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개월만에 김치를 담그는 것 같다.
지난 주, 일본인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고 어제 저녁부터 준비를 했었다.
날이 추워지니까 따끈한 김치찌게가 먹고 싶다는 친구...
겸사겸사 깨달음 친구분들에게도 좀 보내야할 같아서 하나하나 포장을 하다가
문득 집 근처에 사는 일본 아줌마 요시무라씨가 생각나 연락을 했더니
오늘 당장 만날수 있다고 약속장소를 알려주신다.
약속장소에 도착, 휙~한 번 훑어봤더니 뒷모습이 보이길래
[ 언니~]라고 부르자 손을 흔들며 [ 돈생~동생 ]하며 반갑게 맞이해준다.
오랜만이라고(4개월만) 인사를 나누고 김치를 드렸더니
김치 담그는 걸 왜 말하지 않았냐고, 작년 김장 때처럼 같이 담그면 좋은데
이번엔 왜 혼자했냐고, 자기도 같이 하고 싶었다고 투정을 하신다.
귀여워서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오늘은 자기 모습이 심란하니까 하트처리 해달라신다.
[ ........................ ]
김치봉투를 꺼내면서 맛있는 냄새난다고 봉투에 코를 갖다대고 좋아하신다.
그 다음, 요시무라씨가 김치 보다 더 좋아했던 게 한국에서 내가 가져온, 쥐포와 김가루였다.
쥐포를 보더니 얼굴까지 빨개지며 자기가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냐고
역시 케이는 일본인 마음을 잘 안다고
한국말로[ 고마워요~~정말 고마워요~]를 몇번 말씀 하신다.
쥐포를 보고 한국산이냐고 재차 묻더니
코리아타운에서 파는 건 한국맛이 나질 않더라고
달달하게 만든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밥반찬도 되고
남편 술안주에도 좋더라면서 오늘 쥐포는 남편 모르게 자기 혼자 먹겠단다.
김가루 봉투도 몇 번 냄새를 맡아보면서 참기름이 한국 참기름이냐고 또 묻는다.
그렇다고 우리엄마가 직접 짜신 참기름으로 만든거라 그랬더니
밥에 뿌려 먹으면 금새 한그릇을 먹어 치운다고 밥도둑이란다.
한국반찬 앞에선 다이어트를 할 수가 없다고
깻잎을 뜨거운 밥에 올려 먹으면 젓가락이 멈추질 않는다면서
여러 한국반찬들을 나열하길래, 언니는 한국정보통이니까 잘 알겠지만
다른 일본인들은 나물이나 김외에는 잘 모를거라고 그랬더니
나보고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며 자기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좋아하는 반찬이 주로
창자젓, 양념게장, 고추장 멸치, 두부조림이라고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밑반찬은
일본사람 입맛에도 맞아서 다 좋아한단다.
다들, 한국을 많이 다니다 보니 식당에서 공짜로 나오는 반찬들을 먹어보고
김치 이외의 반찬 맛을 알고 있다고 한국반찬을 찾는 일본인이 많아졌는데 왜 그걸 모르냐고
나보고 코리아타운 가서 공부 좀 하고 오란다.
[ ........................ ]
(구글 이미지에서 퍼 옴)
일본인이 좋아하는 반찬 랭킹에 김치가 꼭 뽑히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밑반찬까지 알고 있을거라 솔직히 생각을 못했다.
김치 잘 먹겠다면서, 다음달 좀 더 추워지면 자길 위해 같이 김장을 도와달라는 요시무라씨..
알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오는데 김장하는 날 한국식 [계란말이]도 좀 가르쳐 달란다.
[ ........................ ]
[계란말이]라는 말에 깨달음을 보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언니도 늘 자기 몸엔 자신도 모르는 한국인의 피가 섞였을 거라고
농담반,진담반으로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러고보면 내 주위엔 깨달음처럼 한국음식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이 참 많다.
다음부터는 친구들에게 한국반찬들도 좀 만들어 끼워보내야 될 것같다.
만나면 늘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요시무라 언니...
김장할 생각 전혀 없었는데 언니를 위해 시간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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