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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어른들도 넘어지고 아프며 성장한다

by 일본의 케이 2024.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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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4일째, 깨달음은 거실에서 한일 톱텐쇼를

보며 느긋한 아침을 먹었다.

나는 세탁기가 돌고 있는 동안

책장에서 불필요한 책들을 꺼냈다.

10일간의 긴 연휴가 주어졌지만 우린 8월 말에

여행 스케쥴이 잡혀 있어 이 기간은

그냥 아무런 계획없이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기로 했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역시,, 우린 각자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책을 묶고 먼지를 털고 있을 때

깨달음이 노크를 했다.

 

[ 왜? ]

[ 당신은 영화 안 볼 거지? ]

[ 응,더워서 아무 데도 나가고 싶지 않아 ]

[ 그럼,,나 영화 보러 간다 ]

[ 그래, 갔다 와 ]

[ 저녁은? ]

[ 같이 먹을 수 있으면 먹고, 아니면

각자 먹으면 되지 ]

[ 당신은 집에만 있을 거야?]

[아니, 잠깐 나갔다 올 거야, 아쿠아센터에 ]

[ 그래. 그럼, 나 갔다 올게 ]

영화감상이 유일한 취미인 깨달음은 

오늘도 한국영화 밀수를 보러 간다고 했다.

 

냉장고에서 얼려둔 생수를 챙겨 집을

나선 깨달음을 배웅하고 나는

베란다에 나가 빨래를 털어 널었다.

날씨가 너무너무 좋아 새파란 바다가 

가까이 다가오라고 날 유혹하지만 작열하는

태양빛은 사람을 의기소심하게

만들어버린 듯 시간이 날 때마다

불멍을 하듯, 바다멍을 했었는데

이 더위는 그럴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후가 되어서야 통풍이 잘 되는 시원한

원피스를 입고 선크림을 온몸에

꼼꼼히 바른 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집을 나섰다.

 

아쿠아센터에서 점장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먹이를 사고 한 바퀴

둘러보다가 뜻하지 않게

관상용 새우 crs를 사게 됐다.

전혀 살 계획이 없다가도 아쿠아센터에

들어오기만 하면 뭐에 끌리듯 사고만 만다. 

새우들을 담아 들고 바로 집으로

향해가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는 건

이번 연휴 때 꼭 다시 보겠다고

마음먹은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였다.

 

집에 들어와 노트북 세팅을 하고 있는데

깨달음에게서 저녁을 먹고 오겠다는 카톡이 왔다.

잘 먹고 오라고 답을 보내고 나는 헤드폰을 쓰고

스피커 볼륨을 높인 다음 자세를 바로 잡았다.

첫회부터 차근차근, 대사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한글자막을 걸었다.

진작에 다시 보기를 하고 싶었지만 마음이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이 4번째 다시보기인데 나도 모르게

주저주저 했었다. 보고 싶으면서도

보면 괴로워질까 봐 볼 수없어

참았는데 이젠 용기가 생겼다.

내 인생 드라마 [ 나의 아저씨...]

 

내용이 칙칙하고 어두워서 싫다던 동생 말이

틀리진 않지만 나에겐 주인공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위로를 받고 바른 어른의 삶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들어준 드라마이다.

원래 배우 이 선균이라는 사람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연예인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걸 해 본 적

없었는데 그가 세상을 등지던 날,

난 영문도 모를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드라마 속 인물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아픔이  와닿았다면

이상하겠지만 가슴이 저려왔었다.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처럼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을,,

그의 사생활이 온 세상에 알려짐으로써

모든 게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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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분명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 

누가 뭐래도 손가락 받을 짓을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괜찮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그래서 더 아리고 가여웠다.

" 다  아무것도 아냐,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대는 거 

다 아무것도 아냐,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라고 극 중 

동훈( 이 선균)은 말했지만 정작 

녹취록이 떠돌기 시작하면서 내력으로

버틸 수 없어 무너지고 말았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 세상은

훨씬 더 냉혹하고 비열하며

처참한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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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버텨가며

살아가고 있고  스스로가 잘 살고 있다고,

 자신을 다독이다가도 불쑥 주저앉곤 한다. 

뭘 가져보겠다고, 뭐가 되어 보겠다고 

아등바등거리며 버티다가 어른이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서도 두 어깨는 자꾸만

불안과 욕망으로 무거워지고

자빠졌다 일어나길 반복한다.

어딘가 기대보기도 하고, 또 버텨보지만

다시 좌절하고 쓰러져 이 세상에 온전히

나 혼자라는 생각에  밤새 울기도 한다.

나도 그렇고,, 모든 어른이 그렇게

성장을 하고 참아가며 어찌어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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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주옥같은 대사가 많은 드라마다,

모처럼 휴일 내내  몰두해서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하고 힐링되는 시간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깨달음이 내 방에

들어와 노트북 화면을 쓰윽 보더니만

두 손을 불끈 쥐고 [ 화이팅 ]이라고 하고는

잽싸게 나갔다.

극 중 이지안(아이유)이 동훈(이선균)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외쳤던 한마디.

세상의 모든 어른들,, 여전히 삶을

이겨내기 위해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지만

화이팅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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