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내 아파트 조합에서 서류가 도착했다며
사진 찍어 보내주신다 하셨다.
한국이 너무 더워서 에어컨 없이
하루도 그냥 지낼 수 없다시며
일본도 많이 덥냐고 물으신다.
[ 엄마, 여기도 너무 너무 더워요,
한국도 일본만큼 덥다던데 밖에 나가지
마시고 돈 아끼지 말고 에어컨
꼭 틀고 지내셔야 돼 ]
여기 일본에서는 홀로 사시는 노인들이
절약한다고 창문 열어두고 부채질하면서
지내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하루에도
10명이 넘게 응급실에 실려가고 있으니
절대로 전기세네 뭐네 생각지 말고
시원하게 지내시라고 당부드렸다.
[ 응,, 인자 돈 안 아끼고 쓴다,,
일본도 많이 더운갑네..]
[ 응,,평균 36도, 37도야,,]
[ 깨서방도 더운디 고생하것네..]
[ 사무실에만 있어서 괜찮아 ]
[ 그래도,, 엊그제,,테레비 봤냐?
일본 가수들 노래한 거? ]
[ 아,,한일톱텐쇼..아직 못 봤어 ]
라이브로 볼 수 없다는 말을 예전에도 했는데
한일가왕전이 시작되던 3달 전부터 엄마는
프로가 끝나면 전화를 하시거나
화요일 저녁이 되면 카톡으로 지금 한다고
보라고 알려주시기도 했다.
한일가왕전을 할 때는 누가 누가한테 이기고
일본 가수 누구는 노래를 하다가 울고
누구는 한국 노래를 영낙없이 한국 사람처럼
잘하더라, 등등,,
[ 이번주는 포항에서 시장도 가서 놀고
노래하고 그러더라, 꼭 봐라잉 ]
[ 그렇지 않아도 깨서방도 이 프로를
좋아해서 매주 잘 보고 있어 ]
[ 그래..꼭 같이 봐라, 재밌더라 ]
엄마는 한국 가수들이 일본 노래 부른 걸
보고 있으면 내 생각이 나고, 남자가
일본 노래를 부르면 깨서방이 생각이 난단다.
내가 유학시절, 동생내외가 엄마와 아빠를
모시고 놀러 오셨을 때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날 가라오케에서
내가 일본 노래를 불렀던 모습이 너무
생소해서인지 기억이 또렷하단다.
그날 일본노래를 부르는 날 보고 엄마가
저것은 공부는 안 하고 노래만 했는가
일본사람처럼 노래를 잘하네라고
하셨다는 말을 뒤늦게 동생에게 들었다.
이번에 가을에 한국 가면
노래방을 가자고 약속을 드리고
더운 날씨 잘 이겨내시라며 통화를 끝냈다.
샤워를 하고 나온 깨달음에게
엄마와 통화한 내용을 얘기하고 한국행이
10월이 좋은지, 11월이 좋은지 서로의
스케줄을 비교했다.
그리고 한일톱텐쇼를 틀어줬더니
수박을 먹으며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보다가 계은숙 씨가 또 나왔으면 좋겠단다.
[ 이제,안 나오겠지. 그때 스페셜이었으니까 ]
[ 계은숙 같은 느낌에 가수가 없어...
정말,, 일본에서 인기 많았는데..,,,]
계은숙 씨가 나왔던 편에서 깨달음은
자기 젊었을 때 과거를 술술 불었다.
한 달에 25일이 접대였던 황금시기? 에
계은숙 씨가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식당을 가도 이자카야에서도 유흥업소에서도
어디를 가나 계은숙 노래가 흘러나왔고
인기가 어마어마했다고
너나없이 계은숙 노래를 불렀단다.
특히, 유흥없소에선 아가씨는 물론 손님들도
서로가 계은숙 노래를 부르려고
마이크를 잡고 실랑이를 했단다.
[ 한국 가수들만이 가지고 있는 애수,
그리고 한(恨)이 목소리랑 몸짓에 배어
있어서 들으면 나도 몰래 눈물이 나고 그랬어 ]
[ 젊었을 때도 잘 울었어? ]
[ 응, 그러고 보니 일본노래 들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없는데 왜 한국 노래 듣고
내가 울었을까... ]
자기 자신도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노래만이 가지고 있는
울림이 있음은 분명하단다.
일본팀 중에서도 우타고코로 리에상처럼
아주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있지만
가슴이 저미는 듯한 절절하고
애절함이 부족하단다.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소울은 절대 흉내는 낼 수 없다고 단언했다.
[ 나는 이 은미, 이 소라, 백 지영 같은
가수가 좋아,, 혼신을 다해 부르는 노래.
가슴으로 하는 노래,, 그래서 듣는 이로
하여금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노래.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인 것 같아 ]
[ ........................... ]
자기만의 취향, 자신에 세상에서 음악을
즐기는 깨달음에게 들으면 바로 눈물이
쏟아지는 처절한 발라드 명곡으로
CD를 한 장 사 줘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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