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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역시, 남편은 사장님이었다.

by 일본의 케이 2023.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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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하고 잠시 음악을 듣고 있다가

얇은 코트만 걸쳐 입고 집을 나왔다.

창 밖으로 비친 가을 하늘이 너무 맑아서

그냥 내버려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깨달음은 주말에도 열심히 회사에 나가

입원 중인 직원의 일거리를 처리하느라

평일처럼 출근을 했고 난 온전히 

혼자서 주말을 맞이했다. 

나 혼자 가는 곳은 항상  루틴처럼 정해진

코스와 장소이지만 난 그래도 집에서

가까워서인지 마음이 편하다.  

 오다이바(お台場)는 바다라고 하기엔

바다스럽지 않은 곳이긴 한데

날이 좋아서인지  스텐드업 패들을 하고 있었다.

수질이 안 좋기로 유명해서 물에 들어갈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2년 전, 오키나와(沖縄)에서 카누를 탔을 때

그 짜릿함이 상기되어서인지 갑자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 주변을 둘러봤더니

스쿨도 있고 장비도 모두 렌털할 수 있었다.

더 추워지기 전에 꼭 한 번 해 볼 생각에 일단

사진을 한 장 찍고 

카페에 앉아 맥주를 한 잔 시켰다.

해변 모래사장쪽에선 비치발리볼을 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오고 카페 스피커에선

레게 음악이 흘러나왔다.

더워서 코트를 벗어 두고 쌉쌀한 맥주를

한 모금 삼켰더니 꿀맛이어서 나도 모르게 

깨달음에게 카톡을 보내려다 

요즘 심기가 많이 불편한 그를

자극시켜선 안 될 것 같아 참았다.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눈에 띄였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어린 꼬마들이 꽤 많이 지나갔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오고 간헐적이긴 하지만

비릿한 바다냄새가 맥주와 잘 어울렸다.

그렇게 멍하게 한 시간쯤 있다가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서점을 가려다가 아직 다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가고 있다는 생각에 발길을 돌려

아쿠아센터로 향했다.

집에 있는 수조 앞에서도 기본 30분 정도는

앉아 감상할 정도이다 보니

수족관만큼이나 아쿠아센터를 좋아한다.

3일 전 미키마우스 플래티가 새끼들을

낳아서 치어들이 꼬물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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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 갔더니 점장이

나를 보고 씨익 한 번 웃는다.

내가 치어들을 자주 가져다줘서인지

나를 볼 때마다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해보라고 권하는데 난 항상 사양했다. 

언제나처럼  말없이 수조 주변을 돌며 하나씩

하나씩 빠짐없이 검열하듯이 살피고 있는데

점장이 잘 지내시냐고 말을 걸어왔다.

[ 저희 또 새끼 낳은데. 좀 더 크면 가져올게요 ]

[ 그래요? 참,,, 잘 키우신단 말이야,,]

[ 다음 주 중에 한 번 또 올게요 ]

[ 그러세요 ]

아쿠아센터를 나와 시간을 보니

2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새로 생긴 한국요릿집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 깨달음에게 식사는 했는지 

카톡을 보냈더니  막 퇴근하려는 참이었다며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했다.

깨달음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주문한 음식을 조금 늦게 내 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해주셨다. 

그래도 그냥 앉아 있기 미안해서 막걸리와 

해물전을 주문해 놓고 기다렸다. 

30분이 지나서 도착한 깨달음은 막걸리를

물처럼 마시면서 여름 날씨 때문에

더워 죽겠다며 막걸리를 또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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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내일도 회사 갈 거야? ]

[ 아니,, 그 여직원이 다음 주에 출근해서

입원하기 전에 자기가 마무리할 것은 하겠대]

[ 왔다 갔다 해도 괜찮을까? ]

[ 응, 의사한테 허락받았대, 그래도

걱정돼서 괜찮다고 오지 말라고 했는데

그 여직원 알지? 당신하고 성격 똑같은 거,,

링거 꼽은 채로도 올 사람이잖아,,]

[. ............................... ]

[ 그렇게 성격이 강한 애는 당신 이후로

처음이야, 가끔 난 그 애가

한국인인가 싶을 때가 있어 ]

[ 지금 나를, 그리고 한국인을 까는 거네 ]

[ 아니야, 나는 그런 끈기와 곤조가 있는

여성들이 내 주변에 있어서 행복하다는 소리야,

기어코 병원 옮기기 전에 회사 나온다잖아 ]

그래도 못 나오게 하는 게 오너인 당신이

배풀어야할 배려가 아니냐고 직원을 생각하면

안정을 취하라고 하는 게 먼저라고 했더니

자기한테 뿐만 아니라 거래처에도 

회사에 출근해서 처리하겠다고 모두에게

알렸다며 그녀가 보낸  메일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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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나오게 해서 안 나올 애가 아니라는 걸

당신도 알잖아, 우리 회사에서  지금껏

밤샘하는 직원은 유일하게

그 여직원뿐이었어. 지금은 안 하지만,

밤샘 작업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그날 마무리할 것은 그날에 끝내야 한다면서

일을 하는데  완전히 당신 보는 것 같았어 ] 

[ 그만해.. 별로 칭찬으로 안 들려..]

[ 아니라니깐, 난 지금 칭찬하는 거야, 

거래처에서도 그 여직원 하고 일하고 싶다는

요청이 얼마나 많은데, 일을

똑부러지게 하니까, 실제로 그 직원이

맡고 있는 거래처가 가장 많아 ]

[ 알았어,,, 얼른 먹어 ]

 

일본남자가 말하는 한국여자의 매력

오후 5시무렵 회사로 잠깐 나올 수 있냐는 깨달음의 전화를 받았다. 깨달음 후배인 회계사 하시모토상이 날 만나게 해달라고 그랬단다. 지난번 만났을 때 한국어발음이 어렵다고 하셨던 게 떠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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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많이 고팠는지 깨달음은 돌솥 비빔밥을 

허겁지겁 먹으면서 내 삼계탕 국물을

연신 떠먹었다가 다시 생각났는지

또 얘기를 했다.

[ 아, 오해하지 마, 그 여직원이 회사에

나온다는 건 다음 주 월요일, 화요일 이틀뿐이고

11월부터는 다시 입원치료하는 거야 ]

[ 알았어 ]

[ 그리고 그녀가 직접 해야 할 일이 있어서

회사에 나온다는 거야,,]

[ 알았다고,,]

아픈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악덕 경영자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인지

부가설명을 계속했다.

 

일본에서 한국 자녀를 키우는 고충

“언니, 오랜만이에요. 몇 년만이지? 2년? 아니 3년만인가? 진짜 오랜만이다. 잘 계셨어요?” “응……. 네 블로그는 잘 보고 있어.” “아, 그래요? 잘 계시죠? 근데 무슨 일이세요?” “그냥,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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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상이 서로 다른 이유

[ 케이야,, 너 요즘 많이 바빠?] [ 아니..별로 안 바빠 ] [ 근데 왜 자꾸 입술에 물집이 생기는 거야?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야 ? 정말 잘 먹고 다니는 거야? ] [ 잘 먹고 있어...] [ 니가 청국장 먹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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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도 회사를 경영하는 오너로서 책임감이

강하고 온 정열을 다 바쳐서 일하는

직원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경영자는 경영자의 눈으로 판단할 것이다

내가 남편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깨달음은

역시나 사장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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