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TV에서 일본 관광명소의 단풍을 소개하는데
문득, 깨서방이랑 지난달 내장산에 올라갔던게 생각나 전화를 하셨다고
깨서방 잘 있냐고 물으신다.
퇴근이 늦어 아직 나 혼자라고 그랬더니
오늘도 시장 모퉁이에 있는 칼국수 집을 지나시며
깨서방이 칼국수에 들어있는 바지락을 맛있게 건져 먹던 모습이 생각나시더라고,,,,,,
어제는 뚝 떨어진 기온탓으로 감기 기운이 있어 감기약을 사러 약국에 가셨다가
피로회복제를 보니 또 깨서방이 생각나서 절로 웃음이 나오시더란다.
순진하고 하는 짓도 아이 같아서 더 눈에 밟힌다신다.
피로회복제,,,,일명 박X스를 말씀하시는 것이다.
지난 달, 한국에 갔을 때 일이다.
깨달음은 언제나처럼 친정에 가면 아침 먹고 거실에서 TV를 잘 보고 있다가
은근슬쩍 엄마방에 들어가 그것도 누워서 리모콘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채널을 찾는다.
눕지 말고 앉아서 보라고 그래도 저렇게 누워야
온돌방의 뜨끈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눕게 해달라고 응석을 폈다.
그걸 보고 계신 엄마는 그런 깨달음에게 쿠션을 갖다 주시고
그럼 또 좋다고 쿠숀을 끼고 히죽거리고 계속 누워서 TV를 본다.
보다 못해 내가 또 한마디 할라치면 엄마가 늘 막으셨다.
아직 뭘 몰라서 그런다고, 그리고 자기집처럼 편하게 허물없이 지내니까 얼마나 좋냐고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괜히 싫은 소리 자주 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렇게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깨달음에게
엄마가 바르라고 스킨로숀을 건네주자 엄마 흉내내가면서 바르고 있는 깨달음을 보고
엄마가 [어째 저렇게 귀여운 짓을 할까, 우리 깨서방이~]라고 하셨다.
그 소릴 듣더니 더 신나서 로숀을 발랐었다.
이런 말은 통역 안 해줘도 잘도 알아 먹는다.
기분이 업 된 깨달음에게 엄마가 박X스를 한 병 주자, 좋아서 엉덩이를 흔들어 대더니
나도 한 병 마시려고 내 것을 집으려고 하자 얼른 자기 뒤로 감추더니
슈퍼마켓 찌라시로 못 가져가게 마구 흔들고 난리였다.
[ ........................... ]
그런 깨달음을 우리 엄마는 마냥 귀엽다는 눈빛으로 쳐다 보시고,,,,
난 어이가 없어 그냥 두 병 다 마시라고 그랬더니 한 병은 일본에 가져갈 거라고 그랬다.
엄마가 일본에는 없냐고 물으시길래 코리아타운에 가면 많다고 대답하자
코리아타운 가도 [케이]가 안 사준다고
마치 선생님에게 고자질하는 초딩처럼
우리 엄마한테 불쌍한 눈을 해가면서 연기를 했었다.
[ ........................... ]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지금 생각해도 그 때 군밤을 한 대 사정없이 때려주고 싶었던 걸로 기억한다.
박X스든 판X린이든 몸에 별로 좋지 않아서 잘 못먹게 한다고 그랬더니
나보고 깨서방을 아들 키우듯이 한다고 너무 그러지 말라신다.
아니라고 엄마가 몰라서 그런다고 통제를 안 하면
하루에 3병씩도 마시는 사람이여서 안된다고 그래도 그냥 마시게 하라고 그러셨다.
결국, 내 박X스까지 그날 저녁 침대에 누워서 찔금찔금 아껴가며 마시길래
왜 일본 안 가져가냐고 물어보니까 일본에 가면 분명 내가 못 먹게 할 거니까
한국에 있는동안 다 마시고 가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김치 냉장고 위에 한 박스 있는 것 봤다고 내일도 마실 거란다.
[ ........................... ]
엄마가 예뻐해서 더 그런다고 불만을 털어 놓으려하면 엄마는 늘 같은 말씀하셨다.
남자들은 다 애기(아이)라 생각하라고 그래야 마음이 편한 거라고
아들 키운다 생각하면 스트레스도 안 생긴다고,,,,,
아이를 키울 것 같았으면 내가 직접 낳았지,,,결혼해서 왜 어른아이를 키워야하는지,,,,
아내의 몫까지 챙겨 먹는 남편을 어찌할까,,,,
아무튼 우리 엄마가 저렇게 예뻐하시는 이상
깨달음은 계속해서 엄마 앞에서 응석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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