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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생전 처음,,구급차를 탔다.

by 일본의 케이 202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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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를 탔다. 밤 11시 27분,

멀쩡히 걸을 수 있는데 규정상 침대에 

누워야 한다며 구급대원이 조심스레 날 눕혔다.

검지 손가락엔 산소포화도기를 끼우고

가슴엔 심장박동측정기를 잽싸게 붙이고는 

바로 질문이 쏟아진다.

위급환자를 보는 긴장된 눈을 한 대원이 

증상이 어떤지, 언제부터인지,

저녁은 뭘 먹었는지. 지병은 있는지.

수술 경험과 병력은? 알레르기는 있는지...

 쉴 새 없이 번갈아가며 물었고

난 또박또박 대답을 했다.

한밤중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꽤나 요란했다.

밤, 11시 무렵, 오른쪽 전신에 저림 통증이 왔다.

허리에서 허벅지까지 저림이 시작되더니

점점 어깨 쪽까지 올랐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러 온

깨달음에게 말했더니 뇌출혈 일지 모른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니라고, 허리 디스크 같으니 오늘 밤

쉬고 내일 병원을 가겠다고 했는데

깨달음이 자기 방에 가서 몰래

구급차를 부른 것이다.

이미, 대원이 맨션 앞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고

난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도 안 타본 구급차를

사이렌 울려가며 타국에서 타게 되었다.

다행히 내가 다니는 종합병원 측에서

오케이를 해준 덕분에 낯설지 않은 곳으로

옮겨져 온 나는 꼼짝없이 응급환자 취급을

받으며 병실에 들어갔다.

나 외에 복통을 호소하며 구토를 심하게 하는

40대 아저씨와 숨쉬기가 힘들다는

30대 여성분이 있었다.

두 의사가 번갈아 와서 내 증상을 묻더니

조금 있다가 둘이 같이 와서는 내 다리를

들었다 놨다를 하며 몇 가지 시켜보고는

신경계에 문제는 없는 것 같다며

뇌 MRI를 찍자고 하고 나가더니

20분쯤 있다가 간호사가 들어와서는

채혈을 5통이나 하고는 휭 사라졌다. 

저 피를 만들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이 먹으면서

노력? 했는데 순식간에 빼가는 걸 보고 있자니

빈혈이 생긴 듯 갑자기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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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데 여기저기

주렁주렁 매달린 알 수 없는 코드와 전선들,,

티브이나 영화에서나 봐왔던 응급실과는

달리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없었다.

꽤나 시간이 흘러 MRI실로 내려가려고

나왔더니 깨달음이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맞은편엔

보호자로 보이는 부부가 딸이 입원 준비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간호사가

불러주는 목록들을 열심히 들으며 와이프는 

입원동의서? 같은 곳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벽 2시가 넘어서

검사 결과가 나왔고 보호자인 깨달음을 불러

내 옆에 앉혀놓고는 젊은 의사가 입을 열었다,

[ 혈액에서 보시면 칼슘 부족으로 가끔 허리 통증이

오곤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칼슘도 기준치를

넘으셨고 헤모글로빈도 정상이고,,,

MRI 결과를 봐도 뇌혈관에 손상이나 막힘 같은데

관찰되지 않거든요.. 저만 이 차트를 

본 게 아닌 저희 당직 선생님들 두 분이랑

같이 상의해서 내린 결론인데.. 아마도 지금 있는

허리 통증이나 저림 증상은 척추신경 쪽에

 검사를 한 번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

 뇌 쪽에 문제가 없다는 말에 깨달음은

크게 안심을 했는지 다행히다면서

얼굴이 환해졌다.

계산을 하고 택시를 불러 기다리는 동안

깨달음은 나한테 묻지도 않고 구급차를

불러서 미안하다며 자긴 뇌출혈을 일으키면

큰일이 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서였다고

그래도 이렇게 결과를 듣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 아니야, 깨달음,, 고마워.. 구급차 불러줘서 ]

[ 나 잘한 거지? ]

[ 응, 잘했어.. 다음에 행여 당신에게

뭔 일 있으면 나도 불러줄게 ]

 [ 응, 꼭 불러줘 ]

[ ..................................... ]

새벽바람이 꽤나 차가웠다.

https://keijapan.tistory.com/1468

 

지금 그대로, 있는 그대로...

초음파실 대기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지배적이어서 머릿속 생각들을 지우려고 애썼다. 일상처럼 매번 반복되는 병원에서의 진료와 검사에 진저리가 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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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미치게 울어도 괜찮다

요즘 난 무슨 생각인지 블로그를 멀리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별로 내 마음이 향하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 짬이 날 때면 유튜브를 통해 보고 싶은 장르만 골라 보고는 또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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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많은 분들이 방명록에 마음을

적어놓아 주셨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인데도 어쩌면

제 마음을 다 읽고 계시는지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겠습니다. 피하지 못하면 즐기면 되는데

전 매번 피하려 안간힘을 쓰다 보니 여기저기

생채기가 생겼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쉬엄쉬엄 가겠습니다. 걷다가 잠시 멈춰도

조급해하지 않으며 무언가로 채우려 하지 않고

마음을 비워나가면서 살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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