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깨달음과 합류한 곳은
내가 치료를 시작하기 전날까지 다녔던 이자카야였다.
오후6시를 막 지난 시간인데도 빈 좌석은 예약해 둔 우리 좌석뿐이였다.
[ 이랏샤이~~]
분주하게 움직이시던 마마가 날 잠깐 쳐다보시더니
뭔가 얘기를 하시려다가 안쪽 테이블에서 마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얼른 그쪽으로 가신다.
깨달음은 생맥주를 난 쥬스를, 그리고 몇가지 간단한 음식을 주문하고 건배를 하자
깨달음이 자기 맥주잔을 내밀며 한 모금 해보란다.
치료가 끝나면 예전처럼 술술 술이 잘 넘어갈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러질 못했다.
내가 고개를 저었더니 바로 잔을 거둔다.
카운터 안에서는 마마가 분주히 음식을 만들고, 나르고 계셨고
여기저기서 [ 오카아상~] [ 오카아상~]을 부른다.
이곳에 오시는 손님들은 마마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손님연령층은 50대,60대아저씨들이 많은데
70대후반인 마마를 다들 [오카아상]이라고 부른다.
카운터 뒤쪽 출입구가 몇 번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난다.
만석이여서 다시 돌아가는 손님들이다.
우리가 주문한 꽁치구이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도 조금씩 덜어 쟁반에 들고 오신 마마가
작은 목소리로[ 아직 얼굴이 환자얼굴이네~ 고생했어~]라고 하시며
서둘러 테이블에 올려 놓고 가시려다가 [기무치(김치)]줄까라고 물으신다.
[ ......................... ]
감사하다는 말을 전할 틈도 없이 또 바쁘게 움직이시는 마마.
날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입맛을 기억하셨는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 내주셨다.
참 맛있다,,,,마마의 마음이 느껴져 더 맛있는 것 같다.
감사의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들어간 깨달음이
마마와 밀고 밀치고 실랑이를 벌리고 있다.
안된다, 괜찮다라는 소리가 몇 번 오가고,,, 깨달음과 같이 밖으로 나오신 마마.
나보고 술 한 잔하고 싶을 땐 남편없이 혼자 와도 괜찮으니까 언제든지 오라시면서
아프지말라고 자식이 아프면 부모마음이 더 아프다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 걱정시키지 말라신다.
[ ...................... ]
코끝이 찡해왔지만 꾹 참고 너무 잘 먹었다고 또 오겠다고 약속을 드리고 나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깨달음이 너무 죄송하다고 다음주에 또 오잔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 외에 값은 안 받으신다고 그러셔서 안 된다고 카운터에 돈을 놔뒀더니
내 치료 끝난걸 축하해 주고 싶어 준 것인데
그걸 돈으로 계산하면 안된다며 끝까지 마다하셨단다.
난 일본인은 아니지만 이곳에 오면 우리식으로 말하는 [집밥]을 먹은 것 같아서
마음도 편하고 안심이 된다.
가끔 이렇게 한국의 [엄니 식당]을 연상케하는 일본 가게들이 있다.
왜 이 마마를 많은 분들이 [어머니]로 부르는지, 아니 부르고 싶은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감사해야 할 분들, 감사해야 할 것들이 내겐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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