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때 못 오지? ]
[ 응,, 엄마,,]
[ 그래.. 지난번에 봤응께,,괜찮다,
내가 오키나와 갔다 왔다고 한께 사람들이
그 좋은 데를 갔냐고 다들 부러워하더라,
4월에 갔응께 벌써 5개월이나 지났는디
꼭 지난달에 다녀온 것 같치
아직도 오키나와가 눈에 선허다.
음식도 맛나고 좋드만,,]
[ 엄마,, 겨울에 도쿄 한 번 놀러 오세요
막네랑 같이 ]
[ 아니여, 인자 못 가,, 늙어서 힘도 없고
가믄 좋은디..데리고 간 사람 피곤하게
해서 인자 어디 못 돌아다니것드라 ]
[ 도쿄는 가깝고 무리 안 하셔도 되니까
한 번 오셔, 맛집만 다니면서
맛있는 거 먹고 가시면 좋잖아 ]
[ 말이라도 고맙다..근디 인자
여행 가고 그런 것이 점점 힘들드라 ]
지난 4월 엄마를 모시고 네 자매가
오키나와에 모였다.
국내 여행은 방방곡곡 언니들, 그리고
여동생이 많이 모시고 다녔지만 네 자매가
한 명도 빠짐없이 함께 모여 엄마 모시고
해외여행을 온 것은 처음이었다.
애초 계획은 태국을 갈 생각이었는데
장거리 비행이 엄마에게 무리가 갈 것 같아
가까운 곳을 찾다가 오키나와를 택했다.
3박 4일 동안 리조트에서 온천도 즐기고
엄마가 좋아하시는 식물원과 수족관,
동굴, 유적지등 관광지를 다녔는데
연세가 있으신 만큼 피곤해하셨다.
오사카, 홋카이도, 후쿠오카, 쿠마모토,
교토 등,, 일본 전역을 거의 여행하셨던
엄마 눈에 오키나와는 거리 풍경조차
일본 스럽지 않고 이색적이라 하셨다.
음식도 맛있고 호텔 조식에 김치와
나물들도 입에 맞아서인지 더
마음에 들어 하셨다.
코발트색 바다를 바라보시며
곧 자신이 90살이 된다고 생각하면
서글픔이 앞선다며 어찌 생을 마감하는 게
남은 새끼들에게 최선인가를 요즘에
많이 생각하신다고 한다.
88세라는 연세에 여권 연장 신청을 하러
주민센터에 가서 사진도 찍고 모든 걸
혼자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그 나이에
건강하고 정정하시다고
다들 놀라더라 했다.
아직도 일요예배, 수요예배. 구역예배.
노인학교를 다니시고 가끔 봉사활동도
하시는 것 보면 딸인 내가 봐도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드는데
정작 엄마 본인은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예전 같지 않은 몸 컨디션을 느껴져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하셨다.
오키나와에서 마지막 날은 5명이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새벽이
되도록 많은 얘길 나눴다.
딸들이 모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돌아가신 아빠 얘기를 시작으로 우린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엄마는 늙은 애미를 위해서 니기들이
애를 많이 써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하셨고 우리는 엄마가 하루라도
더 젊었을 때 좋아하시는 여행 많이
시켜 드리자고 했다.
그때도 엄마는 이제 힘들다고
걷는 것도 점점 느려지고 금방
지쳐와서 마음은 유럽도 한 번 가보고
싶지만 장시간 비행기 타는 것도
몸이 이겨내질 못해서 싫다고 하셨다.
출국날, 나를 두고 다들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기분이 묘했다. 그래서인지 난 라운지에서
혼자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그 눈물에 의미는 3박 4일, 엄마를 가까이서
지켜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이 늙으신 게
보였고 아이처럼 누군가의 손길이 분명
필요한데 엄마 혼자서 지내셔야 한다는
현실이 참 야속하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싶어 답답함에도 눈물이 났다.
자식이 다섯이나 있어도 곁에서
모실 자식이 없다는 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싶어 나라도 어떻게
엄마가 살아계시는 동안에
곁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 이렇게 현실로 돌아오면
당장 추석에 못가는 상황이 되고보니
가슴에 돌덩이를 올려놓은 듯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아닌 언니들이, 동생이 잘하고 있으니
괜찮다며 내 자신은 정작 눈을 감았던 부분들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젠
직접 본 이상, 못 본척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기다려주지 않는 게 부모님이기에 아빠한테
못한 효도를 엄마에게는 하고 싶은데
노령의 엄마를 위한 최선책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의 끝을 슬슬
맺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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