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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식욕...그리고 소크라테스

by 일본의 케이 202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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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서둘러 먹고 외출 준비를 했다.

언제 내릴지 모를 꾸무럭한 날씨를 대비해

우산을 챙기고 있는데 깨달음이 자기 방에서

튀어나와 어딜 갈 거냐 물었다.

[ 쇼핑 좀 하려고,,]

이곳은 금요일(건국기념일)부터 연휴였다.

연일, 7만, 8만인의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어

지금 같은 상황에선 연휴여도 전혀 의미가 없어

평소처럼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몸조심, 코로나 조심을 하고 있는 중이기에 

 

혼자 다녀올 요량이였다.

[ 어디로 갈 건데? ]

[ 코리아타운 ]

[ 그럼, 나도 갈래 ]

[ 얼른 필요한 것만 사고 올 거야, 그니까

당신은 그냥 집에 있어 ]

싫어소리와 함께 빛의 속도로 외투를 걸치고

나온 깨달음이 내 팔짱을 꼈다.

 

굳이 코리아타운에 가지 않아도 요즘은

대형마트에서 웬만한 식재료는 구입할 수 있지만

코리아타운에서만 살 수 있는 재료들이

필요해서 혼자 갔다오려는 것이였는데

깨달음이 따라 붙었다. 

[ 당신은 왜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해? ]

[ 귀찮잖아,, 누구랑 같이 다니면 ]

그냥 나 혼자 얼른 다녀오고 싶었다.

지난주에 또 생긴 입술포진 때문에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싶어

조용히 여기저기 둘러 볼 생각이였다.

 매일 산모처럼 미역국을 그리도 먹었건만 내

면역력은 제대로 오르지 않았는지 아니면

스트레스가 면역을 방해하는지

되풀이되는 포진이 짜증스러웠다.

병원에선 스트레스를 만들지말라는 말만

거듭할 뿐 정작 본인인 나는 스트레스의 정체가

어떤 것인지 분석하느라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판국이다.  

깨달음은 옆에서 뭐 살 거냐고 계속 물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직접 가서 둘러보고

면역에 좋은 것들을 살 생각이였기에...

 언제나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코너를 돌며

 깨달음이 시래기를 발견했다고 좋아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래기가 없어서 바구니에

담고 난 둘러보다 흑마늘이 눈에 들어와

성능을 좀 살펴보고 하나 샀다.

[ 흑마늘 샀어 ? ]

[ 응,마늘이 면역력 높이잖아, 당신도 먹을 거야? ]

[ 아니. 난 괜찮아 ]

인삼, 대추는 집에 있으니 생략하고 다시 한 바퀴

매장을 둘러보는데 낙지가 눈에 들어왔다.

넘어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

전복이 좋다고 해서 전복 미역국을 내내 먹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못느껴서 이번에는 낙지를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수조로 다가갔다.

마침 아저씨가 가자미를 뜨고 계셔서

낙지를 부탁했더니 

한 마리밖에 없다고 하신다.

[ 깨달음.. 한 마리뿐이래 ] 

[ 난 안 먹을 거니까 그거라도 사 ]

[ 왜 안 먹어? ]

[ 난,, 힘이 넘치거든.., 근데 어디산이야? ]

[ 한국산 ]

[ 잘됐네.. 얼른 사 ]

깨달음은 브랜드가 다른 짜장 소스를 신중히

골라 바구니에 넣었고 난 삼계탕에

필요한 재료들을 마저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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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집으로 돌아와 낙지를

손질하고 있는데 깨달음이 자기는 원래

산낙지를 안 좋아한다며 장모님이 삶아주신 

굵고 통통한 낙지 숙회는 좋아하는데

이건 너무 작아 먹을 게 없단다.

[ 그래서 세발 낙지라고 부르잖아 ]

[ 나는 안 먹을 거니까 당신 먹고 힘내 ]

[ 그럼 당신은 저녁에 뭐 먹을 거야? ]

[ 나는 쫄면 먹을래 ]

항상 비빔냉면만 먹다가 오늘은 쫄면을

먹어보겠다는 깨달음. 언젠가 한국에서 먹은

쫄면이 너무 질기고 매워서

쫄면은 질긴 음식이라 생각했다는데

아까 매장에 쫄면의 선전문구가

그럴싸해서 샀단다.

내가 탕탕이를 조금씩 음미하며 먹는 동안

깨달음은 매콤 달콤한 쫄면을 연신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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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도 먹는 건 즐겁다

2021 마지막 날,, 우린 쯔끼지(築地) 시장에 다녀왔다. 싱싱한 야채, 생선들을 구매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단순히 연말분위기를 느끼려 심심해서 나왔는데 직접 와 보니 생각보다 물건들이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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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때? 많이 질겨? ]

[ 아니. 이건 완전 쫄깃쫄깃해. 비빔냉면보다

쫄면이 훨씬 맛있는데 ]

[ 그래. 그럼 이제부터 쫄면으로 먹으면 되겠네 ]

우린 그렇게 저녁을 먹으며 인간은 먹기 위해

사는 건지 살기 위해 먹는지에 관한 얘길 나눴다.

먹는 즐거움을 누구보다 만끽하는 깨달음에게

인간은 먹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이라는 굳은 믿음 같은 게  있었다.  

금세 바닥난 내 탕탕이 접시를 보고는

다음엔 서너 마리 사서 먹으라며

코리아타운을 벗어나면서 짬뽕 전문집

간판을 보고 엄청 갈등했다며 먹고 싶을 때

못 먹으면 자긴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했다.

 

일본남편들이 아내에게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

2년만에 보는 선배는 좀 늙어 있었다. 깨달음과도 알고 지낸지 벌써 10년이 되다보니 서로가 허물없이 사이이다. 노총각이였던 그가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50이 넘도록 오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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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말에 공감은 하면서도 한편으론

나처럼 건강을 위해, 살기 위해 억지로

먹는 것은 즐거움보다는 곤욕일 수도 

있음을 말했더니 그럴수록 즐거운 마음으로

 빨리 기운을 차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먹어야 된단다.

[ 어때? 낙지 먹으니까 힘이 나는 거 같지?]

[ 응,, 기분 탓이겠지만..]

[ 그것 봐, 몸이 원해서 먹든, 머리가 원해서 먹든

그렇게 먹으면 분명 좋은 효과가 나타나는 거야 ]

[ 깨달음,, 근데..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는 말이 있어 ]

[ 무슨 뜻인지 아는데 인간의 3대 본능에

식욕이 성욕보다 먼저인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야. 식욕은 목숨과도 직결되니까.

그만큼 인간은 먹는 데 최선을 다 하라는 거지.

무조건 아무거나 막 먹으라는 게 아니라 ]

 

일본에서 급증하는 가족관계 끊기

최근 일본에서는 숨진 배우자의 부모,형제와의 관계를 끊기 위해 사후이혼 (死後離婚)을 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사망한 배우자의 친족과의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지 않다는 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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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120%즐기고 돌아온 남편

일본으로 돌아오는 날, 오후 비행기인 덕분에  짐을 호텔에 맡긴후 삼청동으로 갔다.  삼청동은 이번에도 꼭 먹고 가야할 게 있다던 깨달음의 선택이였다. 초입에 있던 치즈 핫도그집을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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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프면 사람이라는 동물은

이성을 잃게 되어있어서 소크라테스처럼

고상한 태도를 보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깨달음 이론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100% 동감할 수 없었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을 전부 맛보기 전엔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깨달음은

식욕에 관한 테마가 나오면 밤을 새도

부족할 정도이다.

살기 위해 먹는 건지, 먹기 위해 사는 건지

뭐가 먼저라 할 수 없겠지만

본능과 이성을 절충한 적정선에서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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