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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일본생활

by 일본의 케이 201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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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우체국에 들렀을 때 일이다.

10년가까이 거래를 한 우체국이여서인지 모든 직원들과 안면이 있어

서로 가볍게 목례를 하는데 이 날은 예금담당자가 내 통장 계좌정리에 관해 물었다. 

2010년, 개설했던 통장이 만기가 끝났고, 계속 두어도 이자 보장이 안 되니까

 통장을 하나로 정리하시는 게 어떻겠냐는 내 의향을 물었다.

 

서류 처리하는데 옛이름(한국이름)의 도장과 통장이 필요하다길래  

통장 2개, 도장 2개를 들고 오늘 우체국을 찾아갔더니 개인룸으로 안내해 주신다.

옛통장(한국이름)을 정리하고 말소, 새통장(일본이름)에 모든걸 옮기면서

 여직원이 문득 한국이름이 편하냐 일본이름이 편하냐고 묻는다. 그냥, 갑자기 궁금하다고,,,

상황에 따라 나눠쓰고 있다고 그랬더니 귀찮지 않냐고 또 묻는다.

 

난 이름이 두 개다.

깨달음과 결혼을 하면서 남편의 성을 딴 이름으로 바꾸다보니 두 개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일본이름 사용을 원하는 경우는 통칭명(通称名-일본이름)을 구약소에 등록하게 되면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모두 쓸 수 있다.

통칭명을 해두면 학교, 병원, 거래처, 은행 등등 일본이름이 편할 때가 종종있다.

특히, 가족임을 증명하거나 본인확인 인증을 위해서는 일본이름이 간편하고 편하다.

(한국이름. 일본이름 두개가 적힌 운전면허증)

 

[케이]는 내 실명이다.

내 한국이름에 일본식 발음을 따고, 코리안을 내포하고 싶어 [케이]라는 이름으로 결정했었다.

어느쪽 이름을 쓰는 게 편하냐고 묻는 일본친구들이 가끔 있는데  

 전시회, 발표회, 콤페, 세미나 등등 개인적인 활동에는 한국이름을 사용하고

그 외의 일상들은 일본이름으로 분리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본이름으로 불리어 질 때의 내 모습과

 한국이름으로 불리어 질 때의 내 모습이 약간 다를 때가 있다.

 일본이름으로 불리어지면 가끔 내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일본인모드로 행동하기도 한다. 

더 예의바르게, 더 상냥하게, 더 열심히, 더 바르게....

왜 그래야만 하는지, 꼭 그래야만하는 이유가 있진 않지만

내 머릿속에 못박혀있는 일본인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내가 있다.

[케이]라는 가면을 쓰고, 이름도 두 개이듯 두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 나,,,

어느 한 곳(나라)에서도 제대로 소속되지 않고 있는 나,,,

세월의 흐름과 함께 내 정체성도 내 사고도 반쪽이 되가는 것 같아 씁쓸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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