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요즘 일본인 직원들의 모습은 이렇다

by 일본의 케이 2019. 6. 1.
728x90
728x170

미키마우스 전철을 탔을 때부터 빗방울이 

하나, 둘떨어지더니 가방 검색대에 줄을

 서 있는데 무섭게 천둥번개가 쳤다.

[ 역시,,비가 오네...]

깨달음이 걱정스럽다는 듯 날 쳐다봤다.

[ 괜찮아, 특별히 타고 싶은 게 있어서

온 것도 아니고 그냥 홍콩 디즈니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한 것 뿐이였으니까..]

[ 그래도 이 비는 금방 그치지 않을 것 같아 ]  

[ 응,,그러긴 하네..]

빗줄기가 굵어지고 사방에서 천둥이 치는 

소리에 아이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첫번째 선물가게가 보이자 둘이서 전력으로 뛰어

 들어가 먼저 우비를 사서 걸치고 밖을 나오니

갑옷을 입은 것처럼 든든했다.

 깨달음은 자기 모습이 어떠냐고 물었고

우린 비 맞은 생쥐같다며 서로를 보고

낄낄대고 웃었다.

  중년 아줌마, 아저씨가 아무런 목적도 없이

 비 몰아치는 날에 디즈니랜드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이 우리에겐 웃음거리였다.

터벅터벅 쏟아지는 빗속을 걷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 깨달음, 어때? 재밌지? ]

[ 응, 아무 생각없이 왔는데 나쁘지 않네,

비옷은 따뜻하고 발은 시원해서 기분 좋아 ]

그렇게 우린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걷다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줄을 서고 들어가 

아이언맨과 함께 3D영상을 즐겼다.


 [ 의자가 움직이니까 더 리얼하네 ]

[ 깨달음, 이거 처음 탔어? ]

[ 응, 은근 재밌네, 잘 만들었어 ]

다음은 스타워즈, 우주체험도 하고 깨달음이 

레이져총을 얼마나 잘 쏘던지 점수가 높았다.

그렇게 놀다보니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있는데

빗줄기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잠시 휴식을 취할 겸 들어간 커피숍에서

옆에 앉은 일본인 모녀의 대화가 이곳을 

여러번 온 것 같아서 깨달음이 볼거리가

 뭐냐고 물었고 홍콩디즈니에서 꼭 봐야할 쇼는

 라이온킹의 뮤지컬이라는 추천을 받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소극장으로 바로 옮겼다.


맨 앞좌석에서 보는 라이언 킹은 흥미로웠다.

배우들의 연기력, 노래실력도 수준급이여서

깨달음도 잘 만들었다며 고개룰 끄덕였다.

공연이 끝나고 우린 자연스럽게 빠른 걸음으로

출구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비가 그치지 않은 것도 있고 더 이상 있다가는

장대비로 인해 젖어버린 바지와 신발이 우리의 

체온을 다 빼아서가 감기에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호텔에 근처에서 따끈한 고기국수로 몸을 데우고

우린 호텔에서 드라이기와 수건으로 말리기를 

하며 저녁에 있을 식사모임에 나갈 준비를 했다.


레스토랑에 가기 전에 고문들 방을 찾아 갔더니

비가 많이 와서 오전에 잠깐 돌아다니다가

당신들도 호텔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 저 맞은편 호텔 봐 봐, 중간층에 풀장을

 만들어 놨어 ]

그렇게 시작한 세명은 머리를 한 곳으로 모아 

또 설계와 설비, 견고성, 건축양식에 

대한 얘기를 한참 나눴다.

레스토랑에 도착, 미리 메뉴로 

뭐가 좋을지 어느 정도 결정을 하고 

직원들이 다 모이자 우린 건배를 했다. 

각자 2명씩 짝을 이뤄 돌아다닌 듯, 서로가 

어디를 탐색하고 왔는지 모르고 있었다. 

누가 먼저라할 것 없이 모두가

자신들이 다녀온 곳, 그리고 추천할 만한 곳을

사진을 보여주며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역시나 건축가들답게 관심거리가

 같아서인지 찾아간 현대식 빌딩, 옛건물, 길거리가

 거의 똑같았지만 각자가 느꼈던

 감상들은 달랐다.  

 외부인 출입금지가 된 대학교에 갔을 때

어느 팀은 경비 아저씨에게 사정을 해서 

잠깐 들어갈 수 있었고 어떤 팀은 전혀 

가까이 가지 못했다고 했다.


깨달음은 그렇게 대화가 오가는 직원들을 한명씩

살피면서 3일동안 식사는 뭘 했는지 물었다.

뭐가 맛있었냐, 어디에서 먹었냐, 맛은 어땠냐,

추천할만 곳이 있더냐 등등,,

 건물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과 홍콩에서 느꼈던 

것에 대한 대화들이 무르익어가면서 술을

 마시는 속도도 다들 빨라졌다. 

 내년에는 어딜 가고 싶냐고 깨달음이 물었다.

[ 상하이 건물들이 꽤 볼만하다던데요? ]

[ 상하이도 좋지, 중국은 상하이뿐만 아니라

어딜 가나 볼거리가 풍성하지..근데 나는

내년에 유럽쪽으로 가 볼까하는데 지금처럼

 일이 많으면 갈 수 있을 것도 같고,

 무엇보다 여러분들이 앞으로도

 열심히 일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 네...]


그렇게 직원들과 두시간 가량의 식사시간을

 마치고 우리는 고문들과 함께 2차로

 간단하게 술을 한잔씩 더 했다.

[ 마에다 군은 식당에 들어오면서 모두 자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얼른 자리에 앉으려고 하지 않고 

어그적 어그적 걸어 오는 걸 보고 할말을 잃었어 ]

[ 주문할 때도 그 건방진 태도는 도대체 뭐야?]

[ 사카에 군은 계속 핸드폰만 보고 있고,,,]

[ 홍콩을 그냥 놀려고 온 게 아니잖아, 앞으로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 해외연수를 온 거잖아 ] 

[ 잘못했으면 죄송하다고 한마디 하면 될 것을

전혀 미안해 하지도 않잖아 ]

[ 사장이 지네들 위해서 왔다갔다 하는데도

 빤히 보고만 있고, 호텔 라운지에서

멋대로 마신 술값을 법인처리하고,..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어 ]

[ 나이가 마흔이면 사회성이 없지 않을텐데,

우리 나이때는 상상을 못해, 그런 태도,,

근데 요즘 얘들은 전혀 상사나 사장, 윗사람의

 개념이 없어, 한국 같으면 어림도 없어 ]

갑자기 한국 얘기를 하셔서 내가 웃으면서 지금 

여기서 한국 얘기는 안 하시는게

좋겠다고 했더니 피식 웃으셨다.


[ 어릴 때 부모가 안 가르쳐서 그런 거야, 

윗사람을 존경하고 그런 게 일본은 

거의 없어졌지 ]

[ 존경하라는 게 아니라 매너를 지키라는 거지,

상사에 대한, 사장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있어야지 ]

[ 00사장(깨달음) 이 그만두게 되면 니시무라가 

이 회사를 물려받는다고 들었는데 회사를

 잘 운영할지 벌써부터 걱정이야 ]

[ 감사하는 마음이 너무 없어 ]

두분의 고문들이 지금껏 해외연수에

 참가하면서 봐 왔던 직원들의 태도가 계속

눈에 거슬렸는데 직속상사도 아니고 무엇보다

 사장인 깨달음이 주의를 하지 않으니 

자신들이 뭐라 하기 그랬다면서 그동안에

담아 두었던 불만?을 폭로하셨다.

깨달음은 두 분의 얘기를 말없이 경청하고는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말했다.

 작은 중소기업에 속하는 자신의 회사에서는

그렇게 엄하고 권위적인 분위기속에서

 일 하지 않게 히고 싶어서이고 그런 예의나 

상식적인 것은 자신이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기에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도가 지나칠 때면 주의를 주고 특히 

거래처에서 무례함이 없도록 주입시킨다며

자기에게 무례하고 예의 없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가슴에 담아둔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으며

홍콩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날,

 공항에서 1시 모임이였는데 직원들 모두가 

바로 수속하고 들어가겠다는 메일이 왔었다. 

그걸 본 두분이 또 흥분을 하셨고 내년부터

 해외연수고 뭐고 하지말라고

깨달음에게 쓴소리를 또 했다.

나는 직원들의 이런 광경을 매해 봐 왔다.

 잘해주면 기어 오른다는 말이 일본에도 있다.

깨달음도 분명 알고 있겠지만 직원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여서인지 

자꾸만 묵인하고 넘어가는 범위가 넓어져가고 있다.

어느 순간에 다달으면 깨달음도 풀었던 고삐를

잡아 댕기겠지만 더 늦지 않아지길 바랄 뿐이다.

 출국장에서 실실 웃으며 괜찮다고 

내년에는 유럽을 가자며 두분께 농담을 거는  

깨달음 속이 얼마나 타들어갈까싶어

괜시리 안쓰런마음이 들었다.

사장이라는 게 참 힘든 자리인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