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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하고 싶은 말

by 일본의 케이 2024.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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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사 주겠다고 몇 번 했었는데 

거부해 왔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자전거도 바퀴를 두 번 바꾼 것 외에

외관상 촌스럽고 투박하긴 하지만

싱싱 잘 달리고 마트에서 물건 살 때도

앞 뒤로 바구니가 장착되어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난주 깨달음과 함께 집에서 좀 거리가 있는

홈센터를 운동을 겸해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길에 내 자전거 여기저기에

 녹슨게 눈에 띄어 내내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 깨달음,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고장도 없고 ]

[ 아니야,,고장 없어도 그냥 바꿔.

너무 오래되서 촌스럽잖아 ]

[ 괜찮아,,남들이 뭐라든 ]

돈을 아끼려는 생각에서 했던 말이 아닌

그냥 온전한 내 마음이었다.

이동수단 중에 하나인 자전거는 그냥

아무 탈 없이  잘 굴러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나와 달리 그래도 좀 예쁜 걸 탔으면 하는

남편의 마음이 엇갈렸다. 

[ 내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당신한테

딱 어울리는 거 사줄게. 이거 너무 

오래 탔잖아,,]

 [ 그러긴 했지.그래도 아무렇지 않은데 ]

 

깨달음은 바꿔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며

쇼핑센터 안에 있는 자전거 매장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자전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너무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은

내 체형에 딱 어울리는 전동자전거를 골라

점원에게 사용 설명법을 들었다.

한 번 타 보라는 권유에 밖으로 나가서

페달을 밟으니 솜털처럼 가볍고

너무 편해서 패달을 밟고 있다는

감각을 못 느낄 정도였다.

 

 허공을 향해 발을 굴리고 있는 것처럼

마치 신세계가 얼린 듯, 뒤에서 누군가가

살면서 밀어주는 그 느낌이 아주 신선했다.

 너무 편해서 이상하다고 했더니

모터가 달린 자전거 한 번 타시면

다른 건 힘들어서 못 타실 거라며

점원이 웃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깨달음이 결제를

하면서 속삭이듯 말했다.

고맙다고 말하고 우린 연하장을 사러

3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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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고른 것과 내가 고른 것은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였지만 그냥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골랐다.

[ 깨달음, 오늘 술 조금만 마셔,, ]

[ 알았어..]

대학 절친들이 모인 송년회가 있다며

서두르는 깨달음에게 되도록이면

밤 10시 전에 들어오라고 말하려는데

이미 저 멀리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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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재활용 스티커를

사 와서 옛 자전거에 붙였다.

비록 볼품은 없었지만 기능성만큼은

탁월했던 자전거.

대학원시절에 도둑맞아 새로 급하게

학교 근처 작은 자전거방에서 몇 개 진열되지

않았던 자전거 중에서 가장 무난한 디자인이라

생각돼서 샀던 자전거와 17년을 같이 했다.

시원 섭섭한 마음을 뒤로하고

재활용창고에 넣기 전에 한 번 

안장을 쓰다듬었다. 고마웠고 수고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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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저녁을 먹고 저녁 9시가 넘어가자

깨달음에게 언제쯤 올 것 같냐고 문자를

했는데 웬 사진을 3장이나 보내왔다.

내가 다 알고 있는 동창들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아니면

안심하라는 뜻을 내포하는 것인지

의중은 알 수 없지만  먼저 자겠다고 그리고

 연하장 메시지 칸은 비워뒀다는 말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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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떠보니 노트북 위에 메시지가

적힌 연하장이 고무줄에 묶여 있었다.

깨달음이 몇 시에 들어온 지는 모른다

분명 11시까지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건

확실한데 캐묻지 않았다.

술이 상당히 취해서 왔을 텐데..언제 썼을까,

내가 틀리지 않게 예시를 적어 놓긴 했지만

그것을 그대로 베낀다 해도 생각보다

비툴거림 없이 바르게 잘 적혀 있었다.

지우개로 지운 흔적은 있었지만,,,

연하장을 고르면서 올 해는 특별한 

메시지를 넣고 싶다고 했었다.

계엄,탄핵으로 어수선해진 한국을 보고,,

 

일본인이지만 그들은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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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신년을 맞이하는 이웃분들에게 용기와 힘을 

더할 수 있도록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은데 연하장에 다 적을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아마도 분명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한국 상황을 나만큼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는

깨달음에게,, 그래서 술이 취했지만

자기 마음을 꾹꾹 눌러쓰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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