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아침을 먹자 바로 백신 4차 접종을 위해
집을 나섰고 난 작업실로 이동했다.
담당의에게 백신을 맞아도 괜찮다는 확인을
받고 바로 예약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자가 연일 20만명을 넘어가면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는 일이 또 발생하고 있다.
2년 반이 지나도록 코로나 정책이
바뀐 게 없지 않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저 스스로가 개인위생을 잘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얘기만 되풀이되고 있다.
이젠 코로나는 인플루엔자와 같은 급에
독감으로 인식하자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도 코로나라는 심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식으로
생각들이 느슨해지고 있다.
깨달음이 접종을 마치고 커피숍에 있다며
내게 연락을 해 왔지만 일을 마무리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 달까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밀려 심리적
여유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상태이다.
2시간 후에 만나자고 답장을 보냈는데
그동안 깨달음은 혼자 쇼핑을 하고
서점을 다녔다고 했다.
장어구이집을 예약했다며 그쪽으로
오라길래 찾아갔더니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 백신 맞은 팔 안 아파?]
[ 응, 전혀 ]
술을 마셔도 되는지 약간 걱정됐지만
깨달음이 괜찮다고 아무 상관없는 거라며
맥주를 한 병 더 주문해 내 잔을 채웠다.
[ 추석 때 (여긴 8월 15일이 추석) 뭐 하지?]
[ 음,,몰라,,]
[ 여행 갈까? ]
[ 아버님 보러 가야 하지 않아? ]
[ 아,,, 어제도 전화가 왔는데 가도
면회 안 된다 그랬어. 코로나 때문에 ]
우린 식사를 하며 아버님 얘기 나눴다.
깨달음이 코로나 양성으로 자기 방에서
격리생활을 할 때 아버님은
거의 매일 전화를 하셨다.
아들이 코로나에 걸린 걸 알리가 없이
당신이 곧 죽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보살펴 줘서
너무 고마웠고 자신이 죽으면 어머니 때보다
더 소박하게 장례를 치르라는 말을 하셨다.
통화를 끝내려고 하면 나를 바꿔달라고 해서
늘 똑같은 멘트를 단어 하나
빠트림 없이 하신다.
과분한 사랑을 줘서 고마웠고,
오래 살아 미안했고
당신은 곧 죽을 것 같으니
깨달음과 행복하게 살라는 말씀.
그러면 나도 똑같은 멘트로 답해드린다.
[ 아버님, 곧 안 돌아가시니까 걱정 마시고요.
내년, 100살 생신에 아버님이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 사서 축하해드릴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라고,,,
요양원 측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면
언제나처럼 노래교실도 재밌게 참여하시고
식사도 잘하신다고 했다.
[ 깨달음,, 아버님이 왜 그러는 거 같아? ]
[ 10년 전부터 똑같은 소리 했잖아, 곧
죽는다고, 엄살이 좀 심해..]
[ 그러긴 하는데... 괜한 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 ]
[ 뭐,, 돌아가실 때 됐지..]
돌아가실 때라는 게 언제인지,
누구도 모르고 본인 역시 알 수가 없다.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그러신가 했는데
그건 또 아니란다.
아무튼, 난 아버님이 전화를 하실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좀 오버스러워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잘라 말하는 깨달음.
[ 당신은 벌써 마음에 준비를 한 거야?
어머니 때도 그렇고 참 덤덤한 것 같아 ]
[ 100살이면 많이 사셨잖아..]
[ 요즘은 100살 넘게 사시는 분들이 많아 ]
[ 너무 오래 사는 것도 좋은 건 아니야,
어쩌면 아버지도 사는 게 재미없어
그냥 죽는 게 낫다 생각하는 거 아닐까? ]
아버님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자신의 존재를, 당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듯
끊임없이 알리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추석에 장어구이를 보내드리기로 하고
계산을 하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거짓말처럼 아버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엊그제 내가 보내드린 복숭아를 잘 받았다며
달고 맛있다고 하신다.
역시 아버님은 자식들의 관심이 그리워서
매일처럼 전화를 하신 게 분명하다.
그 부모의 마음을 훤히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고 싶은 자식들..
내 부모, 남의 부모 할 것 없이
가끔 눈 감고 외면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러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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