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게 요코하마(横浜)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시골 미에(三重)에서 올라와 이곳에서 대학생활을
보냈고 열정이 불타오르던 20대후반에 처음으로
사무실을 오픈 한 곳도 바로 이 요코하마이다.
그래서 지금도 깨달음은 요코하마 찾는 걸
즐겨하고 일 관계로 만나는 거래처며
관계자들이 이곳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다.
오늘도 잠깐 미팅이 있다며 만나자길래
나갔더니 새로 생긴 케이블카,
에어 케빈을 타자고 한다.
오픈했을 때 바로 와서 타보려고 했는데
이제야 오게 됐다며 평일이라
한산해서 좋다며 신나했다.
탑승시간은 약 5분정이고 거리도 상당히
짧지만 요코하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관광 뷰를
생각해 설계를 한 거라며 건축가의 시선으로
평가했다. 내게 어떠냐고 묻길래
싱가포르 센토사 케이블카와
디자인이 똑같아 세련된 건 사실인데
실질적으로 구간이 너무 짧아서 차리리
저쪽 편에 있는 관람차를 타는 게 요코하마를
전체적으로 둘러보기엔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문제점을 바로 지적한다며 예리하단다.
https://keijapan.tistory.com/1108
케이블카에서 내려 예전에 창고로 쓰이던
아카렌가(赤レンガ)쪽으로 걸었다.
지금은 쇼핑센터로 바뀌어서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상품들,맛깔나고 이색적인
음식들을 파는 아카렌가엔 젊은 커플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이벤트홀로 사용되기도 하고
전시를 하곤 했는데 이곳을 안 온 지가 꽤
되어서인지 내가 알고 있던 매장들은
거의 사라진 지 오래된 듯 했다.
결혼 전, 깨달음과 불꽃축제 (花火)며
벚꽃구경( 花見)을 하러 자주 왔는데
이젠 추억들만 하나둘씩 쌓여가는 것 같다.
렌가 창고 끝머리엔 우리가 두 번이나 예약을
취소한 크루즈선이 갈 길을 잃은 듯 공허히 떠 있다.
지난 4월,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해 출항
하루 만에 다시 요코하마로 돌아온
아스카(飛鳥)가 쓸쓸하게 보였다.
깨달음도 바로 알아보고는 그때 취소하길
잘했네, 나한테 선견지명이 있네 하면서
앞으로도 내 말을 잘 들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공원을 돌다가
내가 좋아하는 수프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깨달음은 요즘 다이어트를 신중하게 하고 있어서
샐러드 정식을 주문했고 난 늘 먹던
지중해식 수프 파스타를 시켰다.
여전히 변함없는 맛에 만족스러웠고
깨달음도 이 맛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
빵에 적셔 하나 먹어보고는 다이어트 하기
힘들게 만드는 가게라고 했다.
[ 깨달음, 당신도 요코하마가 좋아? ]
[ 응,, 마음이 편해.. 동기들도 다 여기 있고 ]
[ 그러겠네, 회사도 처음 여기서 시작했으니까 ]
[ 그랬지.. 그때 동기 두 놈이랑 같이 시작했지,
작은 사무실 하나 빌려서..]
30년도 훌쩍 넘은 얘기인데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며 젊음이 있었고 열정, 패기가
넘쳤던 시간을 이곳 요코하마에서 보내서인지
뭔지 모를 애틋함이 있다고 했다.
회사 창업 당시 에피소드와 절친과의 사이가
소원해졌던 이유로 잠시 슬럼프에 빠졌던 시절,
날마다 긴자(銀座)에서 술을 퍼마시던 거품시대를
만끽했고.. 나를 만나고 회사 로고를 바꾸고
3년 만에 회사를 도쿄로 이전하고
지금은 젊은 청년들이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며 회사의 변천사를 들려주었다.
우린 그때 당시를 회상하며 좀 더 얘길 나누다
인터넷으로 주문만 했던 가게에 들러
생선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물었다.
https://keijapan.tistory.com/1355
제2의 고향이라고 했던 요코하마를 떠나 회사를
도쿄로 이전 한 이유가 혹시 나 때문이었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였다고
도쿄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늘어서도
그랬고 왠지 환경변화를 주고 싶던 때여서
요코하마를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 난 나 때문에 옮긴 줄 알았네 ]
[ 맞아, 당신이랑 더 가까이 있으려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어, 근데 그땐 당신 때문에
옮긴다고 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말을 안 했지..]
[.......................................... ]
https://keijapan.tistory.com/1109
그때 당시, 난 논문 쓰느라 온 정신을
한 곳에 쏟아붓고 있었던 상태였는데 어느 날
문득 회사 이전 소식을 들었다.
주말에만 잠깐 얼굴을 보는 정도여서 서로
그렇게 자신의 얘길 차근차근 나눌 시간도
없었고 굳이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회사를 도쿄로 이전했지만 내가 시간을
내기 힘들어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었고
깨달음이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일이 잦았다.
귀하게 시간을 빼서 데이트를 하는 날이면
약속이나한듯 요코하마를 찾아 지인들과
밤새 술을 마시곤 했었다.
회사 이전은 지금까지 후회하지 않지만 여전히
요코하마는 자신에게 특별한 곳이라는 깨달음.
그래서 나에게도 요코하마는 좋은 기억과
추억들이 여기저기 묻어나는 장소이다.
좋은 추억은 언제 꺼내보아도 항상
그자리에 바라지 않은 색으로
그대로 남아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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