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사지팩을 꺼내 익숙한 손놀림으로
톡톡톡 얼굴을 다독거리는 깨달음이
은근 얄미웠다.
가을 햇살에 얼굴이 그을렸다며
지난 주부터 맛사지를 했는데 오늘 맛사지는
깨달음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저녁을 먹고 판스틸러라는 새로운 형태의
국악방송을 보고 있을 때였다.
한국에 언제쯤 갈 것인지 얘기를 하다가
11월 18일날로 서로의 스케쥴을 맞췄다.
이번에는 엄마를 모시고
전주 한옥마을에 다녀오고
무얼 먹을 것인지 한옥마을 근처 맛집을
검색을 하다가 전주에서 이 은미씨 콘서트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걸 말했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잘 됐다며
보러 가자고 했다.
그래서 바삐 검색을 하고 예약을 하려는데
좌석이 없었다.
[ 좌석이 없어...완전 뒷자리 몇 개 남았어..]
[ 오메 오메..]
[ VIP석이 하나도 안 남았어..]
[ 전주 말고 또 어디서 하는데 ? ]
[ 서울,,부산, 창원,,울산,,,]
[ 그럼 서울에서 보면 되잖아 ]
[ 서울은 평일이야, 평일은 못 움직이잖아.]
[ 아이고,,왜 평일이지? 며칠인데? ]
[ 11월 2일, 3일 ]
[ 여기 3일날 공휴일이잖아, 갈 수 있네!! ]
[ 다음날 금요일은 어떡해?]
[ 그냥 쉬지, 괜찮아, 내가 사장인데 뭐...]
[ ....................... ]
이 때부터 깨달음이 안달이 났고
난 바로 동생과 몇 번의 통화를 하고
늦게까지 카톡을 해야만 했다.
동생이 어렵게 좌석을 확보했는데
문제는 한국행 티켓이였다.
휴일인 것도 있고 날이 촉박한 게 겹쳐
검색할 때마다 티켓값이 올라가고 있었다.
원래 해외행 항공권은 늦여도 한 두달 전에
예매하는게 이곳에서는 관행처럼
되어 있는데 채 2주도 남기지 않았고
공휴일이라는 것 때문에 티켓이 거의 없었다.
[ 안돼...너무 비싸,,, 날이 너무 촉박해서.. ]
[ 얼마인데? 괜찮아, 그냥 예약 해 ]
[ 평소보다 두 배가 비싸....]
[ 어쩔 수 없잖아, 그냥 티켓 있으면 예약해 ]
[ 무슨 두 배나 주고 한국에 가냐,,,]
내가 계속해서 투명스럽게 말을 했지만
깨달음은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모든건 내 탓이다.
말을 꺼낸 내 잘못이 컸다.
그래서 두 배의 가격에 항공권을 예약 했다.
그걸 확인한 깨달음은 바로 자기 스케쥴에
적어 넣고 아주 행복한 미소를 띄우며
자기 방에서 맛사지 팩을 가져와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 은미씨를 직접 본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뛰었는지
한 마디 말도 없이 맛사지에 열중하는 깨달음...
정성스럽게 얼굴을 매만지는 것도 부족했는지
액기스를 손에도 열심히 바르고 있다.
[ 일본에서 온 깨서방이라고 프랜카드라도
적어야 될 것 같은데..
그래야 이 은미씨가 기억할 거 아니야 ]
[ 하지마,,창피하니까..악수나 포옹도 안 할 거야..]
[ 왜? 좋아하잖아? ]
[ 이 은미씨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해..그 이상은 바라지 않아...]
[ 티켓을 두 배나 주고 가니까
악수 정도는 해야지..]
[ 하지마,,,창피해..욘사마 아줌마들하고
나를 같은 취급하지 말아 줘...
난 그냥 가만히 있을 거야,,,]
[ .......................... ]
이 은미씨 노래만 들으면 눈물을 흘리고
노래 부르는 이 은미씨를 보고
설레였다는 깨달음이 막상 라이브를
간다고 생각하니까
자기 마음을 보이는 게 부끄러운 듯 했다.
정말, 악수도 하지 않고 얌전하게 가만히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지만 그렇게 듣고 싶어했고
보고 싶어했던 라이브에 갈 수 있어 참 다행이다.
깨달음, 드디어 그녀를 만나러 한국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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