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린 주말이면 아침부터 카페에서
티 타임 시간을 즐긴다.
커피를 마시다가 심심해지면 쿠키에
와인도 한 잔 하고 또 지루해지면 샌드위치나
케이크 한 조각 시켜놓고 둘이 야금야금 먹는다.
날이 더운 탓도 있지만 이젠 점점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고
좀 더 편하면서 시간을 유용히 쓸 수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 오늘 런치는 여기서 먹고 갈까? ]
[ 그러자 ]
최근 들어 자주 들러서인지 점원이 바로 우리가
늘 앉는 자리에 안내해 준다.
35도를 넘는 폭염에 오늘도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떴다.
숨이 턱턱 막힐 만큼 심한 이 더위가
다음 주에도 계속된다고 하니 잘 버틸 수 있게
몸보신을 해야 한다는 얘길 했다.
깨달음은 지난주 동창회에서 장어를
먹었다며 참석한 7명 모두가 여름뿐만 아니라
나이를 먹으니 기력이 딸려서 자주 장어집에
간다길래 삼계탕도 보양식이니까
먹어두라고 알려줬단다.
[ 당신,그 나카노(中野) 알지? 독신인 애? ]
[ 아,,00대학 교수? ]
[ 응,,그 자식이 뒤늦은 연애를 했는데
역시 독신 생활이 길어서인지 막상
결혼을 생각해 보니까 겁이 나고
무리일 것 같아서 헤어졌대 ]
[ 60년을 넘게 혼자 살았는데 이제 와서
무슨 결혼을 하겠어 ]
[ 그래서 내년에 정년퇴직하고 바로 시골에
내려가 농사 짓고 산다그래서
다들 말렸어 ]
나가노 상이 대학시절 때부터 사귄 여자들을
동창들 모두 파악하고 있어서 어떻게 만나,
사귀고 헤어지는지 그 패턴이 하나도
안 변했더라면서
다시 생각해도 웃긴다고 했다.
그리고 작년에 이혼한 오쿠야마(奥山)의
전처 얘기가 나왔단다.
오쿠야마랑 헤어지고 바로 재혼했다는
소리에 동창들이 모두 위로했단다
[ 어떻게 알았을까? 전처 소식을? ]
[ 금방 알지,, 같은 일을 했으니까..근데,,
더 놀라운 것은,, 이혼하는 과정인데..
참,, 정신적으로 힘들었겠더라,,]
오쿠야마 상이 어느 날 출장 갔다
집에 들어왔는데 그녀의
짐이 모두 빠지고 하나도 없었단다.
그래서 그냥 바로 이혼을 했단다.
더 놀라운 것은 전처가 자기랑 살 때는
음식 하는 걸 싫어해 항상 밀키트나 마트에서
만들어진 것들을 사 와 식탁에 올렸는데
재혼하더니만 요리교실을 다니면서
일식 요리에 양식까지 아주 다양하게
음식을 만들더라면서 꽤나 쇼크였다고
여자 마음을 정말 모르겠다고 했단다.
[ 근데,그런 걸 어떻게 아냐고? 요리교실을
다니고 그러는 걸,, 전처에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 거야? ]
[ 회사 여직원들 사이에서 가십거리로
이런말, 저런말이 하는 얘길
우연히 들었대. 그리고 전처한테
미련 같은 건 전혀 없어,
그냥 인간이라는 게 아니, 남녀사이는
상대가 바뀌니까 이렇게도 변하는가 싶어
좀 씁쓸했나 봐, 자기랑 같이
살 때와는 너무 달라서 ]
깨달음에게 물었다.
당신은 그 전처가 나쁘다고 생각하냐고,,
[ 아니, 내 친구한테도 문제가 분명 있었겠지,
부부는 서로 50%씩 문제를 안고 있잖아.
어느 한쪽이 더 나쁘고 좋고는 없다고 생각해 ]
동창들도 그녀에 대해 나쁜 생각은 전혀 없고
친구에게 있을 때 잘하지 못한 네가 바보라고
자기 관리 좀 하라며 야단을 쳤단다.
우린 식사를 마치고 나와 집에 가려고
전철역으로 향하다 옆 건물 선착장에
정박해 있던 심포니 크루즈선을 보고
깨달음이 거래처 사장이 이 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며 한 번 타보자고 했다.
한강 유람선처럼 결혼식이나 생일파티,
세미나. 팬미팅에도 이용한다는
심포니 크루즈 선,, 그래서인지
선내가 상당히 깔끔했다.
오다이바 레인보우 브리지를 통과할 때쯤
깨달음이 내게 물었다.
[ 여자는 상대 남자에 따라 마음이,,,
태도가,, 원래 변하는 거야? ]
아마 식사 때부터 내게 묻고 싶었던 것 같다.
[ 남자도 그러지 않아? 새로운 상대에
맞추는 것도 있고 노력하다 보면 예전에
안 하는던 것도 하고 그러지,,
그 상대가 원한다면.,.]
[ 그러겠네. 우리 그 부부랑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 와이프가 요리하는 거
관심없다고 자기는 그냥 사 먹는 게
편하고 맛있다고 그랬잖아, 기억 나?]
[ 응, 기억 나,,..]
깨달음은 친구 오쿠야마 상보다 더
상심한 듯이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오쿠야마 부부와 우린 가끔 만났다.
그럴 때마다 사적인 얘기도 서로 털어놨는데
내가 요리를 즐겨하는 걸 부러워하면서
아내에게 요리 좀 해 보라고
했었던 오쿠야마 상,
그런 전처가 지금은 자기가 아닌
다른 남자를 위해 열심히 요리를 하고
식사를 차린다는 사실이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깨달음도 덩달아서,,,
사람은 변한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사랑도 변한다,
상대가 나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그래서 사랑을 잃기도 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러니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사는 게
후회가 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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