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티켓을 한달전에 예약했다.
공휴일을 끼고 가지만 가는 날은 오후 비행기여서
밤에 도착을 하고 돌아오는 날은 아침 9시다보니
실제로 서울에 머무를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특별한 계획이나 이벤트가 있어서 가는 게
아닌 그냥 맛있는 거 먹으러 잠깐 다녀오자는
취지에서 예약을 했다.
하지만 광주에 계시는 엄마도 얼굴을 봐야
하기에 하루는 광주에 내려가야한다.
[ 케이티엑스 예약했어? ]
[ 지금 하려고,,,]
[ 첫차로 가자, 난 일찍 일어나니까 ]
[ 알았어 ]
[ 또 택시 타고 간다고 그러지 않을거지? ]
[ 택시? 아,,,그 택시..그 때는
그 아저씨가 가자고 했던 거였지..,]
깨달음은 그 날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계산법이
틀리지 않다면서 내 생각을 또 물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지난 2월 아빠 기일에 맞춰 한국에 갔던 날,
국내선 비행기 시간과 맞지 않아 케이티엑스를
타기 위해 공항에서 택시를 탔다.
용산역까지 부탁을 드리고 우리가 얘길 하고 있는데
택시 아저씨가 광주 가시는 거냐, 고향이 그곳이냐,
지금은 일본에 사느냐, 일본인 남편은 어떠냐,
요즘 한국남자들은 일본여자랑 결혼하려고
애를 쓴다,그래서 젊은 한일커플이 늘었다.
일본사람들은 성격이 순한 것 같더라며
일본인의 성격에 대해서도 물으셨고
일본의 물가에 관해 궁금해 하셨다.
그러다 아저씨가 이 택시로 광주까지 가는 건
어떻겠냐고, 미터기를 끊고 갈테니
이대로 가자시며 아저씨 고향도 전라도
장성인데 우리가 광주를 간다면 갔다가
홀로 계신 어머님도 한번 뵙고 오고 싶다며
구정때 못 내려간 것이 마음에 걸려
홀어머니가 걱정된다고 하셨다.
[ 저도 택시로 광주까지 간 기억이 있어서
가면 저는 좋은데 우리 남편이 분명
안 간다고 할 것 같은데요 ]
10년전, 친정아빠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밤비행기를 타고 와서 김포공항에서 광주
기독교병원까지 50만원에 갔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택시로 가는 것에 대해 위화감은 없었다.
물론 비싸긴 하지만 아저씨가 말씀 하시는 게
터무니없는 금액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깨달음에게 아저씨와 나눈 얘길 했더니
얼마에 가 줄꺼냐고 물어보라고 했다.
[ 미터기 끊고 가면 별로 안 비싸요~ ]
[ 대충 얼마냐고 물어보라네요 ]
[ 약 40만원정도 나올겁니다 ]
[ 그 돈을 주고 그렇게 가야할 필요가 있어? ]
나를 향해 물었다.
[ 아니...]
[ 우리 케이티엑스도 예약했잖아]
[ 취소하면 돼 ]
[ 취소하면 캔슬료 물잖아,,]
[ 응 ]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잠시 깨달음이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우리가 택시를 타고 가야할만큼 지금
급박한 상황도 아닌데 열차의 두배값을
주고 캔슬료까지 물어가며
가야할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 그건 없어..근데 편한 것도 있고,,
광주송정역에 내리면 엄마집까지 또 택시타고
가야 되고 그런 번거로움이 없어지고,,
일단 시간이 조금 단축되니까..우리가
타려는 케이티엑스가 1시간 30분 뒤잖아]
[ 그래도 택시로 가는 건 아닌 것 같애 ]
[ 알았어, 아저씨, 저희 그냥 케이티엑스
타고 갈게요, 남편이 싫다네요.. ]
구구절절 얘기 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저씨가 남편분이 비싸서
안 간다고 하냐고 물었다.
[ 네,원래 계획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여서
갑자기 예정에 없는 일을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 원래 여자분들이 돈 아까워서 안 간다고 하고
남자들은 가려고 하는데 일본
남편분이 아주 깐깐하시네요 ]
[ 네...]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실은 깨달음이 택시로 갈 것 같으면 아저씨도
고향에 가서 엄마를 보고 그러니까
요금의 20%는 지불을 하던지 그만큼의
디스카운트를 해야한다고 했었다.
우리의 목적만으로 가는 게 아닌
택시 아저씨도 목적을 달성하니까 그만큼의
댓가는 지불해야한다는 것이였다.
그러면 이 택시로 광주까지 가겠지만 우리가
모든 요금을 다 낸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즉, 우리로 인해 당신도 이득을 보는 건데
그렇다면 이득을 본 만큼의 값은 어느정도
지불하라는 것이였다.
참 기발한 돈 계산법에 택시 아저씨에게는
아예 말도 꺼내지 않았다.
난 깨달음의 돈계산법이 이해가 되지만
발상자체가 역시나 일본인스럽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더치페이가 생활화 된 사회에서 살았기에 그런
계산법이 나오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지 모르겠지만
한국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그런식의 계산법을
할까 싶기도 하고,,아마 극히 드물 것이다.
[ 깨달음, 만약에 일본 택시였다면 그런 상황에서
택시 아저씨는 자신의 몫으로 어느정도
지불했을 것 같애? ]
[ 그렇지, 자신도 편의를 보는 거니까
어느 정도의 금액을 깍아주지.. ]
[ 진짜 그럴까,,근데, 그 한국 아저씨는
솔직히 얘기를 했잖아, 굳이 홀어머니를
보러 간다는 말을 안했어도 됐고, 그냥
광주까지 우릴 내려다주고 난 다음에
어디를 가던지 상관없는데 왜 말을
했다고 생각해? ]
[ 자신의 처지를 손님에게 얘기해서 어떻게
함께 가고 싶어서 말을 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몫까지 우리가
낼 필요는 없다는 거지 ]
[ 자신의 몫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광주를 간다면
가는 길에 자신의 일도 보겠다는 거였지]
[ 알아, 그니까 자신의 일을 보는데
댓가를 치러야한다는 거야]
얘기가 거기에 더 이상 벗어나지 못하고
자꾸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깨달음이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충분히
알겠는데 난 100%동의 할 수 없었다.
자라온 환경, 문화가 다르니 이렇게도
사고의 발상이 다르다는 것,
특히 돈에 관한 계산법이 나와는
확연히 다름을 재확인하던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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