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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2024년과 헤어질 준비

by 일본의 케이 202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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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청소에 필요한 도구와 세제를 구입했다.

그리고 오늘 서로가 꼭 마무리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연말에 일주일정도 집을 비워야해서 미리 

2024년도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내가 지난주부터 시간 나는대로 쓸고 닦고

해서 특별히 할 게 없었지만 깨달음과는

물건 버리기를 같이 하기로 했다.

 

브랜드여서 그냥 안 입고 놔 둔 옷가지들.

친구나 지인들에게 받아서 놔둔

장식품들과 그릇들,

비싸게 산 가전제품들,

지금껏 쓰지 않고 쟁여둔 것들을

모두 과감하게 버리기로 했다.

내가 10년 넘게 해 온 물생활을 정리하며

수조 두 개를 미련 없이

재활용으로 버리는 걸 보고 

약간 반성했다는 깨달음. 

 

[ 당신 방에 있는 이상한 액자, 그리고 

LP판은 중고 거래 할 거지? ]

[ 응, 버리긴 아까워서,, 팔려고 하는데..]

 깨달음이 결혼할 때 애장품?이라고

가져온 옛날 액자들이 이젠 골동품이 되어

버려서 처분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했다.

집에 들어와 옷을 막 갈아입자

 생수가 배달되었고 뒤이어 우체부

아저씨가 오셔서 국제소포를 맡겼다.

 

화장실 청소를 하겠다고 들어간 깨달음은

새로 산 청소세제가 독하다며

마스크를 쓰고 손장갑을 꼈다. 

내가 엊그제 해서 별로 할 게 없을 거라는

말을 흘리듯 하고 난 김치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대추와 유자청을 꺼냈다.

 

그리고 우리 집 거실을 포함 모든 수납장을

열어놓고 그냥 버리자, 새것이어도 버리자만

생각하기로 하고 파헤쳤다.

 우리 집에서 한식파티 때 사용했던

전기 카펫이 3개나 나왔고

가습기도 3대, 방석은 여름용과

겨울용 포함해서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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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머니가 주신 쟁반 2개, 스팀 전용 냄비,

양은 냄비, 과일용 칼 2개,

로봇청소기, 스테인리스 대야 세트, 손전등,

과일 접시세트. 야외 피그닉 찬합

화려한 색의 머그잔과 보온병,

기념품으로 받은 우산, 어느 호텔에서

받은 탁상용 시계 등등

도대체 몇 년동안 이렇게 있었는지..

이 많은 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살림을 제대로 못한 게

아닌가 싶어 진작 버리지 못한

내 어리석음이 부끄러웠다.

 

일단 재활용 스티커를 붙인 것들을

깨달음이 챙겨서 가지고 나갔고

거실에 널브러진 것들은 일단 쓰레기봉투에

나눠 담고 내일모레까지 책과 옷들도

정리를 해서 쓸어 담기로 했다.

옷도 버리라는 내 말에 깨달음이 좀

당황한 기색을 하며 자기는 뭘

버려야할지 잘 모르니까 내게 봐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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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쯤 지나 깨달음은 나를 자기 방에

불러서는 꺼내 놓은 옷가지를 몇 개 입어 보고

귀여운지 안 귀여운지 물었다.

[ 그냥,, 당신이 버리고 싶으면 버려, 그리고

오랫동안 안 입은 옷들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 어차피 안 입으니까 ]

[ 아니야, 내 얼굴을 더 살려주고 멋지고

귀엽게 만들어준 옷이 있는데

그런 옷을 버리면 안 되니까

당신이 보고 결정해 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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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를 하는 것처럼 목을 삐딱하게 기울여

보기도 하고 턱에 브이를 올리도 하며

한껏 폼을 잡았다.

[ 이건 어때? 이거 이탈리아에서 산 건 데..]

[ 신혼여행 때 산 거잖아, 나도 알아,,

근데,, 거의 3년 넘게 안 입지 않았어? ]

 [ 그건 그래..]

[ 그럼 그냥 버려,,]

[ 그래도 신혼여행 때  당신이 산 준 건데..]

 [ 깨달음, 그러면 그냥 당신 마음이

별로인 것만 골라내 ]

[ 알았어 ]

 

일본인에게 크리스마스날은,,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러 온 깨달음이 헌금함에 서서 지폐를 조심스레 넣었다. 다른 교인들은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봉투에 헌금을 넣는데 자기는 그냥 돈이 보이게 넣으려니 왠지 쑥스러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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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배려문화는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잔 하러 주방에 갔는데 싱크대 옆에 흰 종이가 놓여있었다. 아침을 수제비로 부탁한다는 메모였다. 한번 훑어보고는 물컵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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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그 남방을 다시 옷장에 접어 넣었다.

내가 있어도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방을 나와 따끈한 생강차를 끓여 들어갔더니

옷은 안 보이고 이불커버를 바꾸고 있었다.

 [ 옷은? ]

[ 음, 당신이 이쁘다고, 귀엽다고 사 준 것들은

못 버리겠어서 그냥 다시 넣어뒀어.

난 아직 이별할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 

[ .......................... ]

 

헤어지는 게 정답이다

대학원 동기를 만났다. 홋카이도(北海道)에 사는 아이짱이 남자 친구랑 같이 도쿄에 왔다가 잠시 시간이 생겼다며 내게 연락을 해왔다. 마침 나도 일하고 있던 중이라 점심 시간에 맞춰 중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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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말들은 어디서 배웠는지....

우리 생강차를 마시며 24년도를 잠시

회상했다.

잘 버티고 잘 이겨내고 잘 헤쳐 나온 1년,

아직 올 해와 이별할 준비가 덜 된

깨달음이지만 나머지 10일도

아무 탈 없이 마무리하자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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