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사를 하러 다니는 깨달음이 퇴근하고
들고 오는 건 거래처에서 받은 선물이였다.
어찌된 일인데 올해는 모두 양과자를
가져왔고 언제나처럼 난 그것들을
모두 깨달음 책상에 다시 올려놓았다.
[ 왜 안 먹어? ]
[ 나 원래 안 좋아하잖아,,
그냥 회사에 가져가서 직원들 주지? ]
[ 회사에도 많아 ]
나는 어릴적부터 달달한 과자나 쿠키,
케익류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주전부리를 거의 하지 않아서인지
이런 선물들을 받으면 모두 깨달음이
소화를 시키거나 처리를 한다.
그런데 어제도 또 두개의 쇼핑백을 들고와서
건네며 내 친구들한테 주라고 했다.
[ 그렇지 않아도 줬어. 근데 당신이
또 가져오니까,,자꾸 쌓이네 ]
[ 블로그 이웃님들에게도 보냈어? ]
[ 응, 보냈어 ]
[ 또 보내드려,,.]
깨달음도 이 과자들을 어찌해야할지
고민이 되는 모양이였다.
그렇게 좋아하던 한국과자를 끊은지
언 3년이 되어가고, 되도록이면 깨달음도
이런 과자류에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하기에
우린 이 선물들을 주변분들에게
나눠드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연휴 둘째날에 도착한
피클세트에 대해 입을 열었다.
거래처에서 새롭게 알게 된 제네콘 이사님과
( 제네콘이란 종합건설(general construction)이라는
뜻으로, 제네콘 방식은 종합적인 건설관리만 맡고
부분별 공사는 하청업자에게 넘겨주어
공사를 진행하는 선진국형 건설형태를 말함)
우연히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 분이 한국여행을 자주 가서
꽤나 구석구석까지 잘 알고 있었단다.
음식종류도 조회가 깊었고, 김치를 좋아하는데
흔한 배추김치가 아닌 파김치와 부추김치를
너무 좋아한다며 자기가 피클을 보낼테니
김치를 좀 맛볼 수 있겠냐고 했다는 거다.
처음으로 식사를 하는 자리여서 서로가 조심스러웠는데 그 분이 먼저제의를 해왔고 그렇게 해서 우리집에 보내진
피클이라고 했다.
그 분이 피클하고 무슨 관련이 있냐고물었더니
피클공장은 일 관계로
알고 지내는 듯했는데 그 피클이 상당히
맛이 좋아서 우리에게도
맛을 보라고 보낸거란다.
[ 김치 보내달라는 의미였네? ]
[ 응,,그런 셈이지]
[ 근데 파김치가 없는데? ]
[ 지난번 한국에서 가져온 거 없어? ]
[ 없어 ]
[ 부추김치는 담으면 되겠지만
파는 일본파로 담아야 돼..
근데,,당신이 보내겠다고 했어? ]
[ 응,,,]
[ 왜 당신 맘대로 결정했어? 만드는 사람은
나인데? ]
자기는 파김치가 아직 남았을 거라 생각했고
술 한잔하면서 분위기도 좋고, 무엇보다
내가 흔쾌히 보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약속을 했다고 한다.
[ 근데 왜 이제야 말해? ]
[ 깜빡 잊은 것도 있고 당신이 바쁘니까..]
언제까지 보내면 되냐고 하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오늘 아침에
마트에 갔다가 파김치와 부추김치를 담고
파김치가 숨이 죽기를 기다려
드시기 편하게 하나씩 묶었다.
그리고 이왕에 보내는 김에 다른 것도
함께 보낼게 없나 고민하다 김치냉장고를
열어 뭐가 더 있는지 탐색을 시작했다.
마침, 지난 12월에 한국에서 사온 청란젓,
오징어채가 있어서
창란젓에는 파, 마늘, 청량고추로 양념을
더해서 무치고 오징어채도
고추장으로 맛을 냈다.
그리고 서비스차원으로 깨달음이 먹고
싶다며 중부시장에 들러 사왔던
쥐포도 10마리 담아 챙겼다.
그러다 문득 이 분 이외에 창란젓을
너무도 좋아하는 내 일본인 친구들이
생각나서 남은 한통도(두통 사왔었음) 마져 꺼내
양념을 하고 오징어채도 다시 볶았다.
야무지게 포장을 하고 피클 보내신 분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실 것 같은 생각에
우체국까지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 4명에게 분산해 택배를 보냈다.
깨달음은 그 피클 이사님?께, 나는 내 친구에게
창란젓이 내일 오전중에 도착할 거라는
동시다발적 문자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따끈한 차를 한잔 하는데 뭔가 뿌듯함이 느껴졌다.
일본인 친구들에게 새해 인사를 제대로 했다는
만족감과 그들이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괜시리 입꼬리가 올라갔다.
김치내조?라는 거창한 닉네임을 붙힐 것까진
없지만 깨달음이 일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 얼마든지 담아서 보낼 생각이다.
즉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만으로
김치선물을 바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귀찮기도 하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파김치, 부추김치라고
가끔 콕 집어서 메뉴를 선택하는
약간 까다로운 분들도 계신다는 게
좀 난감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김치, 이렇게 3종이면
대만족을 하시기에 찾는 분이 계신다면
기꺼이 담아서 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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