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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24.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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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올 거라고

꿈에도 생각을 못해 봤다는 토모코는

약속날을 기다리며 혼자 많은 상상을 했단다.

깨서방과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가,

일본을 떠나는 것인가,

자기한테 뭔가를 부탁할 게 있는가,,

 이렇게 6년이 넘어서 만나자고 연락이

온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인데

그게 뭔지 생각을 하고 또 해봤지만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단다.

그래서 남편에게  케이짱에게 무슨

변화가 생겼을 것 같냐고 물었더니

언젠가 내가 보내준 오이김치 얘기를

하면서 한국 식당 같은 걸 차린게

아니냐고 하더란다.

 

 듣고보니 그것도 조금은 일리가 있을 것

같은데 식당을 차렸을까 하다가도

나와 이미지가 매칭되지 않았단다.

[ 토모코,,,,몇 년 만이지? ]

[ 정확하게 6년 반이야 ]

[ 정말 오랜만이다, 하나도 안 변했네]

[ 늙었지..이 주름 좀 봐 ]

토모코가 가고 싶다는 솥밥정식집에서 만나 우린

밥에 뜸이 들여지는 3분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 어색하게 웃었다.

식사를 하며 그 동안의 얘기를 나누는데

그녀는 6년전과 변화된 건 하나도 없고

간호사일도 그대로 남편도 그대로

집도 그대로인데 어느날 세면대에 비친

자기 모습에서 외할머니가 스쳐서

늙었음을 실감했단다.

 

[ 내가 외할머니랑 닮은 걸 잊고 있었는데

나이 드니까 정말 똑같아져서 남편도

나한테 할매, 할매라고 부른다니깐 ]

서로 얘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다 보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모를 지경이였다.

 

[ 디저트는 내가 아는 곳으로 가자 ]

[ 그래 ]

그녀 손엔 기다란 쇼핑백이 들려 있었는데

그것을 내게 안 보이게 하려고 자꾸 뒤로

숨기면서 걷는 모습이 귀여웠다.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끝내자

바로 내게 물었다.

[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만나자고 했어? 

헤어진 남자 친구한테 연락 온 것처럼

괜히 두근두근 거렸어.  내가 케이짱 성격을

잘 아는데 ,,,,세월이 케이짱을 이렇게

변화시켰을까,,, 너무 궁금한 거 있지 ]

 

봉사에 관련된 모든 일을 관두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지금껏 일 관계로나

개인적인 만남으로나 스쳐지났던 사람들을

마음 속으로 정리를 했었다.

교육 중에 만났던 학회 연구원들,

미술치료 동기들, 그리고 보란티어

식구들을 잠깐씩 떠올리는 중에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내가 연락을 먼저 취한 것이다.

토모코를 만나고 싶었던 건, 미술치료를 

하면서 같이 붙어 다니며 봉사도 했고

나와 동갑인 것과 성격이 치덕거리지

않고 깔끔해서 좋았다.

[ 그 많은 인간들 속에서 나처럼 

미천한 여자를 선택해 주다니

너무 감사하네  ]

토모코의 유머러스한 표현도

내 코드와 맞았다.

내가 이곳에서 여생을 마칠지 아니면

홀연히 떠날지 모르는데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을 차분이 만나고 싶어

연락한 거라 말했다.

[ 케이짱,,, 한국 돌아가는 거야? ]

[ 응, 당장은 아닌데,,

아예 한국에 정착하는 건 아니고

일본을 왔다 갔다 해야 될 것 같아..]

[ 그래서, 나한테 연락했구나, 언제

떠날지 모르니까.. 슬픈 이유였네.

아이고,, 아이고,,. 안 돼요,,]

그녀와 한참 같이 다녔을 때 내가 

가르쳐준 한국말을 잊지 않고 적절하게 써먹는

토모코를 보니 친밀감이 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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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금 남편과 함께 노후대책으로

 북카페를 운영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돈 안 된다며 하지 말라고

해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커피 향 가득한 카페에서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으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그녀는

남편과 더 깊게 얘기를 해보고 정 안되면

커피차에 책을 놓아둔 이동 북카페라도

해 볼 생각 중이란다. 

우린 이 외에도 부동산 투자, 돈 불리는 방법,

배우자의 외도, 투병중인 동료얘기까지

상당히 광범위한 주제의 대화가 오갔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그녀는 내게  

꽃을 사면 분명 안 받을 것 같아서

심플한 녀석으로 샀다고 행운목 같은 거라며

날 닮아서 샀으니 잘 들여다보라고 했다.

 

[ 이거 모양이 뭐야? 남자야? 고추 달렸어? ]

[ 아니,,딱 봤는데 그냥 케이짱 같아서,,히히

여자인데 남자처럼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이

비슷해서. 난 그래서 케이짱 좋아하잖아,,..]

내가 곤란한 표정을 짓자

귀엽지 않냐고 너스레슬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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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계기로 자주 얼굴 보며 지내자면서

다시 한번 자기에게 만나자고 연락해 줘서

고맙다며 긴 세월 동안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었음을 느꼈다고 했다.

그녀는 우리가 만나지 않았던 6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자신의 근황과 새 해의

희망이 빼곡히 적힌 연하장을 보내왔었다.

그래서도 난 그녀에게 우정이라기보다는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믿음이라는 감정이 생겼었다.

지하철역에서 토모코는 한국에도 있을 멋진

북카페 정보를 공유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 뭐든지 찾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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