만 시댁도 떠오르고 이래저래

 걱정인데 느닷없는 효도를 생각하는

 깨달음은 참 심플하고 쿨하게 넘어간다.

이것이야말로 장모님께 드리는

진정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말엔

고마우면서도 아직 난 혼돈스럽다.

[ 깨달음,,정말 갈거야? ]

[ 응 ]

[ 얼굴보여드리는 게 큰 선물이잖아, 

지난번에 서울에서 잠깐밖에 뵙지

 못했잖아, 그니까 이번에는 광주가서

차분히 우리가 산타크로스가 되는 거야 ]

이 남자는 늘 이렇게 감성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고마운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덕분에 올 크리스마스는 한국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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