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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시댁에 가면 우리가 꼭 하는 일

by 일본의 케이 2014. 10. 30.

 

해가 질 무렵에서야 시댁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관문을 열며 어머님을 불렀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어 안방으로 들어갔더니

신문을 보고 계시던 아버님이 깜짝 놀래셨다.

 보청기를 끼고 있어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고 미안하다고 귀엽게 웃으신다.

웃는 모습도 어쩌면 저렇게 깨달음과 똑같을까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면서 건강은 어떠신지, 요즘 근황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때 어머님이 들어오셨다. 앞마당에 있는 감나무에 감이

올해는 너무 많이 열려 자꾸만 떨어진다고 청소하고 계셨단다. 

 

언제나처럼 우린 이층에 올라 짐가방을 풀고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더니

진짜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깨달음이 태어나던 해, 그리도 시동생분이 태어나던 해,

두 그루에 감나무를 심으셨다는 시부모님,

50년을 훌쩍 넘은 감나무 두 그루가 이렇게 변함없이 매해 열매를 맺고 있다. 

 

우린 바로 대형슈퍼에서 반찬거리를 사와 저녁준비를 했다.

일주일 전에 예약해 두었던 식당을 취소하고 집에서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버님의 요실금이 심해져 10분 간격으로 화장실에 가셔야하기에

 외식이 불편하다고 그러셔서 그냥 집에서의 식사를 택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린 매번 시댁에 올 때마다 하던 일들을 시작했다.

시부모님들이 80평생 넘게 살아오시며 모아두었던 오래된 물건들, 옷가지들,

 그리고 냉장고까지 [대청소]를 해드리는 것이다.  

 

깨달음은 묵은 살림들을 꺼내면서 어머님과 어릴적 에피소드를 나누다가

10여년 전에 사 드렸다는 실내용 슬리퍼가 그대로 있는 걸 보고

필요없는 물건들은 모두 처분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언제 쓸지 몰라서 놔 둔 거라고 어머님이 그러시며

 행여나 귀한 걸 버리나 보시려고 몇 번 우리가 청소하는 모습을 엿보셨다.

그런 어머님을 보더니 깨달음이

가족들 추억이 담긴 물건은 안 버릴테니까 걱정말라고

여긴 그만 신경쓰지 말고 추우니까 방에 들어가시라고 그래도 어머님은 아들이 하나씩 하나씩

먼지 묻은 과거의 물건들을 꺼낼 때마다 조금은 부끄러운 듯,

조금은 안타까운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셨다.

 

묵묵히 정리를 하던 깨달음이 신발장 속 깊숙히 간장병이 5병이나 나오는 걸 보고

크게 한 숨을 쉬면서 어머니께 보이는 곳에 두면 이렇게 또 사고 또 사고 그러지 않으니까

이제부터는 보이는 곳에 두도록 하라고 또 한마디했다.

난 열심히 큰 쓰레기 봉투에 차곡차곡 넣고,

어머님은 깨달음 눈치를 약간씩 보시면서 작은 것들을

미리 쓰레기장에 놓아두시겠다고 밖으로 가져가셨다.

다음날 아침, 어제 사 왔던 샐러드와 계란 후라이 등을 만들어 식사를 하고

 우린 2층방 청소에 들어갔다. 

 

깨달음이 어머님 기모노 옷장을 정리하려고 할 때 어머님이  올라오셨다.

그냥 계시라고 그랬더니 당신이 할 수 있는 정리는 

당신이 하고 싶다고 그러시자 우린 아무말 못했다. 

 

어머님에 뒷모습을 보며 부모님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우리가 하는 매해 두 번씩의 [대청소]가 과연 잘하는 것인지,,,,

문득 의문스러워 움직이던 손을 멈춰다.

비록 묵은 살림이고, 색이 바라고, 헐어서 쓸 수가 없는 게 태반이지만

80년이상을 시부모님과 함께 했을 물건들,,,,

 그 속엔 깨달음과 시동생분의 성장도 함께 묻어 있는 물건들,,,

목이 떨어진 선풍기,, 사이클 표시가 없어진 라디오,,,알이 듬성듬성 빠진 주판,, 등등

버리면 좀 더 편할실거라고, 공간도 넓게 쓸 수 있고, 위생적이고,,,

그래서 시작한 [대청소]였는데,,,,,

세월이 흘러도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게 있다.

그게, 남편과 자식이 쓰던 물건이여서 더욱이 그럴 것이다.

내년엔 [대청소]가 아닌 [추억 정리]를 해드려야 할 것 같다.

시부모님께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댓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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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씨아저씨 2014.10.30 08:58

    참으로 깨서방은 천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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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일 2014.10.30 09:11

    부모님살아 생전에 급히 이사를 하느라 살림이 다 없어젔는데
    몇가지 챙겨서 두고 부모님보고싶을때 만저 본답니다 .
    답글

  • 굄돌* 2014.10.30 09:32 신고

    그렇게 깔끔하던 분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시집이 엉망이 되어가더군요.
    몸이 귀찮아져서, 혹은 눈이 어두워져서
    그리 된 것이겠지요?
    팔 걷어부치고 주방부터 확 뒤집어 놓고 치우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케이님, 애쓰셨어요.^^
    답글

  • 행복한요리사 2014.10.30 10:40

    쓰지않아도 버릴 수 없는 물건들이
    있더라고요...
    공감가는 말씀 잘 보고 갑니다.
    케이님!
    답글

  • 개코냐옹이 2014.10.30 11:06

    추억 정리 .. ^^
    그럼요 ...
    너무너무 마음 쓰지 마시고 편안하게요 ..
    답글

  • 레몬구리 2014.10.30 15:19

    시어머님 모습에 제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마음을 읽어드리는 케이님... 수고하셨어요~
    답글

  • 윤정우 2014.10.30 19:49

    항상 볼때마다 두분은 부모님께 정성을 다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헤아려서 말씀드리고 행동하는것
    그게 효가 아닐런지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날이 쌀쌀하네요
    아마 그쪽도 그러하겠지요
    건강에 신경 쓰시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답글

  • 2014.10.30 19:57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2014.10.30 19:57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2014.10.30 19:58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2014.10.30 20:02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불쾌하셨을텐데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드릴게요.
      제 블로그, 아니 티스토리는 시스템의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잠시 시간을 두신 다음 댓글을 올리시거나, 닉네임을 바꾸셔서 올리시면 괜찮아집니다. 다른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제 프로필 밑에 공지사항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더 좋으실 거에요.

  • 김이당 2014.10.30 20:48

    저도 방정리할때 특히 책정리할때 책을 한번씩 펴서 보고버려요 이년전 삼년전글씨 보면 괜히 울적하고 그러더라구요.. 지난 날의 물건을 정리할때의 마음은 비슷한가봐요ㅎㅎ..케이님은 참좋은 며느리신거 같아요
    답글

  • 민들레 2014.10.31 02:20

    지금은 두분 모두 안계시지만 친정집에 가면 두팔 걷어부치고 대청소를 합니다.
    다음에 가면 아버지께서 손 사래를 치십니다.
    네가 왔다가면 뭐가 어디에 있는지 통 모르시겠다 하시며 냅두라 하십니다.
    오래 되거나 지저분하고 필요 없다 생각하고는 버리고 오거든요 ㅎ
    지금 너무도 보고싶은 우리 엄마 아버지
    눈물이 또르르~~ ㅠㅠ
    답글

  • 채영채하맘S2 2014.10.31 02:56

    저도 그래서 못 버리고 가지고있는 물건들이 있어요. 어렸을 때 주산을 배울 때 쓰던 주판 아직도 가지고 있고 옷 가지들은 올여름에 조금 정리해서 버렸어요. 진짜 물건 하나하나마다 추억이 묻어있으면 쉽게 버리지못하겠더라구요
    답글

  • 블루칩스 2014.10.31 03:53

    이 글을 시부모님,친정 부모님이 보신다면 참 기특해 하실거같아요~ 이쁜내딸~ 하시면서~~~ ㅎㅎㅎ
    답글

  • 저도 다음번 집에 내려가면 대 청소 도와드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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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odri 2014.11.01 05:15 신고

    아 일본집의 구조가 대충 보이네요. 이쁜집이예요. 청소후의 모습을 생각하고 괜히 설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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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은 2014.11.03 11:57

    문득생각이나는곳입니다
    뭔가글쓴이분의성품이라던지
    남을생각하는마음에항상반성하고깨달음을
    얻어가기도하고공감하기때문에
    생각이나는곳인거같습니다
    마음씨가좋으신분주위엔역시좋으신분들이함께하는가봅니다^^ 시부모님들이소박하고마음씨좋으셔저희시부모님과비슷한거같아
    흐뭇한마음으로오늘도잠깐들렸다갑니다
    좋은하루되시고좋은소식들많이올려주세요^^
    답글

  • 위천 2014.11.03 16:47

    저는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부모님의 추억 할 만한 물건이 남아 있지를 않네요
    함께 하시던 물건들이 없어서 아버지께서 얼마나 서운하실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도록 깨우침(깨달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

  • 날고싶은새 2014.12.05 07:04

    마음이 참 예쁘셔요.. 저도 좀 더 나이가 들면 케이님처럼 생각이 깊어질까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