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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한국행 취소를 말하지 못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2. 7.

퇴근하고 들어온 깨달음이 회사 근처 약국을

돌아다녀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때문만이 아닌 2월말부터 

이곳은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할 예정이고

우리 둘다 알러지가 있어 마스크가 필요했다.

지금 우리에게 비축되어 있는 건 몇개월전에 

사둔 2박스(120장)뿐인데 앞으로가 걱정이여서

요즘 깨달음과 나는 틈틈히 마스크를 구입하러

마트와 약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좀처럼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마트 아저씨가 오전 10시쯤 마스크가 들어오긴 

오는데, 요즘은 물량부족으로 

오는날과 안 오는날이 불규칙적이라고

그래도 매일 그 시간에 맞춰 나와보면 살 수 있지

않겠냐고 귀뜸을 해주셨는데 오전 10시에 맞춰

갈 수 없어서 괜한 조바심이 생겼다.

 마스크는 필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손씻기라고 해서 알콜 소독제를 구하려고 

하는데도 그것 역시 품절이 많다. 그래서인지

요즘 뉴스나 정보프로에선 옳바른 손씻기

방법과 알콜 소독제를 구입하지 못했을 때

메타놀을 이용한 살균제 제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 근데,깨달음,,마스크도 마스크이지만 

우리 한국 가도 괜찮을까취소하기도 그렇고,

 영 마음이 복잡해지네..이번주 조카 졸업식이

있었는데 취소였고 교실에서 단촐히 가족들만 

모셔놓고 했대. 오빠네도 환자가 없어 휴진했고...] 

[ 그래? 그정도야? 역시, 한국처럼 철저하게 

해야되는데 일본은 심각성을 아직 모르나 봐, 

크루즈 탑승자 반 이상은 감염됐을 거라고

 지금 난리인데 아둥바둥 거리기만 하지

대책을 못내리고 있잖아,,

보고 있으면 화가 나 죽겠어 ]

 


지난 20일, 요코하마를 출항해 홍콩과 동남아를

거쳐 이달 3일 일본으로 돌아온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리센스'에 탑습한 홍콩인 승객이

지난 25일 홍콩에서 내린후 신종코로나

감염 사실이 홍콩 당국에 의해

 확인됐고 2일 일본 정부에 통보를 했었다.

 하지만 크루즈 선에서는 그에 관련 안내방송을 

전혀 하지 않았고 홍콩인 감염자가 사용한 

사우나와 레스토랑,극장,댄스파티장 등

 각종 시설과 이벤트를 3일까지 정상적으로 

운영하다가 그날 오후 6시30분에

 객식에 머물러 달라는 방송을 처음했다. 

그래서 집단 감염자가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까지 왔고 일본 정부의

 늦장대처가 문제시되고 있다.


[ 깨달음, 흥분하지 말고,,아무튼,,우리

한국 스케쥴 잡았던 거 변경해야 되겠지? ]

취소라는 표현을 하지 않고 변경이라는

단어를 바꿔서 넌즈시 물었다.

[ 안 돼. 아버님 기일이잖아,,그니까 꼭

가야지. 안 가면 돌아가신 아버님이

서운해하실거야  ]

[ 아니,,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족들은

그랬어..]

[ 아니야, 난 그냥 계획대로 움직일 생각이야, 

기일에도 참석하고 서촌 한옥마을도 가고, 

아 지난번에 갔던 칼국수집이랑 꼬막집에 가서

막걸리도 마실 거야 ]

송강호의 명대사 [ 넌,,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말이 튀어 나올뻔 했다.

[ 그래도 깨달음,,사람이 모인 곳은 안 돼 ]

[ 괜찮아, 일본보다 한국이 더 안전할지 몰라 ]

[ 정말 돌아다닐거야? 되도록이면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좋은 거래 ]

[ 한국은 괜찮아..]

무슨 근거로 괜찮다고 장담을 하는 거냐고

했더니 자기는 한국을 믿는단다.


 괜찮겠지만 모두가 모두를 위해서

조심해야하는 거라고 하자

그래도 자기는 스케쥴대로 돌아다닐 거란다.

 마스크 쓰고 손 깨끗이 씻고

알콜 소독도 자주 하면서 다니면 아무 문제

없다면서 한숨 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 당신이 그렇게 걱정되면 우리 호텔에서 

치맥이랑 짜장면이랑 시켜 먹으면서

후배랑 친구들 불러서 놀까? 

아니, 노래방 갈까? 거긴 사람들 접촉이

적잖아 ]

 [ ............................ ]

잠시 아빠 기일때문에 간다는 것을 깜빡 했는지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들떠서

 얘기하는 깨달음에게 한국행을 

취소하자는 말을 오늘도 꺼내지 못했다.

괜찮을 거라 나도 믿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이 걱정스럽다.

깨달음은 언제나처럼 계획을 다 만들어 놓고

움직이는 사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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