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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을 춤추게 하는 것

by 일본의 케이 2015.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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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한 것 있음 말해~]

[ 아니야,,, 특별히 없어,,,]

[ 한국에 못 왔으니까 내가 사서 보낼게~]

[ 아니야,,,뭐 사려면 마트도 가야하잖아, 

지금 돌아다닐 때도 아니고,,,괜찮아 ]

[ 괜찮다니깐, 어차피 우리도 마트 한 번 가야하니까

그 때 같이 사면 돼~]

동생에게 필요한 거 몇가지 얘길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렇게 도착한 한국에서의 소포.

과자는 몽쉘 한박스만 보내라고 당부했건만

다양한 과자들이 많이도 들어있다.

 

세븐, 샤브레, 몽쉘, 찰떡파이, 웨하스,야채크래커,

영양갱, 카라멜, 롱스, 샤브레, 크라운산도, 껌까지.,,,

열무, 배추, 부추김치, 창란젓, 정관장,

감자, 풋고추, 된장, 누룽지, 고구마, 쥐포, 문어다리.

그리고 내가 보내달라고 했던 상추씨앗, 깻잎씨앗도 들어있었다.

왠 감자까지 보냈냐고 물었더니

소포를 싸고 있는데 하지감자가 제철이니까 

꼭 챙겨 보내라고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함께 넣었단다.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고 난 다음

과자류는 깨달음 책상에 모두? 올려 놓았다.

두 개만 올려 놓을까 망설이다가 그냥 다 올려놨다.

이사를 하고나서는 한국과자가 없었다.

예전에 회사에 가져갔던 것도 직원들이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금세 다 떨어졌다고 투덜거렸지만 

애써 내가 모른척 했었다.

코리아타운에 갈 시간도 없었고

 내가  배 나온다고 못 먹게 했던 것도 있고 

그래서 더더욱 먹고 싶어할 것 같아서 그냥 모두 올려 두었다.

 

 퇴근하고 자기방에 불을 켜자마자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한 손에는 껌 세트를 움켜 쥐고

 과자들 하나씩 점검하듯 쳐다보면서

자기가 좋아한 게 많다고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흔들거리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 ........................ ]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웃음이 나와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온 몸으로 이렇게 기쁨을 표하는 50중반의 아저씨...

그것도 과자를 보고 춤추는 일본 아저씨.... 

남편을 춤추게 한 것은 바로 한국 과자였다.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완전 웃기는 아저씨 춤이였다.

양 손을 들고 흔들흔들,,,

그렇게도 좋을까....

알았다고 옷 갈아입고 어서 저녁 먹으라고 주방으로

가려는데 처제에게 하트 날려야한다고 빨리 한 장 찍어라면서

[사랑해요~]하트를 보낸다.

[ ......................... ]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이도 아니고

저렇게 춤이 절로 나올 만큼 좋을까,,,

이해가 되다가도 깨달음 나이를 생각하면

도저히 매치가 되질 않는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저녁을 먹고

동생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자기가 할 얘기가 있다며

한국어로 가르쳐 달라고 했다.

 

 [ 00씨, 과자,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 일본에 언제 놀러 와요?]

[ 우리집에서 같이 자요~00씨~]

[ 오머니랑 같이 와요~]

[ 진짜로 놀러 오세요~]

[ 일본에서 만나요~~]

[ 메르스 조심하세요~]

늘 그렇듯 일방적으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먼저 하고,,

듣고 있던 동생은 웃으면서 [ 네,,네,,]라고만 대답을 했다.

목소리로 감사의 뜻과 기쁨을 전해서 좋은데

 처제가 일본 온다는 얘기를 안 한다고

은근 고집이 세다면서 자기 고집이 더 세니까

기여코 일본에 오게 만들거란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들을 어떻게 저렇게 잘 알아서  

보내주는지 생각만해도  

처제에게 너무 너무 고맙다면서

이번에는 회사에 과자를 안 가져가고 집에 두고 먹을 거란다.

[ ......................... ]

50대 아저씨의 발언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유치한 얘기를 하는 깨달음을 보며

남들은 칭찬을 받아 춤을 춘다는데

우리 남편은 과자를 보고 춤을 추니.......

이걸 순수하다고 해야할지,,,단순하다고 해야할지.....

지금까지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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