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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시아버지를 떠올리던 날

by 일본의 케이 202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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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를 돌려놓고 난 냉장고를 정리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나눠 넣어두려고 소분을 하는 중이었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배달원이 내게 건넨

흰 상자엔 깨달음 이름이 적혀있었고

그 바로 위에는 우체국 주소가 적혀있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며

보내던 날, 같은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매일

2번씩 왔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전화를 걸었더니 우체국 직원이었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에 들어가셨을 때, 우린

 두 분이 제철 먹거리를 드실 수 있도록

후루사토카이(ふるさと会)에 신청을 했었다.

지역 특산물인 과일이나 생선, 도시락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

두 분이 매달 받아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달, 아버님 요양원에서 배달을 갔다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돼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내용의 전화였다.

샤인 머스켓이 들어있는 상자를 열어보니

아버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케이 짱, 샤인 머스켓이 참 달고 맛있구나..

늘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하구나..--라고

말씀하실 게 분명한데 이제

아버님은 안 계신다.

이 박스가 아버님 요양원에 갔다가 우리와

통화가 되고 나서 도쿄로 오느라 시간이

걸린 탓에 한송이는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시댁 앞마당에 포도나무를 심을 정도로

포도를 좋아하셨는데...

생각에 생각들이 자꾸만 꼬리를 문다.

엊그제도 백화점에 갔다가 

늘 시부모님께 보내드리던 센베이와 양갱,

그리고 우메보시(梅干し-매실절임)를

샀던 곳에서 발길이 자연스레 멈췄었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깨달음도 습관처럼

아버님이 좋아하셨던 노리노쯔쿠다니를

(海苔の佃煮 -김 간장조림)

보고는 하나 사자고 했다.

[ 당신이 먹을 거야? ]

[ 응, 나도 좋아해. 어릴 적부터 먹었으니까 ]

 [ 그래, 그럼 두 개 사 ]

[ 아니야, 하나면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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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전부리로 과자를 보내드리면

요양원 친구분들과도 나눠 드시며

며느리 자랑을 하셨다는 아버님.

소포에 한국 과자가 들어있는 날은 꼭

간호사들에게 건네면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라고 하셨다는 아버님.

일주일에 두 번씩 보내드리는 소포가

귀찮을 때가 있었지만 며느리로서의

의무라 생각코 해 오다가

깨달음과 다툼이 있을 때면 괜스레

 싫은 소릴 했던 적이 있었다.

 아버님은 뭘 그렇게 드시고 싶은 게 많냐고,

지난번에 보내드린 걸 벌써 다 드신 거냐고,

염분, 당분 과다 섭취라는 걸 왜 모르냐고,,

내가 그런 소릴 했다.. 그런데 지금은

보내지도 못 할 우메보시를 볼 때마다 

죄 지었던 마음을 감추고 싶어진다.

매 끼니 때면 우메보시를  하나씩

흰쌀밥에 올려 참 맛있게 드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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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친정아버지를 보내드리면서

내 스스로에게 맹세했던 게 있었다.

가족들에게 절대로 후회할 짓은 하지 말자고

가슴속에 남겨질 일은 만들지 말자고

그렇게 나 자신에게 다짐했건만

우리 시아버지에게도 후회의 응어리를

남기고 말았다.

돌아가시면 소용없으니 살아 계실 때

잘해야 한다고 머릿속으로 늘 되뇌었으면서

정작 가슴은 딴생각을 했었던 모양이다.

그러지 말자고, 그래선 안 된다고

나중에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후회가 너무

크고 아프다는 걸 친정아버지를 통해

깨달았으면서 학습이 덜 된 아이처럼

가슴에 돌덩이를 또 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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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엄마들에게 아들이라는 존재

동생과 전화통화를 하다 엄마가 서울에 올라오셨다는 걸 알았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한 번도 혼자서 서울까지 가신 적이 없는데 느닷없이 올라오셨다고 한다. 언니네랑 같이 쇼핑도 하고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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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며느리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셔서

친구분들에게 부러움을 샀다던 아버님,

과자며 반찬이며 항상 아버님에게는

먹을 게 많아 주변에 늘 친구분들이

따라다니셨다는 아버님..

요양원에서는 돈도 중요하지만 자식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며 아버님은

소포를 받을 때마다 일부러 친구들을

당신 방으로 초대해 자랑하셨단다.

그래서 아버님이 갑자기 초콜릿을 보내달라고

하시기도 하고 버터 사탕이나 양갱을

보내달라고 하셨던 것이었다. 

그런데 난 뭘 그렇게 드시고 싶은 게

많냐고 했었다.

 

시부모님..그리고 난 며느리

우체국 아저씨가 오전에 가져다 주신 과일박스를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깨달음에게 과일이 택배로 왔다는 말만 전했고 깨달음의 부탁은 들었지만 내 손이, 내 마음이 미동치 않아 그냥 무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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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며느리가 일본에서 겪은 뜻밖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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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시고 나서야 아버님에게 우리가

보내드리는 소포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게 된 이 못난 며느리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아버님이 주신 끝없는

 사랑에 보답하지 못한 채 보내드려서

그저 죄송하고 죄송할 뿐이다. 

우메보시를 볼 때마다 난 아버님을 떠올리며

반성을 하고 그렇게 배워 나갈 것이다.

마음으로 다 하라고,

진심으로 다 하라고,

정말 내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

모두가 살아있는 동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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