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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일본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by 일본의 케이 2016.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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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데도 아침 일찍 출근했던 깨달음이

점심이 무렵쯤 퇴근한다는 카톡과 함께

사진을 두 장 보내왔다.

신주쿠역, 전철 타는 선로 앞에 앉아 있는

20대 초반 아가씨들 사진이였다.

일본사람도 변해버렸다고 밥상을 뒤엎는

 아이콘과 함께 보내왔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그녀들을 보고 

다들 놀래 멍한 눈으로 쳐다보기도 하고

한심하다는 눈으로 째려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았단다.

혹시 술이 취해서 몸을 못 가눠 앉아 있나 싶어

 가까이 가 봤는데 멀쩡했고

핸드폰을 만지면서 낄낄거리고

웃으면서 새로 다운 받은 어플에 관해

설명하고 있더란다.

너무 기가 막히고,솔직히 정말 일본인인가 싶어

의심스러웠는데 일본이였단다.


[ 정말 술 취한 거 아니였어?]

[ 아니였다니까, 그니까 다른 사람들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지..]

[ 다리가 다쳤나?]

[ 아니야, 다리는 아무 문제 없었어 ]

[ 이해가 안 되네...]

[ 난 솔직히 일본인이 아닐 거라 생각했어,

근데 일본인이여서 더 충격이였고, 

두번째는 짧은 스커트를 입었어, 둘 다..

그런데도 맨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니까 !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야,,

전철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곳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민폐야 ]

[ 알아,,근데 왜 사진을 찍었어?]

[ ....................... ]

[ 다른 사람들도 찍길래 나도 찍었어,,

근데 지금 사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본사람이 이렇게 길바닥에 앉아

그것도 대낮에 아가씨들이 짧은 치마입고

저런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는 게

너무 쇼크였다는 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이제 일본도 다 됐구나라는 

절망적인 생각마저 들었다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 세상이 변한 거야...]

[ 그래도 일본은,,아니 아가씨들이 저러면 안 되지,

요즘 젊은세대들이 뭘 생각하는지 잘 몰라도

 저렇게 변해서는 안 돼, 

저 아가씨들 부모가 저 모습을 보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그리고 요즘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아, 

근데 저런 걸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일본인 이미지가 있잖아...]

[ 당신, 엄청 실망했나 보네..]

[ 실망이 아니라 충격이였어,,

분명 저 아가씨들에게 문제가 있긴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까지 변해버렸나 싶어서 슬펐어,,,]

[ 모든 세상이 변해가잖아,그냥 그러러니 해야지 ]


작년, 김포공항 대기실에서 60대로 보이는 

아줌마가 이렇게 누워 주무시고 계셨다.

옆 자리에 앉은 깨달음이 옷차림이 

한국 아줌마 같다고 했고 

나 역시도 한국 아줌마일 거라 

생각했는데 탑승시간이 되자 일행분들이

이 아줌마를 깨웠는데 일본인이였다.

그 때도 깨달음이 오늘 같은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분명 일본이 변했다. 아니 변해가고 있다. 

15년전 내가 보고 느낀 일본사회, 일본인에게

없었던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띄이는 게 사실이다.

예전엔 조금만 부딪혀도 100%에 가까울 정도로

[고멘나사이-미안합니다]를 말했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늘었고

싫어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싫다]는 직설적 표현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자기 감정을 우선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공공장소인 버스, 전철, 식당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커졌고

그걸 제지하는 부모들은 확연히 줄어가고 있다.

모든 손님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친절 마인드 교육에서

이제는 선별하며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오늘 주인공인 된 두 아가씨들 포함해 

몇 명의 행동일 뿐이라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일본인, 

내가 살면서 체험하고 느낀 일본문화에서

벗어난 양상들이 눈 앞에 펼쳐질 때면

 변해가는 일본을 재확인하는 듯 하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주위를 먼저 살폈던

모습들에서 이제는 남의 시선에

무디어져가고 있다.

하지만, 분명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민폐가는 일은 하지 않으려는 일본만의 

배려문화는 아직까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음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 문화야말로 일본인들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자긍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값진 문화이기에

같은 일본인으로서 

깨달음이 절망감을 느꼈던 것같다.

세상이 변해가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분명 있다. 

그래서 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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