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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시부모님..그리고 난 며느리

by 일본의 케이 202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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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아저씨가 오전에 가져다 주신

과일박스를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깨달음에게 과일이 택배로 왔다는 말만 전했고

깨달음의 부탁은 들었지만 내 손이,

내 마음이 미동치 않아 그냥 무시하고 

내 일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왜 기분이 밝지 않은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짜증이 난 건 분명했다.

깨달음을 생각하면 짜증을 내선 안 되고

짜증을 낸다는 자체가 실례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 머릿속은 불편한 생각들이

가득 차고 있었다.

깨달음 부탁은 이거였다. 과일과 함께

내게 우메보시( 梅干し매실절임)를

아버님께 보내달라는 거였다. 

월요일에 깨달음이 보낸 우메보시의 염분이

10%여서 좀 짰다며 8%를

드시고 싶다고 하셨단다. 

오늘은 시간이 안 되니 내일 보내드리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기다리실 테니

오늘 보내드렸으면 한다고 했다.

시아버님은 거의 매일 전화를 하신다.

우리가 보내드린 먹거리들이 잘 받았다는 것과

 뭐가 맛있더라는 것과 맛이 별로 였던 것,

그리고 당신이 먹고 싶었던 것을

얘기하기 위해서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제저녁 통화를 하면서

우메보시 얘기를 할 때부터

내 기분이 밝지 않았던 것 같다.

통화를 끝낸 깨달음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뱉고 말았다.

[ 아버님은,, 뭐가 그렇게 드시고 싶은 게 많지?

지금,, 일주일에 3번 이상, 이틀에 한 번꼴로

보내드리는데도 요구사항이 너무 많으시네..]

[ 죽을 날이 가까워지니까 먹는 것에

집착하시는 것 같아 ]

[ 그 죽을 날이라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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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입을 열면 있는 그대로 정화 없이

날 것 그대로 뱉어질 것 같아 그만했었다.

자식들에게 죽음이라는 단어를 무기로

내놓으며 협상을 해오는 게

노인들의 특징이라는 건 알기에...

내 꿀꿀한 기분과는 상관없이

오늘 중으로 보내는 게 깨달음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서둘러 일을 마치고 택시를 탔다.  

 김치 냉장고에 넣어둔 우메보시를 꺼내

염분을 확인한 후, 포장을 하며 이 우메보시도

아침, 낮, 저녁, 끼니때마다 하나씩

드시니 일주일도 가질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우체국을 나와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산책로로 방향을 틀었다.

운하를 따라 바다와 맞닿는 곳까지 한없이

흘러가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하며 마냥 걸었다.

내가 짜증스럽게 느꼈던 이유에는 

어떤 배경이 숨겨져 있는지

내 자신을 들여다봤다.

지금껏 아버님이 좋아하는 것들을 골라 보내며

즐거운 마음으로 했던 게 사실인데 

어느 날 문득 심통이 날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부터 아버님이 먹고 싶은 걸

아주 다양하게 깨달음에게 부탁할 때부터

조금씩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지금 계시는 요양원의

식사가 부실하다는 걸 알고 드시고 싶은 거라도

맘껏 드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난 왜 즐거움을 잃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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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이런 불편한 마음을

깨달음도 어렴풋이 느꼈을 것이다.

소포를 보냈다는 카톡을 했을 때 깨달음이

전화를 걸어왔다.

[ 고마워.. 바쁜데.. 당신한테 부탁해서 ]

[ 아니야,, 내일 오전에 도착할 거야 ]

[ 아버지가 당신한테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고 하시는 거 알지,

아, 그리고 아까 엄마 요양원에서

당신이 보낸 쥬스도 잘 받았다고

엄마에게 바로 드렸더니 잘 드시더래.

그것도 고마워 ]

아버님에게만 보낼 수 없어

어머님에게는 2주에 한 번씩 주스를

보내드렸는데 잘 드신다니 다행이었다. 

 

시부모님, 그리고 난 역시 며느리

나고야에 도착한 우린 바로 헤어졌다. 깨달음은 현장에 가야했고 난 그 미팅이 끝날 때까지 시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사야한다. 깨달음은 연말을 앞 두고,  미리 점검해야할 현장이 많아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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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도 실은 조금 힘들다

새벽 4시 반부터 깨달음 방에서 소리가 났다. 불이 켜진 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출장을 가기위해 가방을 미리 싸 둬야 했는데 피곤해서 그냥 자버린 바람에 아침에 짐을 챙기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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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요양원의 식사에 문제가 있고

아버지가 원래 주전부리를 좋아해서

그런다고 자꾸 내게 같은 설명을 해왔다.

[ 알아, 깨달음,,괜찮아,,내가 호르몬 이상으로

감정선이 오락가락해.. 그냥 그러려니 해 ]

[ 아니야,,지금까지 당신 너무 잘했어.

나도 진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 미안해지니까 그만해..그런 말..]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소포를 보내지 못한 걸

분명 들켰는데 깨달음이 몰랐으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 당신 잘 챙겨준 덕분에 두분이

잘 버티고 계신다고 생각해 ]

[ 그렇게 말하니까 괜히 부담스럽네....]

[ 아니..그런 뜻이 아니라. 항상 고맙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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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로서 책임과 의무

골절되었던 뼈가 완전히 붙었다는 기쁜 소식은 들었지만 걸을 때마다 통증이 가시질 않았다. 골절 부분이 아닌 발바닥, 발등, 그리고 쪼그려 앉지를 못할 정도로 발목이 뻣뻣해져 있어 집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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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껏 내 부모든, 시부모님이든

제대로 된 효도라는 걸 해 본 적이 없다.

모두가 자기네 방식대로 효도를 하는 세상이니

뭐가 효도라고 딱히 정의할 수 없지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효도라고

말할 가치도 아닌 것들을 해왔던 것 같다.

며느리로서 최소한의 의무만 해왔으면서

이제와 뭐가 불만인 건지...

막연히 효도라는 걸 못 해 드려 죄송함이

가득했던 그 마음을 잃지 말고

무엇보다 깨달음까지 불편한 내 마음이

전달됐음을 반성하며 갱년기 호르몬

장애로 인한 걸로 생각을 정리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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