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후, 잠시 커피숍에 들러
차와 샌드위치를 시켰다.
실은 결혼기념일이 한달이나 지났는데 올해도
둘이 서로 모르고 그냥 넘어갔다가
쇼핑이라도 하자며 밖에 나와
깨달음 옷을 사고 잠시 쉬러 들어온 것이다.
[ 왜 당신은 아무 것도 안 사?]
[ 응,,필요한 게 없어,,]
[ 이상하네..여름부터 당신 뭐 안 샀잖아,,]
[ 응,,늙었는지 물욕도 없어졌어,]
내 말을 듣던 깨달음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재차 물었다.
[ 왜 물욕이 없어진거야? ]
[ 그냥, 필요한 게 없어,,웬만한 건 다 있고,,
굳이 산다면 차나 한 대 살까?
근데,,차가 필요했으면 진작에 샀겠지..]
[ 정말 살 것 없어? 가방 같은 거.]
[ 응,,정말 아무것도 없어,,]
그렇게 난 코코아를 마시며 잡지를 보고
깨달음은 경제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 한국 어떡해.국민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하는데 박근혜 씨가 조금 불쌍해..]
[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마, 큰일 나...]
[ 아니,,박근혜 씨가 큰 잘못했어,
근데 최순실이가 제일 나쁜 거 아니야?
최순실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감옥에서 넣어서 종신형을 시키면 될 것 같애
세상 빛을 평생 못 보게..]
[ 박근혜는? ]
[ 음,,일단 지금 상황에서는 시간 끌기 작전에
돌입했으니까 분명 임기까지 밀고 나갈꺼야,,
임기 끝나면 바로 형을 집행하면 될 것 같아.
일국의 대통령이 도중에 내려오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타격이 크고..]
[ 무슨 말인지 알았는데 그래도
지금 그런 소리 하지마 ]
[ 나는 무엇보다 대통령도 문제지만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의식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해..
국민들이 자본주의를 쫒다보니까
재벌들, 부정부패, 인맥쌓기, 낙하산,
빈부격차가 끊임없고.... ]
[ 알았어..그만해 ]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이였지만
내가 입을 닫자 깨달음이 두 손을 턱에
받치고는 [ 어떡해..한국,,]하면서
쳐진눈을 더 불쌍하게 내려깔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 당신 요즘 한국이 시끄러워서
당신도 복잡한 거야?]
[ 아니,,꼭 그런 건 아닌데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영상으로 보면
그냥 그 아픔과 절박함이 느껴져...
뭐랄까,,막막함 같은,,너무 화가 나는데
답이 잘 안보여서 더 화가 난다고 할까,,,]
[ 그래서 물욕이 없어진거야? ]
[ ........................ ]
지지난주 100만인 규모의 촛불행사가
있던 신문기사이다.
연일, 이곳 아침 정보방송에서는
[ 최순실]사태를 시작으로
하루하루 변화되어가는 한국의 정세를
아주 세세하고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
한국 호스트클럽의 실정, 밀착취재와
한류 드라마 주인공 길라임까지...
혼란없이 끝난 100만인 촛불집회가
부럽기도 하고 참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반명, 일본인들은 과연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 절대로
그러지 못할 거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에 관심을 가졌고
미국이나 한국처럼 즉시 행동으로 보여주는
민주주의가 부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바로 이런 것이며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민주주의라는 주장도 있었다.
(애국가 부르는 전인권씨)
특히, 고등학생들이 수능을 마친 그 발길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평했다.
정치에 그닥 관심이 없는 나이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수치심마져 들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한국인은 책임감이 없다는 듣기싫은
소릴 들어야했고 학교 후배들은
회사 면접을 볼 때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평가와 함께 쓴소리를 들어야했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친구들조차도
입에 담지 않으려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이것 밖에 되지 않았는지
지인들도 차마 묻지 못하는 것이다.
저 촛불 하나 하나에 국민들의 눈물,
영혼과 희망이 함께하고 있음을
받아들이고 모든 걸 내려놔야 할 것이다.
전인권 씨가 부르는 애국가는
가슴 속 애간장을 끓게 했다.
옆에서 함께 보던 깨달음은 계속해서 한 숨을
몰아 쉬었다.
애국가가 이렇게도 슬픈지 몰랐다.
국민들의 간절함을 담아 불렀다는
전인권 씨의 애국가는 내가 한국인이기에
함께 눈물 흘릴 수 있었다.
나라를 잃은 서러움보다 더 하다는
국민의 애통함을 뼈아프게 새겨 듣고
더 이상 국민의 처절한 고통을 외면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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