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1시 45분, 초인종이 울리면서 현관문이 열렸다.
[ 안뇽~~~] 깨달음이 몸을 흐물거리며
신발을 벗으면서 또 [ 안뇽~~케이~]라고 불렀다.
코맹맹한 소리로 [안녕]을 말하는 것 보니
술이 많이 취했다는 증거다.
조용하라고 밤 12시라고 해도
[ 괜찮아요~ ]라며 갈 지자를 그리며
자기방으로 비틀비틀 걸어들어갔다.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 하지 마세요~~~] [하지 마세요~~]
하면서 더 맹한 소리를 내며 장난하듯
책상 밑에 얼굴을 쳐박고 몸을 감추고 난리였다.
[ ..................... ]
술취한 사람 잘못 건들이면 피곤할 것 같아서
거실로 돌아 온 난 작업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자기 방에서 넘어지는지 쿵쿵 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뭐라고 혼자 노랫소리같은 것도 나고,,,
밖으로 나오더니 씻는 것 같더니
다시 방에 들어갔다가 거실로 나왔다.
취했으니 어서 들어가 자라고 부드럽게 얘기를 했다.
녹차를 벌컥벌컥 한 컵 마신 다음 벌러덩 누워서
의자에 양다리를 걸쳐놓고 흔들 흔들,,,
다시 부드럽게 들어가서 주무시라고 했더니
바퀴 의자가 기분좋게 움직여 준다고
[ 재밌다... 진짜 재밌다~]라고 히히거렸다.
술이 많이 취하면 자기가 알고 있는
한국어를 모두 토해내는 깨달음....
카메라를 다시 들여 댔더니
쿠숀으로 얼른 얼굴을 가리면서
자기 얼굴이 너무 노출 됐다고
얼굴을 안 보여줘야 인기가 더 많은 거라고 찍지 말란다.
[ .......................... ]
그러더니 다시 벌떡 일어나서 자기방에서 뭔가를 가져와
거실 바닥에 뚝 던지듯 놓으면서
[ 모고요~~(먹어요), 빨리 모고요~~]란다.
군고구마였다. 그것도 반은 짓눌러진....
다시 봉투에 넣으니까 왜 안 먹냐고 묻길래
밤 12시에 뭘 먹냐고 내일 먹겠다고 했더니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이마에 주름을 모아 만들어서는
[이놈~~,, 모고요(먹어요)~~]란다.
[ ........................... ]
술 마시고 오는 날은 꼭 이렇게 뭘 사오는 것도
깨달음 술버릇 중의 하나이다.
말을 더 이상하고 싶지 않아서
알았다고 얼른 자라고 그러니까
벌떡 일어나서는 사랑짱을 봐야겠단다.
[ 이놈~]을 하고 보니까 갑자기 사랑짱이 보고 싶어졌단다.
이 밤중에 무슨 사랑짱이냐고 그냥 자라고 해도
혀가 잘 돌아가지도 않는 소리로
[ 사랑짱,,,,이놈, 보고 싶어요]란다.
틀어줄 때까지 잠 안자고
버틸거라며 고집을 피웠다.
대화가 안 통한다는 생각에 그냥 유튜브에서 사랑짱을 틀어주고
난 자야할 것 같아서 방으로 들어가는데
내 뒤통수에 대고
입이 심심하다고 뭐 먹을 것 좀 달란다.
[ ............................... ]
화를 내고 짜증을 내봐야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아서
부엌에서 쥐포를 몇 개 구어서 가져갔더니
졸려서 반이 감겼던 눈이 또릿또릿해지고
흐물거리던 몸도 바른 자세를 잡고 앉아서
노트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쥐포를 들고 점점난 내 방 노트북쪽으로 다가가는 깨달음.
먼저 잔다고 얘기하고 에 들어갔다.
그렇게 40분쯤 흘렀을까,,,거실로 나가 봤더니
뭐가 그렇게도 재밌는지 혼자 웃고 난리였다.
나도 모르게 [ 저,,,웬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다 보고 양치도 잘 하고 자라고 그랬더니
[ 수바~ 먹어요]란다.
[ ......................... ]
수박의 박 발음을 매번 가르쳐줘도 여전히 [수바][수바]라고 한다.
수박은 무슨 수박이냐고 그냥 자라고 엄포를 놓고
내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 일기를 쓰고 있자니
짜증이 슬슬 올라왔다.
요즘, 일이 많아서 거래처와 술 마실 기회가 많아졌고
경기가 좋아졌는지 좋은 곳?에서 접대차원으로
술을 마신다고 했었다.
그저께도 긴쟈에서 술을 마셨는데 와인 한 병이
3만엔(한화 약 280,000원)이나 하더라고
역시 맛있었네,,, 어쩌네..했었다.
오늘은 록본기에서 마셨다고 했다.
부부는 웬수들이 만나는 것인지....
술이 웬수로 만드는 건지...
술만 마시면 고집도 세지고,,,,
술만 마시면 말도 더 안 듣고,,,
술만 마시면 실실거리고,,,,
술 취한 남자들은 다 저런가,,,,,
일기를 다 쓰고 거실을 빼꼼히 내다 봤더니
서준이가 하는 한국말을 따라하면서
노트북에 얼굴을 더 갖다대고 보고 있었다.
술 취해 집에 와서 한다는 일이
쥐포 뜯으며 한국 오락프로 보는 거라니..,,,,
역시,,,웬수다,,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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