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와닿는 가을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따끈하게 데운 물에 약을 먹고, 잠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새로 깐 침대 커버에서 은은한 라벤다향이 묻어난다.
다음주 화요일이면 모든 치료가 끝난다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바빠진다
아프다는 이유로 미루어야했던 일들이 많았기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뒤척거리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깨달음이 알아듣기 힘든 한국어로 뭐라고 부른다.
[ 케이~~, 손무루(선물)입니다~]라며 나에게 내민 상자.
시어머님이 보내신 생만두였다.
갑자지 왠 만두를 보내셨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하자
좀 머뭇거리더니 실은 내가 치료중이라는 걸 자기가 얘기했단다.
[ ....................... ]
걱정하시니까 절대로 말씀 드리지말라고 몇 번 당부를 했건만,
기어코 얘기했던 모양이다.
내가 어머님께 전화를 하려했더니 하지마라고 말린다.
어머님이 당신이 알고 있음을 모르게 하라고 그러셨다고
지난주에 전화하셔서 요즘은 밥을 잘 먹는지 넌즈시 물어보시길래 못 먹는다고 그랬더니
내가 좋아하는 만두를 보내신 것 같다고 그냥 나보고도 모른척하란다.
[ ........................ ]
그래서 아무런 메모도 없이 그냥 보내셨을까,,,,
지난 추석에 전화드렸을 때도 전혀 내색을 안 하시던데,,,,
그래도 감사하다고 만두 잘 먹겠다는 말씀은 드려야할 것 같아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으신다.
( 지난번 갔을 때 우리 어머님 모습)
시댁에 갈 때마다 오지말라고, 여기 올 시간 있으면 친정(한국)에 가라고 하시는 우리 어머님....
내가 아이를 안 갖는 것에 대해 한 마디도 묻지 않으시는 우리 어머님...
내가 좋아하는 걸 메모에 적어 두셨다는 우리 어머님..
언젠가 깨달음에 이상한 버릇을 얘기했더니
당신이 잘못 가르쳐서 그런다고 말씀하시던 우리 어머님...
어떤 인간관계이든 적정거리를 유지한 게 서로가 좋다고 말씀하셨던 우리 어머님...
어머님,,,,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감사드려요.
10월에 한국에 갔다 오면 바로 어머님 뵈러 가겠습니다.
어머님~ 제가 더 잘할게요, 그리고 감사하고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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